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25일 일요일

생후 6일째

by GloriaMJ

안녕 우리 아들 산이, 계속 더웠었는데 그래도 어제 오늘 비가 좀 와서 날이 선선해졌어.

아가야 계속계속되기만 하는 더위는 없듯이(절대 없어) 지금 우리 아가가 고생하는 것도 언젠가 반드시 끝나고

엄마 품에 안겨서 자는 날이 올거야.


아가야, 엄마는 오늘 퇴원했어.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이고 좀 이른 점심을 먹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처음보는데 왠지 알 것 같은 번호로 전화가 왔어. 우리 아가 있는 니큐였지. 심장이 덜컥 내려 앉는 것 같았지만 차분하게 받으려고 애썼어.


우리 산이가 빈혈기가 좀 있어서 수혈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였지. 다행히 엄청나게 심각한 내용은 아니었지만엄마는 가슴이 덜커덩 덜컥 했단다. 그 때까지 엄마는 산이 혈액형도 모르고 있었지. 물어보니 엄마랑 똑같은

O형이라고 하더라고. 왠지 모르게 기뻤어. 자기 자식이 발가락만 닮아도 왠지 뿌듯한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게 됐달까.


아 그리고 혈압도 어제밤부터 아침까지 좀 불안해서 혈압을 높이는 약도 같이 쓴다고 했고. 다행히 낮 면회 때는 엄마 눈엔 좀 편해보여서 아주 조금은 안도했어. 오늘 또 숙제를 받았는데, '아세트산나트륨'이라고 하는 '희귀약품센터'에 가서 사야 하는 약을 사오라는 숙제였어. 오늘이 일요일이니까, 내일 아침 일찍 사서 바로 넣어줄게. 너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하나로 있어서 너무 좋아.


엄마는 산이, 우리 아가만 남겨두고 미안하게 혼자 퇴원을 해서 조리원에 들어왔어. 아빠랑 같이 저녁을 먹는데 조리원이 너무 좋아서 슬픈거야. 그래서 네겐 비밀인데 또 조금 울었어. 아빠는 자기 있을 때만 울라고 그러는데 잘 될지는 모르겠어.


참 낮에 처음으로 눈 가리개를 뺀 모습을 봤는데 눈을 꼭 감고 있는 모습이 아빠 쌍커풀 판박이더라고.. 또 묘하게 엄마를 닮은 것도 같고. 역시 유전의 힘은 무섭구나 싶었어.

겉모습 말고도 엄마아빠가 너에게 좋은 것만 물려준 거면 좋겠는데. 유전자로 결정되는 것들은 이미 어쩔 수 없지만 좋은 생각, 좋은 태도, 좋은 자세, 선한 마음, 용기, 도전 정신 이런 것들은 엄마 아빠가 너에게 잘 가르쳐 줄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할게.

어떤 선생님이 그러더라고. 좋은 부모가 되는 방법은 딱 하나라고. 부모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고, 그 다음엔 자식이 부모를 좋아하게 만들라고. 엄마랑 아빠도 꼭 그렇게 노력을 할게.


아가야, 우리 세 식구 지금은 조금 힘들어도 잘 힘애서 씩씩하게 버티면 결국은 아주 많이 웃을 날이 올 거라는 강한 확신이 들어. 엄마는.

엄마는 너 덕분에 아주 많이 행복하고 감사하단다.

엄마의 삶에 너라는 기적, 너라는 축복을 만나서 엄마는 다시 태어난 것 같아.

내일 낮에 볼 때까지 부디, 제발제발 네가 평안하고 무탈하기를. 너의 잠이 단잠이길, 엄마가 기도할게


우리 아가 너무너무 사랑한다.


당시, 주치의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아기 몸에 달고 있는 것들이 하나, 하나 없어져야 괜찮아지고 집에 갈 수 있어요...

지금 인공호흡기 떼면 몇 분도 못 버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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