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우리 아들 호두. 오늘 가니 호흡기 치료를 받는 방법이 바뀌어 있더라. 고빈도 환기요법이라는 건데, 엄마는 할머니한테 그냥 덜덜이라고 설명해줬어. 일반 인공호흡치료랑 달리 네 몸 전체에 진동을 줘서, 특히나 많이 미숙한 너의 폐에서 가스교환이 좀더 원활하게 될 수 있게 도와주는 거라고. 앞으로 네가 재태주수로 37주가 될 때까지는 매번 회진 시간마다 호두 너의 폐 얘기에 가슴 졸여야 할 것 같아.
다행히, 너는 심장의 열린 부분도 스스로 닫혀 주었고, 뇌도 출혈이 없지만 폐가 약하고 미숙한 건 어쩔 수가 없나봐. 엄마 배 속에서도 가장 늦게 성숙되고 완성되는 장기가 폐라서 무려 104일이나 일찍 태어난 우리 아들 폐는 밖에서 자라야 할 것 같아. 그러나 또 다행히, 임신 후반에나 아기들의 몸 속에서 생기는 계면활성제라는 물질도 이제는 좀 비싸도 돈으로 살 수 있게 됐으니, 마음 아픈 것들 중에서 다행한 것들만 꼽아봐.
이제 다음주엔 늦어도 네 출생신고를 하려고 요즘 아빠랑 계속 고민중이야. 예전 부터 엄마는 '산'이란 외자 이름을 꼭 아들한테 붙여주고 싶었는데, 막상 정말 산이라고 해도 되는 건가, 어디 철학관 같은 데라도 가야하는 건 아닌가 살짝 망설여져. 근데 아빠나 할머니나 다 그 이름이 좋다고, 뭔가 강인하고 뚝심있는 것 같다고 이름으로 하자고 하시네. 너는 마음에 드니? 엄마가 성이 방씨인 남자와 결혼하게 될 줄 몰랐고, 혼인신고 할 때 네게 엄마 성을 쓰게 할 지 말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아서, '방산'이란 이름으로 놀림 받지는 않을까 한데...
나중에 아빠한테 투정부려
산아, 이제는 우리 산이라고 부를게. 너는 엄마아빠의 산이야. 나무가 아주아주 많은 푸르른 산이야.
그러니까 편히 숨쉬렴. 아직은 폐가 다 펴지지 않았고, 폐포도 몇 개 되지 않고 기관지도 어린 나무가 가지를 뻗어가듯이 막 형성되는 단계라, 물 속이 아닌 대기 중이 네겐 너무나 버겁겠지만, 그래도 너는 산이니까.
오늘 이후부터는 조금이라도 네가 숨쉬는게 편해졌으면 좋겠어.
오늘 간호사 선생님이 엄마한테 숙제를 주셨어. 당장은 아니고 최소한 2주 정도 뒤부터 산이 네가 먹게 될 영양제 - 써니디드롭 -를 사 오라고 말이야. 엄마가 별 것 아니지만 너를 위해서 해줄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이 생긴 게 너무 신나더라. 당장 사러 갈거야. 산이 너 같은 미숙아들은 칼슘이나 비타민D 결핍이 잘 생길 수 있대. 그래서 수액으로 보충도 하지만 한계가 있어서 먹는 거에 섞어서 줄 거래. 그런 영양제들이 있고, 너를 자라게 할 수 있는 약과 환경, 또 고마운 사람들, 고마운 손들이 있다는 게 엄마는 얼마나 다행인 지 모르겠어.
다행이다. 고맙다.
우리 산이는 좀 이르게 태어났을 뿐 앞으로 산처럼 무럭무럭 자랄거고, 엄마는 그 모습을 하나하나 지켜보게 될 거라서 다행이고 고마워.
앞으로 엄마, 아빠, 우리 산이 이렇게 셋이서 다른 사람들한테 사랑과 감사함을 많이 나눠주면서 그렇게
씩씩하게 살자. 그러니까 조금씩 천천히 엄마랑 하자!
너는 엄마 아빠한테 온 기적이고 축복이고 감사함이야.
고마워, 우리 산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