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동화, 의사결정 지원
얼마 전에 어벤저스 엔드 게임이 공개됐다. Space Stone, Mind Stone, Reality Stone, Power Stone, Time Stone, Soul Stone의 6개가 그것이다. 이런 세상을 구성하는 기본 물질에 대한 이론은 비단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아니더라도 이미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또한, 그리스의 엠페도클레스(Empedocles)가 주창하고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가 동조한 4 원소 설이 있다. 물, 불, 공기, 흙만 있으면 만물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 주장은 사상적으로 흥미롭고 생각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으나 화학의 기본 원소의 개념이 자리 잡는데 오히려 방해가 된 측면도 있지만 말이다.
그럼 마케팅 테크놀로지는 어떤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혹여나 2019년 마케팅의 개념을 말할 때 "디지털"이라는 단어가 없다고 해서 TV광고와 같은 기존 ATL(Above the Line) 광고 마케팅이라고 이해한다면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하고 싶다. 디지털이 뉴 노멀로 자리 잡은 지금의 마케팅에서 디지털을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케팅 테크놀로지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디지털(데이터), 자동화(플랫폼 & 프로세스), 의사결정(마케터)의 3요소가 된다. 디지털은 마케팅에서의 물과 공기와 같이 어디서나 있되 활용하는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요즘은 오프라인의 사람의 활동과 환경의 변화도 스마트폰의 각종 신호와 IOT장치의 도움으로 디지털화된 데이터의 모습으로 존재한다. 자동화란 기본적으로는 사람이 하는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으로 처리해 준다는 편의성(Convenience)에 중심을 두고 있으나 디지털 데이터의 시대가 되면서 기본적으로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한계를 수시로 넘어서기 때문에 반응과 대응 속도 문제 때문에라도 자동화의 요소가 빠질 수 없다. 그리고 인공지능 시대에 사람의 창의성과 복합사고를 발휘할 수 있는 마지막 영역인 의사결정 지원의 영역이 있다. 의사결정 영역은 점차적으로 자동화 영역으로 이전될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변하고 고객의 기호가 변하고 환경이 변화하는 한 늘 새로운 의사결정 요소는 나오기 마련이다.
디지털은 데이터라고도 표현할 수 있으며 0과 1로 표현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말한다. 숫자 0과 1은 당연하거니와 컴퓨터의 구조를 조금 배운 사람은 모든 문자는 ASCII 혹은 UTF 등 다양한 포맷의 기호체계를 기반으로 숫자로 표현될 수 있고 모든 숫자는 이진수 0과 1로 표현될 수 있으므로 컴퓨터에 담을 수 있는 모든 정보는 다 디지털이라고 할 수 있다. 파일, 문서, 이메일 그리고 스마트폰의 문자, 톡, 앱, 앱 사용 정보 등 모든 것이 다 디지털이다. 통화 내용도 물론 디지털 정보화되어 통신사의 기지국을 넘나 든다.
우리가 보고, 듣고, 알 수 있는 디지털 정보 외에 또 다른 디지털 정보가 있을까? GPS, DMB, Navigation, WIFI, Blutooth 등은 모두 디지털 정보다. 이런 정보들은 오프라인에서의 사람과 동물, 그리고 IOT화 된 기기의 위치와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오프라인의 활동 내역도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와 같이 24시간 사람과 함께 하는 IOT기기의 도움으로 데이터로서 정보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간접 정보의 오차율도 최근에는 현저히 줄어들어 특정 매장에서의 사람의 움직임도 Wifi나 Bluetooth로 꽤나 정확히 잡아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마케팅은 시장을 분석하고 고객 군을 식별하여 고객군의 특성을 정의하고 이들을 위한 메시지를 구성하여 전달하고 반응에 따라 다시 메시지를 전달하는 상호작용을 통해 전환(Conversion)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 전환은 비즈니스 목표의 KPI로서 모니터링의 대상이며, 의사결정의 바탕이 된다. 이제 이런 모든 마케팅 활동의 소스를 과거의 설문조사와 인터뷰, 전단지 전달의 방식이 아니라 디지털이라는 하나의 표준 환경에서 상호작용과 의사결정과 실행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게 되었다. 즉 흔히 알고 있는 웹과 모바일에서 발생하고 주고받는 데이터뿐 아니라 사람과 장치의 오프라인의 움직임과 활동마저도 데이터 기반으로 유추하고 판단할 수 있는 디지털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마케팅 테크놀로지의 가장 기본 요소가 된다.
자동화는 그 기저에 업무 프로세스가 정의되어 있는 것을 전제한다. 마케팅에서의 업무 프로세스는 기업마다, 산업 군마다, 매입과 매출의 성격과 빈도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되어 있다. 마케팅 테크놀로지는 기존 기업의 마케팅 프로세스가 업무 범위를 지정하고, 반복할 수 있으며, 측정 가능하다는 전제에서 논의할 수 있다. 업무 범위가 모호하거나, 매번 다른 방식(반복적 요소를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음)으로 진행되며 측정 방식과 방법이 없다면 테크놀로지 도입이 무의미하다. 다만, 디지털을 활용한 마케팅 활동을 중심으로 한다면 상당 부분 이런 기저 요소가 준비되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마케터가 하는 활동을 어떻게 자동화할 것인가가 주요한 화두고 되고, 자동화의 기본은 개별 문서작업이나 콘텐츠 생성보다는 업무 흐름을 자동화하는 것이고 이런 대부분의 자동화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플랫폼은 일부에서는 소프트웨어와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나 소프트웨어가 특정 단일 과업, 예를 들면 문서 작성, 사진 편집 등을 주로 나타낸다면, 플랫폼은 문서의 작성부터 승인, 팀과 회사 배포 및 저장 등의 보다 포괄적인 업무 프로세스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각 플랫폼은 업무를 위한 데이터 처리와 진행 프로세스를 담고 있고, 이러한 플랫폼의 기본적인 구조를 플랫폼 사상이라고 표현한다. 마케터는 자신의 업무의 흐름과 방식이 어떤 플랫폼의 사상에서 잘 어울리는지 혹은 어느 플랫폼의 사상이 마케팅 업무 프로세스를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완수하게 돕는 지를 판단하여 도입하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자동화의 속도를 올릴 수가 있다.
자동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되면 이는 인공지능으로 발전할 수 있는 하나의 토대가 된다.
그렇다면 플랫폼의 기능이나 업무 자동화 추진이 어려운 부분은 어떤 부분일까? 바로 마케터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최근의 다양한 플랫폼들은 인공지능을 탑재하여 자동화와 의사결정을 돕고 있다. 최근 각 자동차 회사에서 앞다투어 발표하고 있는 Level 2 / Level 3의 자율 주행 기능을 탑재한 자동차가 바로 인공지능 기반의 자동화와 의사결정 보조 기능을 조합한 운전 및 주행환경을 제공하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의사결정을 돕는 가장 효과적인 장치는 바로 시각화 기법이다. 현대 기업의 의사결정은 수개월에 걸쳐 시장을 조사하고 심사숙고하여 내리는 의사결정 부분도 있지만 거의 매일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의사결정이 매우 많아졌다. 내가 그렇지 않더라도 앞서가는 데이터 기반 기업들은 대부분 실시간과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데이터를 시각화하여 가장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최단 시간 안에 정확히 내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두되는 것이 바로 Business Intelligence 영역이다. 과거에 데이터 분석은 Data Scientist라고 불리는 특수한 직종과 오랜 분석 경력의 전문가의 전유물이었다. 이는 데이터의 양이 많지 않고 데이터를 모으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그만큼 소중한 데이터를 정교하게 다루기 위한 노하우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정보보안의 규정과 절차만 지켜진다면 원하는 데이터를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도 수집하고 분석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데이터를 수집하고 실시간 의사결정을 위한 대시보드 구축에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이는 실정이다.
그러나 그중에 상당한 기업들이 데이터 시각화를 하는 데 있어서 의사결정의 도구로서의 목적을 잊고 진행상황을 모니터링만 하는 모호한 상태에서 유명무실하게 유지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쉽게 말해서 모든 데이터는 의사결정을 위해 수집하는 것이고 모든 시각화는 의사결정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함이다. 의사결정은 바꿔 말하면 질문에 대한 답이다. 질문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지며, 질문을 만드는 것은 바로 기업의 핵심 KPI가 무엇이냐는 데서 출발한다. Key Performance Index를 가지고 KPI에 관한 질문과 KPI에 영향을 주는 질문을 만들고 이를 답하기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시각화해 나가는 것이 바로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핵심적인 역할이다. 만약 KPI가 없고, 질문이 명확하지 않다면 의사결정은 늘 고민과 숙고의 연속이 되고 적확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디지털, 자동화, 의사결정 지원을 위한 테크놀로지와 마케터의 역할은?
마케팅의 숙련자가 쌓아온 노하우가 프로세스가 되고 이 프로세스 중에 자동화할 것과 의사결정이 필요한 부분으로 나누고, 의사결정이 필요한 부분은 미리 질문을 구성하여 시각화 기술을 효과적으로 적용함으로써 필요한 상황에 신속한 답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얼마나 자동화할 수 있느냐가 후에 인공지능으로 발전할 뿐 아니라, 의사결정의 부담을 줄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람의 개입이 필요한 의사결정의 영역이 줄게 되면 사람은 더 창조적이고 또 다른 가치 있는 업무 영역을 발견해 나가면서 그 업무의 역할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다.
검증된 프로세스와 플랫폼, 그 위의 디지털 기술, 자동화 기술, 의사결정 지원 기술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가 마케터의 성패를 좌우
이렇게 마케팅 테크놀로지를 완성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서 데이터, 자동화, 의사결정의 부분을 살펴보았다. 이 세 가지 요소는 따로 떨어져 있거나 혹은 이 세 가지 요소만으로 마케팅 테크놀로지가 구성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모든 테크놀로지는 다 비즈니스에 기반하고 있으며,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기술은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담고 있는 플랫폼에 기반하고 있다. 프로세스는 업무의 노하우가 정형화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즉 뛰어난 마케터의 노하우가 잘 녹아든 테크놀로지 플랫폼에 기반하여 데이터, 자동화, 의사결정의 요소를 잘 활용한다면, 세상에 범람하는 테크놀로지에 파묻힌 마케터가 아니라 테크놀로지를 고용하여 활용하는 마케터로 거듭날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