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전에 제네시스 신형 G90를 시승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꼭 타보고 싶은 차였는데, 그동안 인연이 없어 아쉬웠던 모델이었습니다.
신형 G90가 출시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2018년 11월 말 예전 G90 출시행사에 참석했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당시는 지금과 같은 코로나 시국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제네세스의 플래그십 모델이다보니 출시행사에 굉장히 힘을 줬었죠.
당시 신라호텔에서 성대하게 행사가 진행됐는데, 취재진이 워낙에 몰려서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저는 신라호텔 주변을 30분간 도는 도슨트 투어를 신청해서 체험했는데, ‘뒷좌석을 타봤으니, 직접 운전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시승을 수차례 시도했지만 인연이 닿지 않았는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행사는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됐습니다. 대중교통으로 가려고 하니 무려(!!) 신분당선 광교중앙역까지 가야 했습니다. 오후 1시에 행사가 시작해서 6시에 끝나니 저녁 먹고 출발하면 집에 언제 도착할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수원컨벤션센터에 도착했는데 이곳에서 ‘제네시스 수지’까지 쇼퍼 드리븐을 체험했습니다. 시승 참가자들은 우선 뒷좌석에 타서 고급감을 체험해보라는 의도로 보였습니다. 지난해 벤츠 S클래스 시승행사때도 기착지에서 돌아올 때 쇼퍼 드리븐 프로그램이 진행된 적이 있었습니다.
벤츠 S클래스 시승때도 느꼈지만 G90 뒷좌석에 타보니 편하고 좋습니다. 하긴 이런 고급 플래그십 세단은 뒷좌석의 편안함과 고급감에 공을 많이 들이죠. 저도 마치 대기업 회장이 된 듯한 느낌인데, 문득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무드 큐레이터’를 체험해봤습니다. 앞좌석 헤드레스트에 있는 10.2인치 터치스크린으로 다양한 기능을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Vitlaity나 Delight를 설정하면 전반적으로 활기차고 힘이 나는 음악, Care나 Comfort를 선택하면 힐링되고 조용한 음악이 재생됩니다. 배경 이미지와 애니메이션 효과도 그에 맞춰 변경됩니다.
향수가 연상되는 버튼을 누르니까 실내 향기가 바뀌는 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전동식 커튼 버튼도 누르니까 실제로 커튼이 닫힙니다. 그 외에 이런저런 설정을 해보니까 날씨 정보도 볼 수 있고 후방카메라 화면도 볼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걸 할 수 있습니다.
운전자 분께서 ‘REST’ 버튼을 눌러보라고 합니다. 그래서 눌러봤더니 앞좌석 시트가 천천히 앞으로 이동하더니 기울어집니다. 그러면서 제가 탑승하고 있는 시트 밑에서 받침대가 올라옵니다. 즉, 다리를 쭉 펴고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REST’입니다.
신차 시승을 할 때 뒷좌석을 이렇게 체험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솔직히 운전하기 바쁘고, 저도 예전 시승 유튜브를 할 때는 주행하면서 멘트하면 정신이 없습니다. 그리고 뒷좌석 암레스트 공간에 8인치 화면으로 구현된 터치 디스플레이도 멋졌고 항균 기능이 적용되는 수납 공간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역시 고급차, 좋은차입니다. (제가 구입하기 어려워서 문제지만요.)
제네시스 수지에 도착하니 신형 G90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순서가 진행되네요. 코로나19 시대에는 이런 행사들이 간소화되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장재훈 사장, 이상엽 부사장 등이 나와서 직접 설명을 했습니다. 그 날따라 제네시스 관계자분들이 자신감이 느껴졌는데, G90가 작년 12월18일 사전계약 첫 날 1만2000대를 돌파하면서 흥행에 청신호가 켜졌기 때문입니다.
발표회가 끝나고 제네시스 수지 2층부터 차례로 이동하면서 G90의 스케치라던가 모형, CAD 작업 등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아까 체험했던 무드 큐레이터 기능 설명도 듣고 다시 여러 설정을 해봤습니다.
드디어 시승 순서가 다가왔습니다. 시승코스는 제네시스 수지에서 ‘CGV DRIVE IN 곤지암’을 왕복하는 약 120km 구간이었습니다. 시승 모델은 3.5T-GDi에 ▲하이테크 패키지 ▲드라아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이지 클로즈 시스템 ▲전동식 뒷좌석 듀얼 모니터 ▲뒷좌석 컴포트 패키지Ⅰ,Ⅱ 등이 포함됐습니다.
여기에 AWD, 20인치 휠, 멀티챔버 에어 서스펜션, 능동형 후륜조향, 파노라마 선루프, 뱅앤올룹슨 사운드 패키지까지 적용되면서 차량 기본가격은 9100만원인데 옵션을 다 포함하니 1억3000만원이 넘어갑니다.
3년전 G90의 그릴을 보고 ‘정말 크다, 투 머치(Too much)다’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보다 보니 이제는 적응이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헤드램프를 보면서 생각보다 세련된 느낌을 줬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제 제네시스하면 두 줄 디자인의 헤드램프와 리어램프가 저절로 연상되는데, 다만 후면부 램프 디자인은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 것 같습니다.
내부 디자인은 역시 멋집니다. 밝은 톤의 시트 색상도 마음에 듭니다. 벤츠 S클래스 내부는 웅장하고 화려하다면 G90는 상대적으로 노멀하고 깔끔하다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스티어링 휠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다른 제네시스 모델과는 달리 투 톤 조합에 입체적인 모습이네요. 디스플레이와 송풍구의 수평 라인도 돋보입니다.
변속기는 다이얼 형태입니다. 알루미늄 소재에 화려한 디자인이 적용되어서 고급스러운 감성이 표현됐습니다. 전자식 변속 조작계(SBW)와 다이얼 타임 집중 조작계(CCP)를 구분할 수 있도록 손이 닿는 부분의 질감을 다르게 했습니다.
뒷좌석에도 있지만 앞좌석에도 ‘이지 클로즈’ 버튼이 있습니다. 버튼을 누르면 문이 열려서 편합니다. 내부 공간도 넓고 고급스러우니까 시승을 하기 전부터 만족스럽습니다.
시승 차량에는 가솔린 3.5 터보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됐습니다. 최고출력은 380마력, 최대토크는 54.0kg.m입니다. 벤츠 S클래스 시승때는 비가 왔었는데 이날은 추웠습니다.(요즘도 영하 10도 정도 추운 날씨가 계속 되고 있죠.)
주행을 시작했는데, 역시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점이 느껴집니다. 일반적으로 신차 시승을 하면 승차감이 좋은 편인데 그걸 감안하더라도 승차감이 뛰어납니다. 게다가 정숙성도 훌륭해서 별다른 소음도 들리지 않습니다.
차량에 소음저감 기술인 ‘액티브 로드 노이즈 컨트롤(ANC-R)’을 비롯해 전체 도어에 이중 접합 차음유리 등이 적용된 게 정숙성의 원인으로 판단됩니다. 승차감이나 정숙성은 1억원이 넘는 고급 차량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번 시승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이었습니다.
예전 G80에서 비슷한 기능을 체험했지만 효과가 훨씬 부드럽게 구현됩니다. 게다가 계기판 설정을 이리저리 해보다가 계기판에도 전방 시야와 함께 AR기능이 표현되어서 운전하기 매우 편리했습니다. 이 정도되면 HUD가 없어도 전혀 불편함이 없습니다.
보통 G90 같은 차량을 두고 ‘쇼퍼 드리븐’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자기가 운전하기보다 운전기사가 운전을 해주는(!!)데 보다 최적화되었다는 의미겠죠. 그런데 이 정도 고급차는 뒷좌석에서 편하게 타는 묘미도 있지만 운전하는 재미 또한 있습니다.
2시간 정도 짧은 시승이어서 많은 걸 체감하지는 못했지만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도 만족스러웠습니다. ‘보스턴 심포니 홀’ 등의 설정을 선택해봤는데 사운드, 음질을 잘 모르는 막귀(?)인 제가 들어도 뭔가 울림이 증폭되고 깊이있다는 점이 느껴집니다.
주행을 마쳤는데 연비는 공인 복합연비 8.3km/ℓ보다 다소 높은 9.1km/ℓ이 나왔습니다. 벤츠 S클래스와 비교하면 단연 이름값(!!)이나 삼각별 감성, 하차감(?)에서는 S클래스가 낫겠죠.
저는 승차감 면에서는 S클래스가 G90때보다 만족스러웠는데, G90는 상대적으로 운전하기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드디어 G90를 시승할 수 있었는데 왜 CEO들이 선호하는 차량인지, 특히 스타트업 대표들이 이 차량을 타려고 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저도 성공해서 이런 좋은 차량을 몰아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