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를 추격할 수 있을 것인가
2년5개월 동안 자동차 분야를 담당하면서 ‘BMW 화재 사태’는 자동차 이슈 Top3 안에 들 정도로 강렬한 기억이 남습니다. 얼마전 지인들과 술자리에서 BMW가 나왔는데, ‘아직도 주행 중에 불이 나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화재 사고는 BMW의 이미지로 각인이 됐다는 의미겠죠.
당시에 BMW는 저한테 ‘비호감’의 이미지였는데, 올해는 ‘호감’의 이미지로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BMW는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뉴 5시리즈와 뉴 6시리즈 그란 투리스모의 월드 프리미어(세계최초 공개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또한 오는 24일에는 MINI가 ‘뉴 MINI 컨트리맨’을 역시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합니다.
BMW그룹 소속 브랜드들이 두 달 연속으로 한국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개최하는데, 그만큼 한국 시장이 중요하다는 의미겠죠. 실제로 주력 모델이 잘 팔립니다. BMW 5시리즈는 국내에서 2018년 2만3847대, 2019년 1만9138대가 팔렸는데, 글로벌 시장 중 2위입니다. 올해는 4월 기준 1위로 올라섰습니다. MINI의 경우에는 글로벌 시장 중 한국이 8위 정도라고 합니다.
올해가 BMW코리아의 설립 25주년, MINI코리아의 설립 15주년인 점도 고려가 됐을 것입니다. 보통 국제적인 모터쇼에서 주로 실시되는 세계최초 행사, 그것도 5시리즈 같은 대표 모델을 대상으로 진행한다는 것에 저는 긍정적인 인상을 받았습니다.
MINI에서 보낸 자료를 봐도 위에서 언급했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BMW그룹은 한국을 전통과 현대, 자연과 도시가 공존하며 활기찬 에너지와 독창성이 돋보이는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K-방역'이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한국의 성공적인 코로나19 방역 대응과 MINI를 향한 한국 고객들의 뜨거운 애정도 한국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개최하게 된 배경이다"
또한 저는 메르세데스-벤츠에 내준 수입차 1위 자리를 회복하기 위한 하나의 포석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올해 5월까지 판매 실적을 보면 벤츠(2만8696대), BMW(2만1361대)로 나란히 1·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점유율은 각각 28.4%, 21.2%입니다. 작년 같은 기간 벤츠 점유율은 29.5%, BMW가 16.3%였던 점을 감안하면 두 브랜드 간 격차는 13.2%포인트에서 7.2%포인트로 줄었습니다.
화재 사태 직후 BMW의 월 판매는 5000대 수준에서 2000대 수준으로 급감했는데, 올해는 다시 4000~5000대 정도로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조금 더 판매량을 높이면 벤츠도 사정권에 들어올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입니다.
MINI의 경우에는 2년연속 1만대 클럽에 가입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MINI는 2017년 9562대, 2018년 9191대로 아쉽게 1만대를 넘지 못하다가 작년 1만222대로 드디어 1만대 클럽에 가입한 바 있습니다. 올해 5월까지는 4177대로 전년동기(3804대)보가 9.8% 증가한 판매를 보이고 있어 가입은 유력해보입니다.
BMW와 MINI는 10월 또는 11월쯤 한국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했던 뉴 5시리즈, 뉴 6시리즈 그란 투리스모, 뉴 MINI 컨트리맨을 국내 출시합니다. BMW그룹이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과연 올해 수입차 판도는 어떻게 변할지, BMW가 벤츠를 추격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올해 수입차 판도의 관전 포인트라고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