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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seilleu Nov 11. 2020

격화되는 갈등, 한국지엠 철수설 재점화되나(르포)

어제 한국지엠 부평공장에 가봤습니다. 제가 자동차 기자를 한 게 2018년 1월이었는데, 그 해 2월 한국지엠은 군산공장 폐쇄 방침을 발표했었습니다. 당시 ‘한국지엠이 철수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었는데, 한국지엠의 내홍은 2년9개월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2017년 내수 판매 13만2377대를 기록했던 한국지엠은 이 여파로 2018년 9만3317대, 2019년 7만4671대로 급감했습니다. 그나마 올해는 트레일블러이저의 선전으로 10월까지 6만7139대로 전년 대비 11.3%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여파로 미국 수출에 큰 차질을 빚으면서 수출은 16.4% 하락했습니다. 


10일 오전 부평공장을 방문했다. 사진/marseilleu


서문 근처 모습. 사진/marseilleu


올해도 노사갈등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노조는 지난달 23일부터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달 4일부터는 4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3일, 노조는 ‘GM 자본 고소·고발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사측도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습니다. 이달 6일에는 차세대 글로벌 신제품 생산을 위해 예정되어 있던 부평공장 투자 관련 2100억원의 비용 집행을 보류하고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죠. 


노조 사무실 부근 붙어있는 노보. 사진/marseilleu


제가 놀랐던 부분은 군산공장 폐쇄 이후 한국지엠은 경영정상화를 강조해왔습니다. 노사 간 신경전은 있었지만 이런식으로 ‘투자 못하겠다’면서 압박하는 건 굉장히 의외였습니다. 이를 두고 ‘한국철수의 사전 포석’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래서 10일 오전 9시30분쯤 부평공장에 가봤습니다. 인적도 별로 없고 조용했는데, 노조의 입장은 무엇인지 해서 노조 관계자를 만났습니다. 당초 10일 오후 4시 노조는 쟁의대책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는데, 관계자와 대화하던 중 사측에서 공문이 오더군요. 그래서 쟁대위는 2시, 노사 교섭은 4시로 변경이 됐습니다. 


본관 맞은편에서 보이는 광경. 사진/marseilleu


대화를 마친 후 공장 주변 분위기를 살펴봤습니다. 그러던 중 11시가 넘어서니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네요. 부분파업으로 인해 퇴근을 하는 것으로 추측이 됐습니다. 조합원들에게 그냥 퇴근하지 말고 본관에 스티커를 붙이라고 독려를 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몇몇 분들은 공장 주변을 돌면서 꽹가리를 치면서 투쟁(?)의 분위기를 조성하네요. 


본관에 가보니 항의 규탄집회 및 본관 스티커 부착 투쟁이 진행됩니다. 처음에는 본관에 붙은 스티커가 별로 없었는데 순식간에 많아집니다. 스티커를 보니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 얼굴과 각종 문구들이 담겼습니다. 저는 좀 더 현장을 둘러보다가 공장 밖으로 나왔는데, 노사 간 ‘강대강’ 대결구도에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10일 오전 11시경 본관 모습. 사진/marseilleu


그 이후 스티커가 붙은 모습. 사진/marseilleu


양측은 올해 임단협에서 좀처럼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노조가 주장하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 통상임금 400%+600만원 성과급 지급 등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사측이 제안하고 있는 임금협상 주기를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사실상 수용되기 어렵구요. 


현재 말리부, 트랙스를 생산하고 있는 부평2공장의 미래 계획이 노사갈등의 핵심으로 판단됩니다. 말리부, 트랙스의 판매량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이들 차종이 단종되면 생산할 차량이 없습니다.



자세히 보니 저런 내용이네요. 사진/marseilleu


올해 1공장에서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고 있고 2022년 말~2023년 초 창원공장에 CUV 물량이 배정될 예정입니다. 2공장은 CUV의 파생물량을 받지 못하면 공장 폐쇄, 구조조정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구요. 노조가 2공장에 대한 미래계획을 계속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지엠 부평공장을 수차례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양측의 입장 모두 이해가 가면서도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도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까지 한국지엠이 철수할 공산은 크지 않겠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자칫 현실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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