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스'맨이 스포츠맨...
어린 시절,
우리에게 환호와 감동을 선사했던 스포츠 영웅들의 모습은 여전히 마음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탁구대 위에서 끈기 있게 공을 넘기던 유남규, 지칠 줄 모르고 그라운드를 누비던 박지성,
마운드 위에서 불꽃같은 공을 던지던 박찬호, 그리고 축구의 맥을 짚어내던 이영표.
그들의 이름은 단순히 뛰어난 선수를 넘어, 우리 시대의 자부심이었다.
은퇴 후에도 그들이 보여준 행보는 많은 이들에게 '스포츠인'으로서의 바람직한 정체성을 제시해 주었다.
그들은 감독, 행정가, 해설가라는 새로운 역할로 여전히 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며
자신들의 전문성을 빛내고 있다.
하지만 모든 영웅이 그 길을 택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 아니 공중파든 케이블 방송이든 방송가 전체를 점령하다시피 한 스포츠 스타들의
모습은 씁쓸함을 넘어 납득하기 어려운 의문을 던진다.
박세리, 강호동, 안정환, 허재, 이대호, 이동국과 같은 이름들이 이제는 예능 프로그램의 중심에서
웃음을 만들어내는 것을 볼 때마다, 이 현상이 과연 옳은 것인지 되묻게 된다.
체육계에서는 스포츠 스타들의 TV 예능 출연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운동선수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그 스포츠 종목이 홍보된다는 이유다.
요즘은 아예,
이미 스타인 선수들 말고도 비교적 덜 유명한 선수들도 TV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재미(?)룰 보고 있다.
물론, 방송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그 길로 가는 것이 맞다
그리고 솔직하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고는 있다.
그러나 그들의 위대한 서사가 그저 가벼운 예능 콘텐츠로 소비되는 현실은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다.
이는 비단 선수 개인의 선택 문제만은 아니다.
스포츠 스타들의 유명세에 기댄 채 손쉽게 시청률을 올리려는 방송사의 안일한 행태가 더 큰 문제다.
은퇴한 스포츠 스타들의 예능 출연은 마치, 특정 직역의 고위 관계자들이 퇴직 후 유관 단체에 재취업하는
'관피아'처럼, 스포츠 스타들에게는 예능인이라는든든한 '보장된 재취업'의 길을 열어주는 것처럼 보인다.
상대적으로 이러한 현상은 평생 웃음과 재치를 갈고닦아온 예능인들의 밥그릇을 위협하는 꼴이기도 하다.
어찌 된 영문인지, 땀 냄새나는 코트와 그라운드에서 수십 년을 보낸 이들이 화려한 스튜디오에 앉아
편안하게 잡담을 나누고 웃으며 막대한 출연료를 받아가는 모습은, 시청자들을 우롱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들의 가치와 전문성이 고작 예능 프로그램의 한 장면으로 소모되는 것은
분명코 아쉬운 일이다.
정부와 방송계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스포츠 영웅들의 지식과 경험이 사장되지 않고, 대한민국 스포츠의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과 역할 분담이 절실하다.
그들의 무대는 화려한 조명 아래 웃음을 파는 스튜디오가 아니라,
후배들을 키워내고 스포츠의 가치를 전파하는 현장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요즘..
펜싱 국가대표 선수였던 오*욱 선수가 TV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을 한다.
이유나 계기가 있을까? 단지 잘 생겨서?
오*욱 선수 자체를 가지고 뭐라 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그들의 위대한 활약을 기억하고 존경하는 만큼, 그들이 은퇴 후에도 스포츠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지켜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유럽리그에서 현재, 미국 리그로 이적한 축구선수 손흥민..
그는 예전 인터뷰에서 자신은 "은퇴하면 축구계 떠나겠다"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그 발언이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다.
그도 은퇴 후에... 예능?
그럴까?
스포츠인이 예능에 출연할 수는 있다.
하지만, 예능의 주류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예능인과 스포츠인의 경계가 분명했으면 좋겠다.
예능인은 예능으로 스포츠인은 운동으로 남았으면 한다.
문득,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의 어느 대목 대사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도대체 넌 뭐냐? 건달도 아니고... 그렇다고 민간인도 아니고... 반달이냐"?
그리고...
예전에 TV에서 보던 일본 스포츠 브랜드 ASI*S 광고의 CM송도 생각이 난다.
♪ ♩ 아쉽스맨이 스포츠맨~ 아/ 쉽/ 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