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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seilleu Sep 18. 2016

영화 <라이트아웃>과 주가의 ‘불확실성’

얼마전 <라이트아웃>이라는 공포영화를 봤습니다. 저한테는 너무나 무서운 영화여서 ‘제발 빨리 끝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 영화에서 불빛이 꺼지면 괴생명체의 희미한 실루엣이 보이지만 불이 켜지면 사라집니다. 불빛이 있을 때 괴생명체에 위협을 받지는 않지만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불이 꺼지면 괴생명체는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공격까지 합니다.


어둠이 주는 공포에다가 언제 어디서 공격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저한테는 무섭게 다가왔습니다. 차라리 괴생명체가 보이면 좀 덜한데, 어둠 속에서 나타나기 직전 순간에 가장 공포감이 고조됐습니다. 


주인공들이 지하실에 갖혔는데 이때도 무서웠습니다.


생각해보니 저는 놀이기구 중 자이로드롭이나 자이로스윙은 잘 타는데 바이킹은 유독 무섭습니다. 그런데 가장 무서울 때는 바이킹을 탔을 때가 아니라 타기 전에 줄을 서면서 타고 있던 사람들의 비명과 바이킹이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들리는 소리를 듣다가 타기 직전의 순간이었습니다. 


서론이 길어졌는데 ‘불확실성’에 가장 민감한 분야 중 하나는 증권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확실한 상황이 있을 때는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오히려 그 상황이 실현됐을때는 부정적인 영향을 덜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른 기구보다 이상하게 바이킹이 무섭습니다. 사진 : 롯데월드 홈페이지

최근 국내 경제의 핫이슈인 한진해운을 예로 들겠습니다. 얼마전 한진해운 관련 청문회도 있었고 이 자리에서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전 한진해운 대표)의 연기력(?) 논란도 있었죠. 


한진해운은 8월31일 법정관리를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8월달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했던 시점이었습니다. 특히 8월말에는 ‘불확실성’이 고조되던 시기였죠. 


이는 주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7월27일 2180원이었던 주가는 하락세를 보여서 8월29일 1635원까지, 법정관리 신청 전 날인 30일에는 무려 24.16%가 떨어지면서 1240원까지 하락합니다. 

(참고로 한진해운은 8월31일부터 9월4일까지 거래가 정지됐다가 5일 거래 재개가 됐습니다. 한진그룹의 1000억원 규모 지원안이 발표되면서 상한가를 기록했고 13일 기준 1285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대표.(현 유수홀딩스 회장). 출처 : http://waitingforthatday.tistory.com/984


그런데 비슷한 시기 대한항공의 주가는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8월29일 2만9100원이었던 주가는 9월2일 3만5000원까지 상승했습니다. 


시장에서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행은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자금을 지원하지 않거나 최소화 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불확실성의 해소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한진해운과 엮이면 손해라는 생각을 하겠죠.)


마지막으로 A증권사 리서치센터장님이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한 통화를 하면서 저한테 이런 말씀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증권가에서는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하죠.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서 판단을 내리기 힘드니까요. 그런데 정작 불확실성이 이뤄지면 생각만큼 큰 영향이 없을 때가 많습니다. 이미 투자심리, 주가에 반영이 된 데다가, 아이러니하게 불확실성이 사라진 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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