쳐야겠지요? 투혼 없으면 1 벌타입니다. (헤저드의 진실)
골프를 다시 치기로 했다.
골프를 한참 쉬었는데...
9월 말쯤에 친구 놈들과 골프를 치러 가기로 했다.
한때, 사치스러운 운동으로 인식되었던 골프...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즐긴다.
골프장 부킹(예약)을 하기가 하늘에 별따기가 되어버릴 만큼
지금은 골프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골프레슨 관련 TV방송 채널도 여러 개나 있고
골프중계를 하는 방송도 많은 요즘은
골프를 치지 않아도 골프 규칙 정도는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나는 골프에 입문한 지 15년이 넘었지만 골프를 쉰 것도 3년은 되어가는 듯하다.
내가 골프를 치지 않았았더라면 정말 지금 이 순간까지도 모르고 있었을까?
오래된 이야기지만,
골프를 알게 되면서부터... 골프를 치면서부터...
골프에 관심이 없을 때에는 내가 전혀 몰랐던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되었다.
아주 큰 배신감에 허탈한 헛웃음까지도 나왔었던 그런 진실...
지금은 그냥 무덤덤해저 버린 이야기로만 남기는 했지만,
골프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때, 언론과 TV가 국민을 속이고 우롱한
'대국민 사기극'이 있었다는 사실에 분노했던 이야기가 있다.
저들의 푸르른 솔잎을 보라 /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 온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
서럽고 쓰리던 지난날들도 / 다시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땀 흘리리라 깨우치리라 / 거칠은 들판에 솔잎되리라
우리들 가진것 비록 적어도 /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가수 양희은이 부른 노래 '상록수'의 가사다.
그렇다.
바로 TV에서 보았던 골프선수 박세리의 골프 '맨발 투혼'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다.
이 노래 가사처럼, IMF 외환위기로 온 나라가 절망에 빠졌던 그때...
그 암울한 시기에 멀리 미국에서 스무 살의 어린 박세리 선수가
골프화를 벗고 양말도 벗고 맨발로 연못에 들어가
골프채를 휘둘러 물가의 풀숲에 걸린 공을 그린 위로 쳐내던 모습...
그리고 퍼팅...!
US 여자 오픈 대회 우승!
그때는 정말 그것은...
우리나라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커다란 무언가의 상징적인 희망과 의미를 던저주었던 큰 선물이었다.
방송, 신문할 것 없이 각 언론은 그 장면을 ‘맨발의 투혼’이라고 앞다투어 열광했었고,
우리도 그것을 '신화'라고 환호했었다.
IMF 위기 속에서 ‘맨발의 투혼’으로 온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다는
그녀의 얼굴과 언론매체의 보도는 ‘대국민 사기극’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언론이 만들어낸 '영웅서사'와 '신화'의 뒷면에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굉장한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사실,
그녀의 ‘맨발의 투혼’은 아주 특별하게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1 벌타를 받을 수도 있는 해저드 구역.
골프 규칙이라는 것이...
해저드에 들어간 공도 칠 수 있을 것 같으면 그냥 치면 된다.
이 경우 벌타가 없다.
거액의 상금과 우승이 걸린 메이저 대회에서 1타.. 또는 1 벌타는 굉장히 중요하다.
양말을 벗고 물에 들어간 그녀의 행동은 '투혼'이 아니라,
프로 선수라면 포기하면 안 되는 당연한 행동이었던 것이다.
즉, 절대 '골프투혼'이 아니고 그 상황에는 선수로서 아주 지극히 해야 할 행동을 당연하게 한 것뿐이다.
박세리가 아니라 그 어떤 선수였더라도 그 상황은 당연하게 물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
단, 양말을 벗을지... 신발을 신은채 들어갈지... 그것만이 선수의 선택 사항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 언론은 당시 절망에 빠진 국민들의 감정을 이용해 박세리 선수의 그 장면을
'불굴의 투혼'으로 과대포장했다.
언론이 그 장면을 드라마틱하게 포장하며 대한민국 국민들을 열광하게 만든 것이다.
요즘 TV를 켜면 여러 예능 방송프로그램에 박세리 선수가 출연하는 모습이 보인다.
한때 나는... 박세리 선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었다.
아니, 오히려 혐오에 가까운 감정까지도 느꼈던 적이 있었다.
한때 IMF 위기 속에서 ‘맨발의 투혼’으로 우리 모두에게 희망을 안겨줬던
'스포츠 스타이자 국민 영웅이 이제는 골프채 대신 프라이팬을 잡고,
진지한 얼굴 대신 유쾌한 웃음을 짓는다며
어떤 사람들은 "영웅이 너무 가벼워진 것 아니냐" 며 씁쓸해하고,
또 어떤 이들은 소탈한 인간 박세리의 모습이 편안하고 좋다고 한다.
사람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그렇게 박세리 선수를 좋아하고 있을 때에도
나에게는 그녀가 몹시 가식적이고 혐오스러운 역겨운 인물로 여겨졌었다.
언론에 속았다는 배신감과 함께 박세리 선수가 그 사기극의 중심에 있었다는 생각에
자꾸만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던 것 같다.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
내가 역겨워하고 혐오한 것은 박세리 선수가 아니라
그녀를 이용해 국민을 속이고 단순 골프규칙을 감동적인 신화처럼 를 만들어냈던
우리나라 대한민국 언론에 대한 배신감이었음을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언론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
그녀가 TV 예능에 나와 보여주는 솔직하고 꾸밈없는 점들이 좋아 보인다.
그녀는 과거의 영웅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소탈한 모습으로 지금 방송에서 열심히 사람들에게 웃음과 편안함을 주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 언론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종종 이런 '대국민 기만'을 해왔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언론의 '대국민 사기극' 행태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특히 정치 부분에서 더 그렇다.
언론은 마치 과거 박세리의 '맨발의 투혼'을 만들어냈던 것처럼,
대통령과 정부의 행보를 긍정적으로만 비추고,
국제 관계의 싸늘한 시선과 국민들의 깊어지는 한숨은 외면하고 있다.
뉴스와 현실이 너무 다르다.
뉴스를 보면 대통령의 외국방문이나 정상회담은 늘 성공적이고, 정부의 정책은 항상 옳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상식이 통하는 정상적인 우리 국민들과 국제 사회의 냉랭한 시선뿐이다.
언론은,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무조건적인 찬사를 보내는 대신, 국민의 시선으로 날카롭게 비판하고,
국제 사회의 냉정한 평가를 있는 그대로 전달해야 한다.
요즘 몇 군데 언론은 국민들을 위해 현실의 거울을 있는 그대로 비추기보다,
정부를 위해 제작된 '특수 조명'인 듯 보인다.
예전에 박세리 선수는 '대국민 사기'에 관한 비난에 대해 굳이 언론 탓을 하며 핑계나
변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오히려 그런 오해와 비난도 다 이해하고 인정했으며 그저 하나의 경험일 뿐,
'맨발의 투혼'이라는 언론의 말이 오히려 자신에게는 동기 부여가 되었다고 했다.
언론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과거의 잘못을 굳이 사과할 필요는 없다.
다만, 박세리처럼 가식 없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언론이 솔직해질 때, 그 솔직함 속에서 혹시, 받아 들이기 힘든 무겁고 불편한 뉴스라고 할지라도
국민들은 편한 마음으로 그 뉴스를 마주할 것이다.
9월 말쯤에 친구놈들과 골프를 치러갈텐데..
혹시, 연못 헤저드 풀숲에 공이 떨어지면 나도 물에 들어가야 하나?
박세리는 골프를 쉬지만
나는 골프를 다시 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