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아이스 카페라떼'

맥심 알커피에 설탕 듬뿍, 프리마 듬뿍, 얼음 듬뿍...'아이스 냉커피'

by 마르쉘

큰집과 작은집이 서로 지척 거리에 있는 경우가 예전 시골에서는 다반사였으려나?


나의 본가에서 100미터 거리쯤 될까?

본가집에서 큰 길가 쪽으로 골목에서 나오기만 하면 바로..

지금은 돌아가신 나의 큰아버지집 즉, 큰 댁이 있다.


나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는 너무 오래전이고 까마득하지만

지금까지도 이따금씩 두 분이 생각날 때가 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당연히 내가 살던 나의 본가가 아닌 큰아버지 큰어머니가 계시는 큰댁에서 사셨었다.

내가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살지는 않았지만 아주 지척거리에 살았으니

두 노인네들은 우리 집에도 자주 드나드셨고, 당연히 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에 관한 기억이 적지 않다.


대낮부터 어디에서 이미 막걸리를 한 사발 거하게 드시고 오신 할아버지.

내 동생이 마을 앞 개울에서 잡아다가 빨간 고무대야에 물을 채워 담아 풀어놓은...

안 죽고 살아서 헤엄치고 있는... 애들 손바닥 만한 민물 붕어 몇 마리를 보시고는

그중에 한 마리를 손에 집어서 들고서...


"애미야 ~ 초고추장 좀 내어 와라~"


대가리 부분부터 초장에 듬뿍 찍어서는...

날 물고기를 그냥 우걱 우걱하고 한입.. 또 한입 씹어서 드셨었다.


그런 할아버지도 생각이 많이 나지만,

가만~히 앉아서 쉬는 법이 없이 노동 같은 일만 하시던 할머니가 더 많이 생각이 난다.


참고로 나의 할머니는 과로로 몸져누워 병원에서 계셨다가 퇴원해 큰댁에서 한 이틀 누워계시다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평~생 가사일... 밭일... 논일.. 등등 죽어라고 일만 하시다가 돌아가셨다.


이런 말을 하면 내가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를 흉보는 것 같기는 하지만...

뭐... 사실은 사실.

한 여름,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큰 집 울안에 있던 제법 넓은 밭, 그리고 마을 뒷산 아래에 있던 넓은 산밭,

그런 곳에서 장시간 할머니가 혼자 김매기 같은 밭일을 하게 그냥 놔둔 건..

할머니의 당신의 의지였던 건지.. 아니면 큰댁에서는 그냥 방치하듯이 한 건 아닌지..(지금 생각이 그렇다)


더운 봄이고 찌는 여름이고 따가운 가을이고 할 것 없이 볼 때마다 자주 산밭이든 울안 밭에 계시던 할머니..

당신 혼자서 큰 집의 울안에 있는 밭일을 하다가도 너무 덥고 목이 타면 큰 아들(큰 아버지) 집이 아닌

작은아들(내 아버지) 집으로 오셔서는 바쁘게 집안일하고 있는 작은 며느리(내 어머니)에게


"얘 어멈아~ 나 시원한 냉수 한 사발만 다오~"


하시곤 신발도 못 벗으신 채로 거실마루 문지방에 털푸덕 걸터앉으시곤 했다.


그때마다 엄마는 시어머니(할머니)를 거실에 들여모셔 앉히시고는

뜨거운 물에 맥심 알커피 듬뿍, 프리마 듬뿍, 설탕도 듬뿍 타서 다 식혀 놓은 다음...

다 마신 훼미리주스 빈 유리병에 담아 미리 한참 전에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차디차고 시원~~~ 한 커피...

네모난 각 얼음 몇 덩어리 띄워서 스테인리스 대접에 따라 드리면

아주 시원~~~~~~ 하게 벌컥벌컥 잘 드시곤 하셨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당신의 큰아들과 큰며느리에게서 받은 서운함을 작은 며느리에게 터놓고 얘기하시는 타임...

그렇게 나의 할머니는 더운 여름날들의 스트레스를 달달하고 시원한 맥심 냉커피를 마시는 걸로...

작은 며느리인 나의 엄마에게 하소연 겸 넋두리하는것으로 푸셨었다.


그 당시...

더워지는 계절이 되면 집에는 엄마가 누룽지를 잘 말려서 모아 놓았다가 보리랑 몇 가지 곡식을 섞어서

방앗간에서 빻아온 미숫가루와...

가끔 3일.. 8일... 시내 오일장날이 되면 시장터로 장을 보러 가셨다가

나름 컸던 '슈퍼마켓'에서 사 오시던 오렌지 맛 주스 가루와 파인애플맛 주스가루가 항상 준비되어 있었다.


가루주스...

지금 생각하면 불량식품이었으려나??

지금 초등학교 근처 구멍가게나 전통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슬러시 음료의 재료인가??

그 가루에 설탕 타서 마신 주스... 엄청 마셨었는데... 말이다.

할머니는 미숫가루도 잘 드셨고 오렌지맛 주스도 잘 드셨지만 커피를 제일 좋아하셨던 기억...


아무튼, 미숫가루든 주스가루든 하얀 설탕 많이 많이 넣고 찬물에 각얼음 쏟아붓고

빨리 녹아라 빨리 녹아라~~ 휘휘 저어서는 주황색 요란 문양이 새겨진...

지금 생각하면 아주 촌스럽게 디자인이 그려져 있던 유리컵에 한 컵 따라 벌컥벌컥 마시면....

그때는... 그게 바로 '여름의 맛'이었다.


이제...

수십 년이 지났고 본가 집 앞 가까이에 '콤프즈커피'와 '메과커피'가 생겨서 성업 중이다.

노란색 간판 '메과커피'는 아주 난리일 정도로 주문손님 행렬이 끊이질 않는다..


돌아가신 할머니에게 시럽을 다섯 펌핑... 여섯 펌핑한 '아이스 카페라떼'라는 커피의 신세계를

맛 보여 줄 수 있으면 참 좋았었겠다는 생각이 잠깐 든다.


뜨거워도 차가워도 맥심커피를 즐겨드시던 할머니에게 '아이스 카페라떼' 한 잔을 대접하고 싶다.


점점 더워지는 요즘 지금 할머니가 살아계신다면 나는 '콤프즈커피'나 '메과커피'에서

할머니를 위한 시원한 커피를 사서 드릴 것이다.


"할머니~ 이거~~ 아이스 까페라떼라는 거예요~ 시원해요 ~ 한 번 드셔보세요~~"


귀가 너무 어두우셔서 보청기 없이는 잘 못 들으시면서도 보청기를 잘 끼지도 않으시던 할머니는..


"뭐라구???"


하시겠지..


그럼 나는 또 더 큰소리로 찬찬히.. "이 거 냉/ 커/ 피/~~~ 맛/ 있/ 어/ 요/~~ 드/ 세/ 요/~~~!" 하면


할머니는 또 분명 제대로 잘 못 들었으면서도 마치 이번엔 알아들으셨다는 듯

뭐가 좋은지... 표정은 '씨~~~ 익' 웃으시면서... 또.. 그러시겠지?

약간은 저음 톤이셨던 그런 목소리로..


"개~~~눔으 시키...!"


다음 주면 사악한 더위가 가득한 8월이다.


더위를 많이 타는 나는 여름이 두렵다.

그래도.. 땀 내고 즐기련다. 여름...!!


문득, 그때 그... 오렌지맛 주스 가루로 만든 그 주스맛도 궁금해지고..

한 동안 잘 못 마신 커피 한 잔 생각이 든다.




'커피'라는 것은 원래 '뜨거운 것'

'아이스커피'라는 것은 그저 장사꾼들이 돈 벌려고 마케팅적으로 만들어 낸 것뿐이고,

나 역시 커피는 무조건 '뜨아'만 고집해 왔다.


요즘...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빠져가는 중....


더운 여름날...

아이스커피 한잔에다가...

브람스가 드보르작에게 네 음악이 참 좋다고 칭찬한 곡.

귀에 이어폰 꽂고...


♩'슬라브 무곡'을 들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