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양대병원 NICU의 면회는 하루 2번, 낮 1시부터 1시반, 저녁 7시반부터 8시까지이다.
줄서고 손씻고 비닐가운 착용하고 하면 몇 분을 잡아 먹기 때문에 하루 한 시간이 채 안되는 그 두 번의 면회가 엄마인 내게 허락된 유일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나를 버티게 한 시간이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지나온지도 모르겠는 그 시간들을 버티게 한 건 믿음이었다. 우리 아들이 반드시 건강하게 집으로 돌아가게 될 거라는 믿음. 원래 있어야 했을 그 자리로, 조금 빨리 와 버린 미래의 시간들을 잘 지나서 꼭 돌아올 거란 믿음. 너무 건방져 보일지도 모르지만, 내 스스로가 만에 하나 '혹시 안 돠면..'이란 의심을 품는 순간 정말이지 조금의 가능성 마저 날아갈까봐 앞도 뒤도 안 보고 닥치고 품었던 그 믿음.
그렇게 간절하게 바라고 바라고 되뇌고 또 되뇌었더니 이루어지더라. 미리 와버린 미래는 어느덧 내게 현재가 되었고 일상이 되었다. (11.6)
1시 면회를 하고
안녕, 우리 아기 호두. 어제 엄마는 눈물질질이, 아빠는 코찔찔이처럼 호두가 누워있는 침대 옆에서 창피하게 울음이 왈칵 쏟아져버렸어. 사실 엄마는 혼자 울려고 그랬는데, 니네 아빠가 그렇게나 따라 울줄은 몰랐다니까. 아빠 때문이야, 엄마가 그렇게 많이 울어버린 건. 엄마도 처음 봤거든 아빠가 우는 건. 하지만 어제 그러고 나서 결심했어. 이제 다시는 안 울겠다고. 그러니까 어제 엄마아빠의 울음은 한 번만 이해해줬으면 해.
오늘은 아주 마음을 굳게 먹고 호두를 만나러 갔지. 엄마는 한 가지 결심을 했거든. 엄마는 이제 "희망의 증거들"만 모으고 "희망의 얘기들"만 듣고 볼거야. 우리 호두도 곧 그 자체로 희망의 상징이 될거고.
근데 호두야. 엄마아빠가 면회갈 때 마다 그렇게 팔 다리를 휘적휘적 움직이는 건, 우리가 너무 반가워서니, 아니면 미워서니. 엄마는 너가 그럴 때 마다 같이 울려대는 모니터의 알람 소리 때문에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고 엄청 긴장이 된단다. 그래서 이제 너를 부를 때도 아주 작은 소리로 부르려고. 우리 아들 그 속이 답답해서 그러는가 싶기도 하고, 어디 아픈건 아닌가 걱정도 되고 그래. 조금만 참으면 금방 원없이 움직일 수 있으니까 지금은 조금만 얌전히 참아주면 좋겠어요.
오늘 저녁이나 밤쯤이, 예측가능한 1차 고비라고 교수님이 그랬는데 우리 호두는 아무렇지 않게 스리슬쩍 넘어가게 될 거야. 그렇게 하루하루 천천히 엄마랑 같이 하면 돼. 스리슬쩍, 매일매일이 똑같은 나날들인 것 같아도, 그렇게 느끼지 못하는 사이 너는 자라날 거고 시간은 갈거야.
호두 너처럼 일찍 세상 빛을 본 미숙아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더라고. 그런 엄마들이 얘기를 나누는 인터넷 카페도 있고. 거기 선배 아기 엄마들이 가장 많이 해주는 말이 있는데, '아기들은 강하다' 랑 '시간이 약이다'래.
무조건 맞다고, 우리 산이는 강한 아기고, 결국 시간은 흘러갈 거라고 엄마는 믿어.
이따 저녁 7시반에 만나러 갈 때 까지 잘 있어. 호두에 감사합니다. 모든 일에 감사하고, 그 힘으로 우리 아들 잘 키울겁니다.
7시반 면회를 하고
안녕 우리아기 호두. 낮에 봤을 때는 그래도 좀 평온해보여서 다행이었는데 오늘 저녁엔 정말이지 엄마 심장이 하나갖고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심쿵한 면회였어. 그 짧은 시간동안 알람을 몇번이나 울리던지ㅜㅜ
오늘 저녁 면회 중간에 무시무시한 기계음이 울리면서 넌 잠시 무호흡 상태가 되었지. 말만으로도 얼마나 무서운 단어니, 무호흡이란 단어.. 어젯밤과 오늘 새벽에도 한 번식 그런 이벤트가 왔다 갔다는 걸 듣고는 엄마 환자복 속에 식은땀이 주르르 나더라.
그래도 간호사 선생님 손길에 또 금방 고요해지고... 오늘 저녁은 좀 롤러코스터 면회였어.
참, 아주 반가운 소식도 있었지. 낮 12시부터 6시간 간격으로 '먹기'시작했다는 거야.
물론 1CC씩이긴 해도. 낮 12시, 저녁 6시 두 번을 잘 먹고 소화도 잘 시켜줬다는 거야...
이제 엄마가 해 줄 일이 생겼어. 너에게 젖을 짜가 나르는 일. 빨리 가서 젖을 짜다가 많이 많이 가져다 줄게.
엄마의 생명과 에너지를 모두 모아서.
엄마는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 우리 아기 기다리고 있을게.
오늘 간호사 선생님게서 엄마에게 증표를 주었어. 호두가 엄마랑 연결되어 있었던 흔적. 탯줄 말이야.
그걸 받아드는데 왠지 엄청 찡해졌어.
지금 우리가 한 몸 속에 있지는 않아도, 우리는 아주 커다랗고 튼튼한 탯줄로 연결돼 있다는 걸 꼭 명심해요.
호두 네가 너의 배꼽을 느낄 때마다 엄마를 느껴주길. 우리가 연결돼 있다는 걸 확신해주길.
우리 아들 내일 낮에 볼 때 가지 잘자요.
오늘도 고마워. 사랑해
한양대병원 본관 6층. 내가 입원한 산부인과 병동과 우리 아들이 있었던 신생이 중환자실은 한 층에 있었다.
새벽에 병실에 있다가 생각나면 저렇게 문 앞에서, 문 틈으로 내다 보곤 했다. 남편이 망가진 폰카로 찍어준 것.
많은 부모들이 아들 딸들무수한 기다림들과 제발 살아달라는 수도 없는 간절함들이 저 복도에 묻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