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같으면 포기할 것 같다.
어느샌가 신차 출고 대기기간이 1년이 넘는 건 흔한 일이 됐습니다. 예전에는 포르쉐나 볼보 등 일부 수입차에만 해당되는 줄 알았는데 말이죠.
지난해부터 출고 대기가 긴 모델은 쏘렌토 하이브리드,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등 하브 모델이나 아이오닉5, EV6, GV60 등 전기차 모델입니다. 그래도 최대 18개월 정도 기다리면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11월 현대차 납기표를 보니 제네시스 GV80 가솔린 2.5 모델은 무려 30개월 이상입니다. 가솔린 3.5도 26개월 이상, 심지어 디젤 3.0도 14개월 이상이 걸립니다.
기존의 강호(?)라고 할 수 있는 쏘렌토 하브는 18개월, 스포티지 하브 16개월, EV6 14개월 이상입니다. 현대차 아반떼 하브가 24개월, 아이오닉6 18개월, 싼타페 하브 24개월, GV70 16개월 이상입니다.
18개월도 긴 시간이라고 할 수 있지만 30개월, 24개월 이런 숫자를 보다 보니 별 것 아닌 것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입니다.
그래서 현대차 대리점에 문의를 했습니다. 정말로 30개월이나 걸리는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GV80에 관심이 있는데 혹시 계약하면 언제쯤 차량을 받을 수 있을까요?”라고 하자 딜러분은
30개월 정도 생각하시면 됩니다. 반도체나 부품 수급 상황을 감안해서 납기표가 나오는데,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그 정도입니다. 그런데 혹시 옵션이나 트림, 컬러에 따라 그보다 빨리 받을 수도 있으니 일단 계약을 걸어두시는 게 좋습니다. 지금이라도 50만원 계약금 내셔야 그나마 빨리 받으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GV80 동호회에도 가서 검색해봤습니다. 그런데 회원분들이 올리는 글, 댓글을 봐도 정말 30개월 또는 그와 근접한 기간으로 안내받았다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30개월이면 무려 2년 6개월입니다. 지금 계약하면 2022년은 바라지도 않고 2023년도 아니고 2024년도 아니고 2025년 4월에서 5월 사이입니다. 이 정도면 GV80 페이스리프트는 당연하고 풀체인지가 나올 만한 시간입니다.
제가 만약 육군에 입대한다면 2024년 5월에 제대합니다. 군대 제대하고도 1년이 남는 판국입니다.
(물론 저는 무려 20년전인 2002년 1월 입대해 2004년 3월 제대했습니다. 원래 2년2개월이었지만 2주가 단축됐었죠. )
저도 GV80를 시승해봤고 주변 오너분들한테도 좋은 평을 많이 들었습니다. GV80 출시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럭셔리 SUV가 등장한다고 엄청난 관심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무려 30개월이나 기다려야 할 모델인가 하면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말이죠.
18개월도 저는 기다릴까 말까인데 30개월이면 저는 과감하게 포기할 것 같습니다. 지금과 같이 전동화, 자율주행, 미래 모빌리티의 변화가 빠른 상황에서 30개월은 너무나 긴 시간입니다. 특히 저도 5년 가까이 자동차 분야 기자를 하면서 ‘정말 빠르게 변화하는구나’를 실감하고 있구요.
그래서 일부 GV80 계약자들은 BMW X5 등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GV80나 X5나 차체가 큰 SUV를 구매하는 이유는 자녀를 태워야 한다던가, 많은 인원이 여유로운 공간에서 탑승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다보니 흉흉한(?) 소문도 돌고 있습니다. 제네시스가 내수보다 해외 수출에 물량을 집중한다는 말이 있죠. 하긴 워낙에 원달러환율이 1400원을 돌파할 정도였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어떤 기사를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GV80 대기기간이 30개월이지만 캐나다는 4개월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또한 렌터카나 리스카, 공유서비스 등에 먼저 배정되어 일반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문제는 조금씩 완화되고 있다고 하는데, 신차 출고 대기기간은 더 늘어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언제까지 이런 비정상적인 대기기간이 지속되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