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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seilleu Jun 14. 2020

아반떼 가격으로 알티마를 산다고?…닛산 철수를 보면서

작년 이맘때쯤 일입니다. 저는 7/8~12일 여름휴가를 계획했습니다. 일본의 도발로 인해 한일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되려던 시점이었죠. 


저는 여름휴가 계획을 변경하려고 했는데, 항공편과 숙소 예약을 취소하면 위약금이 꽤 나왔습니다. 제가 출국하기 전만 해도 갈등이 아주 크게 표면화되지 않았는데, 그 이후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한일 관계는 급냉각되게 됩니다.  


닛산은 작년 7월16일 자사의 대표모델인 신형 알티마를 출시하는 등 대대적인 마케팅을 계획했습니다. 그러나 양국 관계의 악화로 인해 출시행사는 취소되고 마케팅 계획들도 백지화가 됩니다. 


닛산 알티마 모습. 사진/marseilleu


작년 상반기 수입차 시장을 보면 일본차의 인기가 높아 토요타-렉서스-혼다가 3~5위권을 싹쓸이 할 정도였죠. 닛산 입장에서는 이제 판매 확대의 기회를 잡겠구나 하는 순간 양국의 갈등,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여파를 맞아 억울한 심정도 있었을 겁니다. 


결국 일본차 업체들은 불매운동 여파에 판매량이 급감하게 됩니다. 심지어 닛산은 지난해 8월에는 월 판매 58대라는 충격적인 성적을 거두기도 합니다. 그 쯤 외신에서 닛산의 한국 철수설이 보도됐고 올해 초에 희망퇴직을 받으면서 닛산의 한국 철수는 시간문제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배포됐던 알티마 신차출시 행사 취소 공지.


한동안 관심에서 잊혀졌던 닛산이 최근 주목을 받게 됩니다. 한국 시장 철수 결정을 내린데다가 엄청난 폭풍할인을 단행했기 때문이죠. 올해 5월 28일 오후 6시쯤 갑자기 배포된 닛산의 입장문은 이렇습니다. 


닛산은 2020년 12월말 부로 한국 시장에서 닛산과 인피니티 브랜드를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시장에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대내외적인 사업 환경 변화로 인해 국내 시장에서의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서 본사는 한국 시장에서 다시 지속가능한 성장 구조를 갖추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닛산이 파격할인 한 내용을 보니 알티마는 트림별로 1000만~1350만원, 맥시마는 1450만원 정도 가격을 내려버렸습니다. 당초 알티마는 시작가격이 2900만원 수준이라 3000만원이 안되는 금액으로 일본 중형 세단을 구입할 수 있다는 걸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습니다. 


닛산 알티마 모습. 사진/한국닛산


대략 현대차 ‘쏘나타’, 기아차 ‘K5’와 비슷한 가격대입니다. 그런데 폭풍할인을 해버리니 알티마의 가격은 1900만원대로 하락합니다. 이건 현대차 ‘아반떼’를 살 수 있는 금액이고, ‘국내 준중형 세단 금액에 일본 중형 세단을 구입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런 의미로 닛산에 문의가 쇄도하면서 물량이 완판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반떼 모던 트림이 1984만원이고 스마트 트림은 1749만원인데, 여기에 250만원짜리 인포테인먼트 내비1(버튼시동 & 스마트키, 듀얼 풀오토 에어컨, 후방 모니터, 10.25인치 내비게이션)을 고르면 1999만원이 됩니다. 


아니면 스마트 트림에 인조가죽 시트(25만원), 하이패스 시스템 + ECM 룸미러(25만원), 인포테인먼트 라이트(55만원), 익스테리어 디자인1(45만원)을 선택하는 금액과 닛산 알티마 할인 금액이 얼추 비슷합니다. 


아반테 트림별 가격표. 출처/현대차 홈페이지


이번 닛산 철수를 보면서 다양한 생각이 듭니다. 우선 국내 소비자들의 일본 불매 움직임이 강했다는 거죠. 과거에도 양국 관계 이슈로 불매운동이 있었지만 단기간에 그쳤다면 이번에는 1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일본 업체들이 국내에서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브랜드 파워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평가받는 토요타, 렉서스도 예외가 아닙니다. 


또 다른 생각은 양국 이슈가 없었다면 알티마가 어떤 판매량을 보였을까 하는 것입니다. 쏘나타와 K5 신형이 나온 시점에서 비슷한 가격대의 일본 중형 세단(나아가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등)이 한국에서 얼마만큼의 경쟁력이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닛산이 한국 철수를 하면서 다음 타자는 ‘혼다가 아닐까’ 하는 예상도 나옵니다. 한편으로는 고객의 감성을 자극했을 때 떤 결과가 벌어지는가에 대한 단상, 불매운동의 의지와 파급효과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알티마 내부 모습. 사진/marseill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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