코로나 여파로 자동차 행사도 계속 취소되고 있는데(신차 출시행사는 물론 베이징 모터쇼, 제네바 모터쇼 등도 취소) 르노삼성자동차의 ‘XM3’ 시승행사에 참석했습니다.
XM3는 지난 3월 말 서울모터쇼로 기억이 거슬러 올라갑니다. 자동차 기자라면 최근 1~2년간 르노삼성 관련 기사 중 상당수는 ‘노사 갈등’에 대해 다뤘을겁니다.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타결 지연, 2020년부터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닛산 ‘로그’ 위탁생산이 중단되면서 생산절벽에 부딪힐거라는 등 부정적 내용이 많았구요.
지금부터 약 1년전,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은 서울모터쇼에서
“XM3는 2020년 상반기쯤 ‘메이드 인 부산’으로 생산되며, 향후 SM6, QM6의 뒤를 잇는 대표모델이 될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르노삼성 부스에는 XM3의 콘셉트카 모델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 저는 ‘XM3가 과연 나오기는 할까, 위기설을 잠재우기 위한 발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났습니다. 1~2년간 르노삼성에서 주구장창 언급했던 그 차(!!)를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 봤을때는 생각은 ‘이것은 SUV인가, 세단인가’ 라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XM3는 SUV로 분류되지만 마냥 SUV 느낌은 아니고 SUV와 세단의 절충점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최근 르노삼성은 XM3에 대해 ‘프리미엄 디자인 SUV’라고 표현하는데, 그 전에는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 즉 ‘CUV’라고 했었습니다. SUV와 세단과의 장점을 합쳤다는 의미였는데, 차량을 직접보면서 그 뜻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시승하기 전 제품 설명에서 르노삼성 측은 "XM3를 디자인하면서 세단의 우아함과 편안함, SUV의 강인함과 공간성, 실용성 등의 장점을 모두 담으려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XM3의 사전계약은 2월21일부터 시작했는데, 3월3일까지 사전계약 대수는 5500대였고 5일 시승행사에서는 “4일 기준 6000대이며, 올해 판매목표는 4만대”라고 밝혔습니다. 최근에 기아자동차 ‘쏘렌토’의 사전계약 첫날 1만8800대, 더 뉴 그랜저나 그랜저 IG는 1만5000대가 넘어가는 등 것에 비하면 6000대는 작아보일 수 있지만 르노삼성의 어려운 상황을 감안하면 천군만마(!!)의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전면부의 크롬 라인과 헤드 램프 등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측면에서 봤을때는 루프에서 트렁크로 뚝 떨어지는 것 같은 쿠페형 디자인도 눈에 띄었습니다. 휠을 보니 오각형 모양이 다섯개로 구성된 점도 특징으로 보였습니다.
내부를 보니 단연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9.3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에 시선이 꽂혔습니다. ‘테슬라’ 차량을 봤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테슬라에는 굉장히 큰(?) 디스플레이(마치 대형 아이패드 같은)가 탑재되어 있는데, XM3에서는 그보다 작지만 테슬라의 디스플레이가 바로 연상됐습니다.
또한 여기에는 T맵이 탑재됐습니다. 특히 수입차를 타면 내비가 불편할때가 많고 가끔씩은 ‘왜 있을까?’라는 근원적인 물음이 들 때도 있는데, 큰 화면에 T맵 주행정보가 뜨니 아주 편리했습니다. 설정을 통해 계기판에도 내비를 띄울 수도 있구요.
과거 2018년 르노 ‘클리오’ 시승행사는 강원도 강릉에서 진행됐는데 그날 폭우가 쏟아지는데다가 내비까지 먹통되면서 고생했던 기억이 납니다. 디스플레이에서는 음악, 열선, 통풍, 내비 등의 설정을 할 수 있었고 아래 원형 다이얼로는 풍향, 온도, 풍속 등을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 티맵을 쓸 수 있으니 제 스마트폰은 굳이 거치하지 않고 무선충전 패드에 올려놨습니다.
주행감은 나쁘지 않았고 가속도는 무난하다고 봤습니다. 스포츠 모드로 설정하니 가속 성능은 만족스러웠습니다. 시승 구간이 1차선 도로가 많고 오르막, 내리막 구간이 많아 고속주행을 할 수 있는 코스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고속주행 시 안정감 등은 많이 체험하지 못했습니다. 1.3 터보 가솔린 모델인 점을 감안했을 때 정숙성면에서는 다소 아쉬웠고 주행모드 변경도 불편했습니다. (시승모델은 TCe260 이었습니다.)
주행모드 버튼을 누르면 디스플레이에 My sense, Sport, Eco가 뜨는데, 원하는 모드를 터치해야 하는 방식이었죠. 주행 중 설정을 바꾸려니 그냥 버튼을 누르거나 다이얼을 돌리는 방식이 편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죠. 시승 중 패들 시트프는 있는데, 기어에 M 모드가 없어 ‘어떻게 해야 작동해야 하나’ 했는데, 패들 시프트를 2~3초간 당기면 기어모드가 D에서 M으로 바뀝니다. 설정을 해제하려면 같은 방법으로 하면 됩니다.
시승 후 뒷좌석에도 타봤습니다. 아무래도 쿠페 라인이라 뒷좌석 높이가 낮을 것으로 봤는데 신장이 180cm 정도의 건장한 남성이라면 불편함을 느낄만했습니다. 저같이 170cm를 겨우 넘는 사람도 높이에서 큰 여유는 없었으니까요.
XM3의 가격은 1.6 GTe 1719만~2140만원, TCe 260 2083만~2532만원입니다. 사전계약의 대부분이 TCe 260라고 합니다. TCe 260에는 르노그룹과 다임러가 공동개발한 신형 4기통 1.3리터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고 게트락 7단 습식 DCT이 적용됐습니다. 1.6 GTe에는 1.6리터 MPi 엔진에 CVT 조합입니다. 마력은 152ps, 123ps, 최대토크는 26.0kg·m과 15.8kg·m로 다소 차이가 있네요.
XM3의 가세로 SUV B세그먼트는 쌍용차 티볼리, 현대차 코나 외에 기아차 셀토스, 현대차 베뉴, 한국지엠 트레일블레이저 등등 최근 1년 사이에 라인업이 확 늘었습니다. 일단 크기에서나 성능을 감안하면 XM3는 가격경쟁력이 괜찮아 보입니다.
오히려 이 날 르노삼성 관계자나 다른 기자들과 대화를 나눴는데, XM3가 SUV B세그먼트 뿐만 아니라 준중형 세단 등에도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현대차 아반떼, 기아차 K3 등 준중형 세단이 과거에는 생애 첫 차 등으로 각광을 받았다가 최근 몇년간 SUV 열풍에 고전하고 있는데, 이 현상이 가속화될 수도 있겠습니다. 일단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XM3가 출사표를 던졌는데, 과연 기대(?), 예상(?)에 부응할 지 지켜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