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기타와 '내 마음의 부드러운 한 조각' 딸의 가나초콜릿
'내 마음의 부드러운 한 조각'
지난 주말은 비예보가 있었던 터라서 지난 토요일은 본가에 내려가질 않고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큰 딸내미랑 스낵 과자봉지를 부~욱 부~욱 띁어서 새우깡, 뻥이요, 자갈치...
세 봉지를 다 해치우고 거실바닥을 내 등짝이랑 딸내미 엉덩짝으로 다 닦으면서
이리저리 뭉기적 뒹굴거리며 놀았다.
또 어디서 났는지 20개들이 가나초콜릿 한 박스를 개봉하고는 초콜릿도 두 개를 순삭 해치우며
큰 딸과 아주 달콤한 토요일을 보냈다.
"아빠!"
"왜!"
"냉장고에 지평막걸리...내가 어제 사 왔는데.. 김치부침개 해서 먹을래?"
"야~! 딸~!! 스무 살 되자마자 왜 이러지? 갑자기 웬 막걸리? 술 당겨?"
"아니야~ 그냥... 지평막걸리 맛있단 말이야... 비 오잖아~ 그니깐 아빠!.. 부침개랑 막걸리.. 딸이랑 콜?? "
"으흠 노노~아빠 이따가 운전해야 될지도 몰라. 지평막걸리 너 마시고 싶으면 마셔. 부침개도 니가 해라~"
"그래?? 그럼 나두 안 먹지~~ 패~~쓰야!"
"그래~ 아주 현명한 선택이야~~"
"아빠??"
"왜!~~"
"나 기타 치는 거 좀 알켜 줘..."
"응? 뭐?"
"가르쳐 줄 거야?"
"그거 손가락 무지 아프고 굳은살 배겨~"
"아빠.. 기타 어딨어?"
딸내미는 곧바로 거실 베란다 한편에 있던 기타 가방을 꺼내왔다.
몇 달 전에 헤드 수리하고 기타 줄 다 교체하고 몇 번 띵까띵까 하다가 다시 가방 속에 고이 모셔두었었는데..
딸이 기타를 꺼내서는....
기타 줄을 '챙~~ 챙~~ 챙~~~~♬' 한다..
"딸! 기타 배우고 싶어?"
"기타도 배우고 드럼도 배우고 싶은데??.."
"딸~! 피아노나 제대로 잘 쳐봐라 쫌.."
사실, 큰 딸은 6살 때부터 분당에 있는 '야마하 뮤직센터'를 중학생 때까지 다니며 피아노를 쳤다.
피아노 쪽의 특별난 소질이나 재능은 없는 것 같아 중학생 때부터 피아노 모드에서 공부 모드로 전환,
피아노를 중지한 딸모습이 아쉬워서 그랬는지..'피아노나 잘 쳐봐라' 하는 말이 튀어나왔다.
"기타 배우고 싶어? 기타 이리 줘봐..."
마지못해서 기타를 가르쳐줄 것처럼 기타를 잡고 자세를 잡고는..
예전에 자주 쳤었던 팝송을 대여섯 곡..
노래는 못해서 콧노래로 음 음~♬♪ 거리며 쳐봤다..
기타를 안쳐 본 지 하도 오래라서 코드를 잡는 왼 손가락 끝이 너무 아파왔다.
사실, 딸에게 통기타를 가르쳐줄 만한 기초 이론 같은 것은 나에게 없다.
그런 건 요샌 유튜브 보면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
"딸~! 아빠 기타 치는 거 볼래?"
"안 볼래~ 기타 가르쳐줄 생각은 안 하고 아까부터 아빠만 계~~~~~속 치고 있거든~~!"
"글쎄~에~~ 배우려면 끈기가 필요할 텐데~에~~~"
"안 배울래..ㅎㅎㅎ~~"
"흠.... 예라~~ 이.... 아주 현명한 선택이야 ㅎㅎ"
"아빠!~"
"응?"
"녹음했어~"
"응?"
"녹음했다고.. 아빠 치는 거 그거 노래 녹음했어"
"엥? 왜???"
"아.. 그냥 했어..."
왜 녹음했는지 당최 딸내미 심리파악이 안 된다.
한~~~ 참 후에 딸이 녹음을 했다는 파일을 받았다.
약간 기타 줄 긁히는 소리와 부드럽지 못한 음의 연결이 너무 아쉬웠지만
아주아주 오랜만에 쳐본 팝송 한곡은 그래도 뭐... 속칭 '자뻑'이라고 해야 하나?
내 귀에는 뭐...모 쫌... 부드럽게 들렸다.
공부하러 도서관으로 출타하신 큰 딸의 빈 방에 잠시 들어갔다가, 침대 머리맡에 올려져 있는...
- 내 마음의 부드러운 한 조각 -
이렇게 포장패키지에 쓰여있는 '가나초콜릿'을 발견!
한 조각 '똑~'...
또 '똑~' 입안에 넣고는... 녹이다가 오물거리다가... 하며 또 하루가 간다.
부드러운 달콤함...
가끔...난...발견하고 싶다.
'내 마음의 부드러운 한 조각' 을...
문득...
한때 참 좋아했던...
즐겨 불렀던 80년대 90년대의 통기타가요들이 하나 둘 생각이 난다.
결혼식에서 신부아빠가 기타를 치며 축가를 직접 불러주는 유튜브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나도 그렇게 해도 좋을것 같다는 상상을 한번 해보며...
서울대 트리오 '젊은 연인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