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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seilleu Jun 02. 2020

“K7보다 그랜저를 살래요.”…5월까지 6만대 팔렸다니

코로나 여파에도 압도적인 페이스, 4년연속 베스트셀링카 사실상 확정

얼마전 BMW 뉴 5시리즈 월드 프리미어 행사에 참석했을때 였습니다. 몇몇 기자들과 같이 점심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때 ‘그랜저’가 화두에 올랐고 저는 작년에 계약했다가 아쉽게 개인적인 사정으로 취소했다는 말을 했죠. 근데 한 기자가 저한테 이렇게 질문을 했습니다. 

“혹시 K7 프리미어는 어때요? 그 차도 좋은 것 같은데요?”


저는 대답했습니다. 

“K7을 살 수 있으면 저는 그랜저로 가고 싶어요. 아무래도 비슷한 가격이면 그랜저의 상징성이나 브랜드를 포기하기 어려워서요.”


제가 구입하려고 했던 그랜저 캘리그래피 트림, 글로잉 실버 컬러. 사진/marseilleu


어제 국내 완성차 5월 실적발표가 있었습니다. 역시나 그랜저가 단연 돋보이는 성적을 거뒀습니다. 5월에만 1만3416대였고 5월까지 누적은 총 6만1916대입니다. 월 판매 1만2000대가 넘는 페이스죠. 


그나마 그랜저를 추격하는 그룹으로는 K5(3만6679대), 현대차 쏘나타(2만9910대), 아반떼(2만6730대), 쏘렌토(2만6270대), 셀토스(2만3613대) 등입니다. 이들도 그랜저의 판매량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을 정도로 그랜저는 지난해 11월 페이스리프트 이후 ‘더욱’ 잘나가고 있습니다. 위에 예시를 든 K7은 2만1071대네요. 


그랜저의 가격은 개별소비세 1.5% 기준 2.5 모델은 3212만원부터 시작하고 최상위트림 캘리그래피는 4042만원에 달합니다. 3.3 모델은 2.5 모델보다 245만~290만원가량 비쌉니다. 3000만원 후반대가 가장 많이 판매되는데, 준중형이나 중형 세단도 아니고 이런 준대형 세단이 이렇게까지 인기가 많은 건 정말 쉽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K7도 좋은차인데, 그랜저와의 판매 격차는 꽤 납니다. 사진/기아차


물론 여러가지 이유들이 거론됩니다. △1990년대나 2000년대에 비해 현재 국민소득이 상승해서 그랜저 구매가능 층이 넓어졌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생기면서 이른바 ‘사장차’ 포지션은 G80, G90가 가져갔다 △그랜저의 디자인이 젊어지면서 30대 고객들이 증가했다 △이왕 구입할 때 조금 무리해서라도 좋은 차를 장만하려는 심리 등등

(여기에 택시 판매도 영향이 있다는 분석도 있구요)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보는데, 그랜저의 인기 요인으로 '가성비'를 꼽는 의견들도 있었습니다. 아반떼나 셀토스, XM3도 아니고 그랜저가 가성비라니, 저도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좀 더 생각해보니 중형 세단에 비해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데다가 가격 차이는 생각만큼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또한 깡통 모델이어도 그랜저 정도되면 상당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쏘나타 또는 K5 플옵션과 비교했을 때 그랜저 엔트리 트림에 옵션 1~2개만 넣어도 만족감이 더 높다는 의견들도 있었습니다. 하긴 저도 쏘나타 하브 고려하다가 그 가격이면 그랜저를 살 수 있겠다는 판단에 그랜저로 선회한 경험이 있었죠. 


준대형 세단이 왜 이렇게 잘 팔릴까요? 사진/현대차


그랜저 깡통일 때도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이탈방지 보조, 차로 유지 보조, 뒷좌석 유아옹 시트 고정장치, 9 에어백 시스템, 버튼시동 & 스마트키, 오토 크루즈 컨트롤, 12.3인치 내비게이션, 듀얼 풀오토 에어컨, 뒷좌석 고급형 암레스트, 이중접합 차음 유리(앞면, 앞도어) 등이 기본 적용됩니다.  


여기에 스마트 센스Ⅰ(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고속도로 주행보조, 내비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전방 충돌방지 보조), 플래티넘(12.3인치 풀 LCD 클러스터, 터치식 공조 컨트롤러 등)만 옵션 선택해도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구성이 됩니다. 


터치식 공조 컨트롤러 모습. 사진/marseilleu


저는 여기에 운전실력이 부족해 파킹 어시스트Ⅰ(서라운드 뷰, 후측방 모니터), 땀이 많고 더위를 잘 못견뎌서 프리미엄 초이스(앞좌석 통풍시트 등)까지 선택하겠지만 이 정도만 되도 굳이 캘리그래피 트림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또 다른점을 생각해보니 그랜저의 5월 누적 판매 6만1916대 중 하이브리드가 1만2848대로 대략 20%를 차지합니다. 일반 승용 모델에서 하브가 이 정도 비율을 보이는 것도 이례적입니다. 일본 불매운동 여파 등으로 렉서스나 토요타 하브 모델을 선호했던 고객들이 그랜저 하브로 몰리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 추세라면 4년 연속 베스트셀링카 자리는 거의 확정이고 올해 14만~15만대도 넘볼 수 있는 추세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랜저의 인기는 이해가 잘 안가면서도 놀랍습니다.


지난해 11월 시승행사에서 찍은 사진. 사진/marseill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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