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그나마 낫다. 같은 별 보다는
아무리 생각해도 와이프랑 나랑은 너~~ 무 다르다.
신기하다.
우리가 부부로 20년이나 같이 살고 있다.
서로의 인내심이 엄청 강한데도 우리 둘 다 본인들이 그 사실을 모르고 살고 있나 보다.
아마...
그런 인내심이라면 앞으로 살.. 100세까지...(난 100세는 틀렸고.. 한 75세?) 도 못 할 일 없을 거 같다.
그런데 이쯤에서 생각해 보면 참 어이없는 실소의 웃음이 나온다.
내 와이프는 또... 얼마나 독한가?
말이 그런 거지..... 꼼꼼하고 차분하고 나뿐 짓 안 하고 바른생활에... 느려터지고 좀 답답해 보였을 나랑
20년을 꾹~~ 참고 살았으니....
내 와이프도 독한 거... 맞다!!
이제는 진리처럼 되어버린 유명한 어떤 문장이 있다.
우리 노친네 잘 보시는 '동치미'라는 TV 토크쇼 프로그램에서도 패널들은 그런 말을 하고
이혼전문 변호사들도 TV에 나와서 이렇게 말을 한다.
우리 부부가 20년 동안 함께 살 수 있었던 건, 오히려 성격이 정말 다르다는 거다.
성격 차이라는 거...
이것이 명백한 이혼 사유이기도 하지만 그렇지만 성격이 달라서 좋은 점도 있다.
나랑 성격이 정말 똑같은 와이프를 한 번 상상해 봤다.
- 버스 정류장에 버스가 서 있는데도 뛰기 싫어서 그냥 버스를 보내버리고...
- 다음 차를 마냥 기다리고...
- 앞의 자초지종을 잘 모른 채, 별 일도 아닌 일에 예민하게 굴고 펄펄 끓듯이 화를 냈다가
자초지종을 듣고 난 후에는 혼자 오해하고 오버했다는 것을 깨닫고...
- 남 의식 잘하고..
- 체면치레도 은근히 하는 편이고...
- 좋을 때도 표현을 잘 안 하고...
- 남자치고 우울해하기도 많이 하고...
- 한숨도 쉬면 땅속까지 푸~~~ 욱 파고 꺼져 들어가는... 그런 나다.
만약 와이프도 그런 나와 성격이 똑같고 그런 사람이랑 산다고 생각하면...
우~~ 정말...이건 아니올시다...... 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성격이 완전히 달라서 와이프의 감정은 기복이 너무 심하다.
그래서... 그냥... 내가 부처님처럼 평정심을 유지하고 산다.
그냥 와이프의 감정의 파도가 잦아들길 바라며 묵묵하게 기다려준다.
그렇게 하면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서 와이프에게 평화(?)가 찾아온다.
그러면 나도 편안~~ 해진다.
내 마음에도 평화가 찾아오고 그런다.
그러고 나면 마음의 요동을 쳐대던 와이프도 나를 알아준다.
그리고 미안해하고 고마워한다.
중요한 건, 그리고는... 꼭..
맛있는 거 해주겠다고 하면서 마트를 같이 가자고 한다.
왜??
왜 마트는 꼭 내가 같이 가야 하는 건데?
자기도 운전하면서.. 왜 꼭 같이 가자고 하는지 모르겠다.
암튼, 가끔 한바탕 하다가도 내 덕(?)에 집안 분위기가 금방 평온해진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
어쨌든 아직까지는 같이 잘 살고 있다.
이것도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오늘.....
와이프가 노트북이 안된다고... 화면이 꺼메졌다고...
하던 거 저장도 안 했는데 화면이 갑자기 안 보인다고 어쩌냐고...
노트북에 갑자기 왜 이러냐고...
나를 급하게 불러서는 어떻게든 해보라는 듯, 살려달라는 듯한 눈빛을 연실 발사한다.
나는..
노트북 플러그가 꼽혀있는 콘센트에 전원스위치를 '톡' 켜준다.
화면이 밝아졌다.
와이프는... “오~~” 했다.
나는... "어후~" 했다.
이 여자는 나랑 결혼을 참 잘한 거다!
이렇게 매일 또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