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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seilleu Nov 13. 2020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 그시절 성공의 상징 ‘각그랜저’

30년만에 드디어 소원성취를 하다!!

얼마전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 들러서 현대차 1세대 1991년식 그랜저를 시승했습니다. 이른바 ‘각그랜저’라고 하죠. 현대차에서 지난주까지 포니1, 포니2, 갤로퍼를 전시했고 현재는 헤리티지 시승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승 라인업은 스쿠프, 포니2, 그랜저인데, 저는 두 번 생각도 하지 않고 그랜저를 골랐습니다. 우선 스쿠프는 제가 그 시절(?) 사람이지만 잘 모르는 모델이고, 그랜저에 대한 로망이 컸기 때문입니다.


1991년식 그랜저. 이른바 각그랜저 모습. 사진/marseilleu


시승 전 라운지에서 대기. 저는 10시 타임. 사진/marseileu


당시 각그랜저는 회장님들이 타는 성공의 상징이었습니다. 각그랜저 가격은 1800만~1900만원 정도라고 하는데, 그때 대기업 직원 월급이 30만원이었다고 합니다. 서울 집값이 수천만원 하던 시절인 걸 감안하면 엄청난 가격이고 아무나 탈 수 없는 그런 차였죠.


시승을 하기 앞서 라운지에서 키 전달식(?)이 있었습니다. 차량 모형의 케이스에서 열쇠를 꺼내는데, 제 이름표도 있네요. 다만 주행은 구루(전문 드라이버)가 하기 때문에 저는 동승만 할 수 있었고 키는 당연히 구루께서 가져가셨습니다.


시승 시간은 20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영상 촬영도 굉장히 스피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차량은 한정되어 있고 다음 시승할 분들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죠.



시승 전 이런식으로 키가 전달된다. 사진/marseilleu


저는 어렸을 때 각그랜저를 TV에서나 봤지 실제로 타본적은 없습니다. ‘30년이나 지났으니 차체도 작고 올드카니까 승차감도 안좋겠지. 요즘 신차들이 얼마나 좋은데’ 이런 생각을 하고 탑승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 예상보다는 차체가 길었고 차량 관리도 잘 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각’그랜저 답게 전반적으로 직선 형태와 각이 진 형태가 눈에 띕니다. 우선 동승석에 탑승을 했는데, 시트가 뭔가 소파처럼 푹신푹신합니다. 최근 신차에서는 나파가죽이 주로 쓰이는데, 각그랜저에는 벨벳시트가 쓰인 듯 합니다. 문쪽에는 쎄무라고 해야할지 고급 소재가 적용됐습니다.


시승 전 기념촬영을 해주시고 끝난 후 기념 사진을 주셨습니다. 사진/marseilleu


아날로그 감성의 계기판. 그러나 30년전에도 크루즈 기능이 있었다. 


뒷좌석에 탔을때는 착좌감이 더욱 좋았는데, 역시 당시 최고급차답게, 게다가 쇼퍼 드리븐 차량이었으니 뒷좌석에 신경을 쓴 흔적이 보였습니다. 계기판은 정말 아날로그 감성 그 자체입니다. 속도계와 RPM, 연료게이지, 기어모드, 시계 등 정말 필요한 정보만이 딱 나와있습니다.


송퐁구는 생각보다 작았고 저의 시선은 센터페시아 부분에 꽂혔습니다. 카세트가 있었던거죠. 요즘에 정말 보기 힘든건데, 1990년대만 해도 카세트 테이프로 음악을 들었습니다. (이후 CD, MP3 등으로 진화하죠.) 파워 윈도우 기능도 됩니다. 지금이야 당연한 기능일 수 있지만 그때는 손잡이를 돌려서 창문을 열거나 닫는게 일반적이었죠.


소파처럼 푹신푹신했던 벨벳 시트.


그랜저의 뒷 모습.


기어는 마치 무전기가 연상되듯 엄청 큽니다. 4단 자동변속기였는데, 그 시절에는 수동변속기가 많이 쓰였습니다. (1990년대 후반에도 연비가 좋다는 이유로 택시에서 수동이 많이 사용됐죠.) 오버 드라이브 기능도 탑재됐구요. 옆쪽을 보니 재떨이도 있습니다. 자꾸 옛날 얘기를 하니 제가 마치 화석(?)이나 라떼(?) 같은데 제가 어렸을때만 해도 사무실은 물론 버스에서도 흡연을 시절이었죠.  


시승 코스는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 주변 7.2km였는데 고속주행을 할 수 있는 구간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시절 혁신적(?) 기능이었던 크루즈 컨트롤을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부드럽게 차량이 나아가고 깔끔한 주행감이 느껴졌습니다. 차량 관리가 잘 되어있어서 그럴수도 있는데, 반복해서 언급하지만 승차감은 제 예상보다 좋았습니다.


시승 코스. 20분 정도 소요됐다.


생각보다 길었던 각그랜저.


영상을 찍어서 그런가 20분이라는 시간이 더욱 빨리 지나갔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몰았던 프레스토를 탔었고 1992년도에는 엘란트라로 바꾸셔서 그랜저는 커녕 90년대에 저는 쏘나타도 못타봤습니다.


그래서 각그랜저의 저의 로망이었고 이번 시승이 기대됐습니다. 그랜저는 당시에 현대차그룹의 플래그십 모델, 최고 기함이었죠. 지금으로 치면 제네시스 G90이나 벤츠 S클래스 정도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점점 그 위상은 아슬란(!!)이 나왔었고 제네시스 G80, G90이 나오면서 내려가게 됩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각그랜저는 추억의 명차, 레전드로 회상되는 만큼 많은 분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시승을 하면서 추억의 시간여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나름 영상을 의미있게, 재미있게 찍으려고 선글라스도 착용하고 과감한 포즈도 취했는데, 마스크 착용하면서 무슨 범죄자(?) 같이 나와버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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