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끄기 / 전원 끄고 다시 시작

경고 : 모든 것이 깨끗하게 지워집니다. 정말로 '초기화' 할까요?

by 마르쉘

가끔 드는 생각...


내 몸에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처럼 '전원' 버튼이 있다면 어떨까...

내 몸... 또는 내 마음에 아픈 곳을 3초 정도 '꾹~' 누르면

세상의 모든 복잡한 생각과 감정을 잠시 멈추고

잠시 나를 'OFF' 할 수 있는 그런 버튼...


모든 것을 멈추고 싶은 순간이 있다.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에 휩쓸려 허우적대는 기분이 드는...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절망감이 찾아오는...

그런 순간이 있다.


살다 보면 어쩌다가는...

차라리 전원이 꺼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힘든 시간에 직면하기도 한다.


늦더위가 사람을 지치게 하는 오후...

에어컨 바람도 소용없을 만큼 축축한 공기가 온몸을 휘감고...

머리는 멍해지고 발걸음이 젖은 솜처럼 무겁다.


빈자리가 많은 집에 오는 버스에 앉아

운전수가 틀어 놓은 라디오 음악을 멍~ 듣다가

조용히 머리를 차창문에 가져다 댄다.


버스의 진동이 유리창을 통해 머리통으로 느껴진다.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모르지만...

바보 같은 모습이었을까?


한 번쯤...

모든 관계에서 오는 피로와 감정 소모에서 벗어나서

그냥 텅 빈 상태로 존재하고 싶다...

우리는 누구나 살면서 크고 작은 상처를 입는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오해와 실망...

기대했던 일의 좌절...

알 수 없는 외로움과 우울감...

이런 감정들이 겹겹이 쌓여 마음속에서 무거운 짐이 된다.



그럴 때면......




누가 나 대신 내 상태를 보고

"이 사람... 휴식이 좀 필요해 보인다"며

내 몸의 '전원'을 끄고 'OFF'로 해 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한다.


가끔은 SNS에서 다른 사람들의 활동적이고 행복한 모습을 보면

'나만 이렇게 힘든가' 하는 생각에 빠질 때가 있다.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마음의 고통을 혼자 감당하며,

괜찮은 척하다가 문득 찾아오는 허탈감에 무너지기도 한다.


나는 또 생각한다.

내 몸... 또는 내 마음울 한번 '꾹' 누르면

과열된 CPU처럼 윙윙거리는 내 머리를 식혀줄

'리셋(reset) 버튼'이 있다면 좋겠다고...

그렇게 하면 모든 것을 '초기화'하고 맑고

깨끗한 정신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겠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이 전원 OFF인가?

아니면, 다 내려놓고 조용히 쉴 수 있는 '초기화'인가?




하지만,

생각은 생각일 뿐!


'전원 OFF' 버튼이 없어도 괜찮다.

이 무거운 마음의 짐을 잠시 내려놓고,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휴식이 될 테니까.


'리셋' 버튼이 없어도 괜찮다.

'초기화'는 무모하다.

대신, 스스로 잠시 멈추고 쉼표를 찍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힘들고 지친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또 다른 새로운 시간이 찾아올 것이다.




잠깐만 껐다가 다시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