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7일째
안녕, 우리 아가 산아. 오늘은 점심 때 보러 갔는데 다른 아기가 급한 일이 있어서 입구까지 밖에 못 갔네.
너무너무 섭섭하고 서운하더라. 특히 아빠는 오늘 다시 부대로 돌아가는 날이라서 산이를 꼭 보고 싶어했는데..
엄마가 저녁에 보고 잘 말해줄게
참참참, 아들아 오늘 아침에 네 약 사고 나서 바로 구청에 갔었어. 태어난 지 일주일, 바야흐로 너도 딱 출생신고를 해야하는 타이밍이 온 거지. 房山.. 산이라는 우리 아가 이름을 딱 등록했어. 푸르고 높고 넓고 깊은 산이 되렴, 아가야. 오늘도 잘 견뎌주고 있어줘서 너무 고마워. 그 누가 그 어떤 이상한 말을 해도 엄마는 우리 아들 믿어. 너무너무 사랑해.
엄마 있는 곳에 산이보다 먼저 태어난 형, 누나들이 많이 있어. 우리 산이만큼은 아니지만 다들 귀엽더라. 크고.
엄마는 그 아가들 보면서 얼른 하루빨리 우리 산이를 품에 안게 되는 날만 손꼽아 기다려. 산아산아, 엄마가 좋은 것만 줬어야 했는데 미안해. 그치만 앞으로 살면서 정말 좋은 것, 아름다운 것만 줄게.
많이 사랑한다. 저녁에 보자.
저녁면회를 하고서
사랑하는 산이야, 점심 때 못 보고 꼬박 하루만에 보니 엄마가 너무 너무 우리 아들이 보고 싶었어.
외할머니랑 같이 병원에 가는 내내 설레었어. 오랜만에 비가 왔는데, 내리는 비를 보면서 우리 아들이 처음 비를 보게 됐을 때 어떤 표정을 지을까, 얼마나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볼까 그런 상상을 했어.
저녁에는 이상하게 간호사 선생님들이 다 바빠보여서 궁금한 것들을 많이 못 물어봤어. 내일 낮에 가면 붙잡고 다 물어봐야지... 산아 오늘은 너를 만난지 일주일 째 되는 날이야. 엄마는 이렇게 빨리긴 해도 너를 만나게 된 것이 너무나 좋아. 네가 아직 뱃속에 있었을 때는 막연했던 감정들이 이제는 너무나 생생하고 너무나 소중해.
오늘밤에도 네가 편안히 자고 단꿈을 꾸길. 아기는 자는 동안 무럭무럭 자란다잖아... 너무 사랑해요 우리 아가.
봄비, 꽃비, 초록비
얘, 나도 너처럼
많은 이를 적시는
노래가 되고 싶단다...
- 이해인 수녀님 봄비에게 라는 시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엄마는 우리 산이가 봄비처럼 세상에 소중한 존재가 되길
세상 만물이 다 고마워하고 기다리는 그런 사람이 되길 바래요...
엄마에게 네가 봄비 같은 존재인 것처럼 말야.
내일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