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만 즐거운 수학 시간
(2+3) / 5에서 (a+3)/b로 가는 것. 이게 그렇게 이해하기 힘들더냐
아들이 중학교 1학년 과정을 배우는 듯하다. 처음에는 곧잘 계산 과정이나 풀이를 따라가는 듯하더니 추상화 개념 앞에 무너져내리는 모습을 옆에서 보았다.
(A) 1/3 + 2/5 = 7/15
(B) a/b + c/d = (ad + bc) / bd
위의 두 개의 식은 어떻게 보면 같은 수학적 논리를 표현하는 것이다. (A)는 쉽게 풀던 아이가 (B)에는 주저앉았다.
추상화(抽象化)?
영어로는 Abstraction.
추상화(抽象畫)라고 하면 그림이 바로 떠오른다. 피카소. 내가 본 피카소의 그림은 입체를 표현하기 위해 좌우 정면의 모습을 한 화폭에 담은 그림이나, 황소의 모습을 선으로 단순화시켜 몇 개의 선으로 표현한 일종의 단순화한 그림을 기억한다. 보통 친한 친구들 과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작의 그림이나 시각적 표현이 나왔을 때 추상화라 표현하기도 했다. 어른이 되어서야 추상화(抽象化)가 핵심을 표현할 수 있는 정도의 단순화라는 개념을 이해했지만 어렸을 때의 추상화(抽象畫)라는 것은 알아볼 수 없거나 이해할 수 없는 그냥 그림일 뿐이었다.
미술에서 추상화(抽象畫)는 대상의 구체적인 형상을 나타낸 것이 아니라 점, 선, 면, 색과 같은 순수한 조형 요소로 표현한 미술의 한 가지 흐름이다.
추상화(抽象化)는 추상적인 것으로 만들거나 되거나 한다는 뜻으로 같은 부류의 사물들에서 공통적인 속성을 뽑아내는 것이다.
컴퓨터 과학에서 추상화(抽象化)는 복잡한 자료, 모듈, 시스템 등으로부터 핵심적인 부분을 간추려 내는 것을 말한다. [1]
추상화(抽象畫)를 처음 접했을 때를 복기해보면 참 재밌다. 분명히 추상화를 그린 사람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인물이나 동물 혹은 사물을 그렸을 것이다. 다루고자 하는 개념을 추상화(抽象化)하여 원래의 본질을 표현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추상적인 개념을 단번에 이해하고 핵심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아이가 중학교 수학과정에 들어가니 바로 이 추상화의 혼란에 빠져버렸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까? 분명히 아는 개념인고 실제 숫자로는 계산도 해봤을 텐데 문자로 보자 완전히 처음 보는 개념인 듯 머뭇거리며 자신감을 잃었다.
y/x + x/y =?
x/(x+y) +y/(x-y) =?
어떻게 이미 배웠던 그 익숙한 느낌으로 다시 돌려줄 수 있을까?
내가 추상화를 이해했던 가장 큰 도움은 바로 추상화가 되기 전의 본래의 모습을 살펴보는 것이었다. 입체를 평면에 그린 추상화나 황소의 역동적이고 근육질의 모습을 단 몇 개의 선으로 표현한 추상화 이면에 있는 그 원래의 모습을 보았을 때 '아!' 하고 탄성을 지르며 본질을 꿰뚫었던 추상화가의 능력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 눈에 익숙한 본래의 실체를 함께 보면서 '아 이거 내가 알고 있는 거구나. 야... 이렇게 추상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구나' 이렇게 놀라워했던 기억이 났다.
그럼 내가 추상화를 편하게 이해하게 된 과정이 아이의 수학 과정의 추상화에서도 통할까?
모든 문자로 된 수식에 이미 익숙한 숫자를 넣어 다시 계산하게 했다.
2/3 + 3/5 =?
2/(3+5) + 5/(3-2) =?
풀었다! 그런데 절반의 성공이다. 추상화가 어떤 개념인지는 안 것 같다. 본래의 숫자의 모습으로 표현하면 숫자 계산과 똑 같이 계산하면 된다는 것은 '이해'는 했다. 그러나 막상 스스로 생각하고 손가락을 움직여 다시 추상화된 문자 계산을 시도하면 다시 막혀 어쩔 줄을 모른다.
여기에 크게 두 가지 어려움이 있음을 발견했다.
'계산을 해버려야 개수가 줄면서 단순'해 지는 숫자의 계산과, '계산하여 없앨 수 없으니 문자끼리 모아야 단순'해지는 추상화된 문자 계산은 머리의 연산 과정에서 다르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먼저 계산해야 할 것 같은 위치에 문자들이 있으니 머릿속이 혼란해지면서 계산이 되지 않고, 계산이 나아가지를 못한다. 숫자로 된 수식 계산과 문자가 포함된 수식 계산이 어떻게 다른 지 조금 더 과정을 살펴보았다.
1. 숫자 계산은 눈에 보이는 순서대로 계산하면 단순화되면서 답으로 가까워진다.
2/(3+5) + 5/(3-2)를 계산하려고 하면 직관적인 계산 순서로 볼 때 분모에서 (3+5), (3-2)를 계산해버리면 단순해진다. 2/8 + 5/1 = 5(1/4) 바로 떨어진다.
2. 문자가 포함된 계산은 눈에 보이는 직관적인 순서대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문자를 그대로 두고 계산해야만 한다. 그래서 답답하다.
x/(x+y) + y/(x-y) = x(x-y)/(x+y)(x-y) + y(x+y)/(x+y)(x-y) = {x(x-y) + y(x+y)}/(x+y)(x-y)라는 식으로 계산되고, 더 계산할 수 있는 학생이면 (x^2 +y^2)/(x^2 - y^2)이라는 멋진 모양으로 계산을 마무리할 수 있다.
두 번째 어려움은, 문자의 계산은 하나의 언어를 새로 배우는 것과 같이 익숙해 짐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비유를 하자면 우리나라 사람이 일본어를 배우는 느낌이랄까?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을 이어주는 조사와 서술형 어미를 연산자와 등호라고 보고 공통이라고 본다면 단어를 바꾸는 개념으로 배우는 언어가 어순이 유사한 단어들을 습득하는 방법 중에 하나다. 물론 많은 용법과 관용적인 이해는 다를 수 있으나 어순이 유사하면 그만큼 배우기가 쉽고 단어 치환만으로 많은 표현을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언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추상화된 문자 계산을 가르치다 보니 어른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a, b, x, y라는 미지수의 개념이 아이들에게는 너무도 낯설고 두려운 외국어 같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언어를 배우는 것만큼의 듣고, 보고, 따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실 숫자의 계산이 없으므로 논리적으로만 따지면 되기 때문에 계산의 실수가 일어날 확률이 별로 없으므로 더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 학습법일까?
수학의 1학년 첫 시간으로 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문자가 포함된 식과 함께 숫자 계산에서 직관적으로 풀어왔던 교환, 분배, 연산의 우선순위 등의 개념이 한 번에 나오면 정말 꼼꼼히 수학 학습을 하지 않은 아이들은 다 쓰러지고 만다. 마치 우리가 영어를 배울 때 A, B, C부터 단어 하나하나 배운 후에 문법을 배우는 것처럼 숫자 계산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했던 많은 수학 법칙들은 일단 접어두고 먼저 문자로 수식을 만들고 더하기 빼기부터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이미 배운 내용이므로 처음 숫자 계산으로 배울 때보다는 훨씬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사람이 새로운 정보를 뇌에 저장하는 과정을 보면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등으로 인지할 때 뇌 속에 이미 저장된 유사정보와의 연관도에 따라 더 쉽게 받아들이고 저장하게 된다. 그것은 본능적이고 효율적인 뇌의 활용법으로 체화된 과정이다. 위험이 닥쳤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은 기존에 학습했거나 경험했던 위험의 요소를 우리의 오감으로 마주했을 때 본능적으로 바로 인지하고 위기 탈출을 시도하는 메커니즘과 같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우리 뇌 속에 저장된 기존 정보와 비교과정을 가장 먼저 거치게 된다. 그다음 기존 정보와 다른 것이 있다면 다른 새로운 정보를 위주로 추가 저장공간을 할당하여 저장한다.
그러나 기존에 알고 경험했던 정보와 유사한 부분이 없다면 완전히 새로운 저장공간을 마련하여 저장하게 된다. 그런 경우에 사람은 '어리바리'한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이런 상황은, 부모라면 군대를 다녀온 친구들에게, 아직 학생들이라면 부모님 혹은 다른 어른들에게 물어보면 확실히 알려줄 것이다. 군대 생활을 동경하고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 아니라면 처음 새로운 환경을 접했을 때의 그 어리바리. 그게 바로 뇌의 메커니즘인 것이다.
따라서 문자로 계산을 시도해 본 적이 없는 아이들에게 아무리 숫자 계산과 비슷하고 문자 계산의 특성을 얘기해도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로 이런 새로운 정보의 처리 과정에서 기존 정보와의 유사성을 찾기 힘들었거나 유사성을 인지하게 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 정보를 꺼내 써야 할 때. 즉, 문자로 된 수식을 보고 계산을 풀어나가야 할 때는 반대로 문자 수식을 인지한 시각 정보를 토대로 과거의 풀이 과정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충분한 풀이 경험이 쌓여 있지 않고, 숫자로만 구성된 수식의 계산식만 떠오를 경우 '멘붕'에 빠지게 된다. 계산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문자를 시각정보에서 발견했을 때는 문자는 문자대로 묶어서 푸는 것을 떠올리지 못하면 문자 들을 보는 순간 건드려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태산과 같은 절망에 부딪치게 된다.
따라서, 문자로 표현된 것도 계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매일매일 언어를 습득하듯이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머릿속으로 유사 정보와 경험을 많이 넣어두어야 한다. 또한 문자 계산 경험을 떠 울리면서 문자를 숫자처럼 계산할 수 있도록 계속 연습하여 기존에 배운 지식과 비교하고 또 연상하여 떠올릴 수 있는 연습을 해야 한다.
문자를 보면서 계산식을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은 문자를 숫자화 시키는 학습만으로는 어렵다. 실제 문자와 숫자를 병행하면서 계속적인 계산 연습을 해야 하고. 이미 두뇌 속에 모든 연산의 기억이 숫자로만 되어 있는 저장소에 문자 기반의 계산의 기억을 계속 심어줘야 한다.
이렇게 문자가 익숙해진 이후에야 교환, 분배, 연산자의 우선순위 등이 함께 유사정보로 기억되면서 문자 계산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다. 건투를 빈다 아들아!
참고자료
[1] 추상화: https://ko.wikipedia.org/wiki/%EC%B6%94%EC%83%81%ED%9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