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지금까지 시승했던 차 중에 가장 좋았던 차는 뭔가요?”
자동차 기자를 한 지도 2년4개월이 넘는 시점에서 제 대답은 지금까지 확고합니다. 바로 포르쉐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입니다. 이 차를 탄 건 2018년 12월15~16일입니다. 지금은 제가 포르쉐 차량을 시승한 지 시간이 지나서 확실하지 않지만 당시에는 삼성역 부근 포르쉐 센터 대치에 직접 픽업을 하고 다음날 반납해야 했습니다.
자동차 기자를 할 때 ‘포르쉐’ 한 번은 타봐야 할 것 같아서 큰 맘 먹고 시승신청을 했고 드디어 ‘그 날’이 왔습니다. 점심 시간을 이용해 대치 센터를 방문했는데, 사진이나 영상으로만 보던 포르쉐 차량들이 보이는 겁니다. 일단 업무를 해야 하기에 기자실이 위치한 빌딩 지하 5층에 주차를 했고 퇴근하면서 다시 지하로 내려갔습니다.
퇴근 시간 강남 부근 교통은 정말 헬입니다. 게다가 이 차량의 판매 가격은 무려 1억5980만원입니다. 차를 처음 봤을 때 유려한 곡선, 왕눈이를 연상시키는 헤드램프, 포르쉐 특유의 엠블럼을 보면서 가슴이 뛰는 겁니다. 계기판을 보니 원형 모양의 게이지가 5개가 있네요.
시승 차량에 탑승했는데, ‘역시 명차구나’ 하는 느낌이 확 들더군요. 특히 스티어링 휠 중앙의 엠블럼과 마치 비행기 조종석이 연상되는 기어 근처의 각종 구성, 아날로그 시계, 화사한 시트 등이 어우러지면서 더욱 그런 생각을 했었죠. 시동은 일반적인 열쇠 모양이 아니라 막대 모양이었고 이걸 꽂고 돌려야 했는데, 시동버튼에 익숙해져 있어 특이했습니다.
제 앞에 드림카가 있는데 떨리는 마음이 진정이 안되서 캔커피를 마셨습니다. 드이어 출발을 하는데 1억5000만원이 넘는 차량을 지하 5층에서 지상 1층까지 가야하는데 식은땀이 났습니다. 은근 통로가 좁거든요. 어라운드 뷰 기능이 뜨는데, 위험이 감지되면 경고음이 울리면서 저의 긴장감은 더욱 극대화됐습니다. 겨우 나왔더니 이제는 저녁 강남 부근의 퇴근길을 맞닥뜨려야 했습니다.
집에 까지 거리는 17km이지만 1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고가의 모델을 운전한다는 부담감이 있기는 했는데, 생각보다 승차감도 좋고 내부 디자인도 마음에 들어서 집에 까지 가는게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하여튼 어떻게 집에 도착해서 잠을 잔 후 그 다음날 새벽 4시쯤 일어나 다시 운전을 했습니다.
주행 모드는 전기로만 구동되는 E-파워와 하이브리드 오토,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이렇게 4가지로 구성됐습니다. 전날 저녁 길이 엄청 막히는 구간에서는 E 파워나 하이브리드 모드를 선택했는데, 새벽 4시 자유로에는 통행량이 거의 없기에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를 선택하고 속도를 좀 내봤습니다.
여유있게 주행하는데, 디자인도 그렇지만 주행 성능이나 주행감도 참 만족스럽더군요. 명차, 드림카를 몰아보는 보람이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도 들구요. 차량을 반납하러 다시 대치 센터로 이동합니다. 길이 또 막히는데, 제가 탄 차가 포르쉐라 그런가 택시도 제 앞에 무리하게 끼어들지 않고 다른 차들도 저를 ‘존중’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고급차를 사는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주차를 하려는데, 주변에 지나가는 분들이 저를 쳐다보는 듯 합니다. 이런게 바로 ‘하차감’이구나 했죠. 제 차도 아니고 시승차인데 뭔가 뿌듯함이 느껴집니다.
그 이후에도 많은 차량을 시승했습니다. 그 중에는 포르쉐 911 카레라,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등도 있었고 금액면에서는 2억원이 넘는 레인지로버 오토바이오그래피도 있었죠.
하지만 911 카레라는 스피드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었지만 주행감에서는 파나메라 하이브리드에 미치지 못했고 내부 디자인이나 기능에서도 좀 차이가 났습니다. 내부, 외부의 디자인이나 브랜드의 호감도, 멋진 엠블럼, 훌륭한 주행성능과 정숙성, 게다가 하차감과 고급스러운 분위기 등에서 저는 제가 경험했던 시승 모델 중 단연 포르쉐 파나메라 4 하이브리드가 가장 좋았습니다. 언제 한 번 꼭(!!) 다시 경험해보고 싶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