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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 Apr 18. 2017

VOTE_FOR_FEMINISM

2017년 4월 15일의 기억

요즘 인터넷 상에서는 페미니즘이 핫 이슈다. 지난해 강남역 사건으로 성별 간의 엄청난 괴리를 확인한 개인들은 점점 더 활동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으며, 관련한 좋은 책들도 계속해서 출간되면서(심지어 디자인이 아주 이쁨!) 페미니즘 열풍에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광장에서 VOTE_FOR_FEMINISM이라는 행사가 열렸다. 글자 그대로 "나는 페미니즘에 투표한다"이다. 나는 이 행사를 페이스북에서 발견하였고 참석예정을 누른 뒤 실제로 참석했다. 요즘 페이스북에서 주 이슈는 정치&페미니즘인데, 친절하게도 페이스북은 이런 소식들을 마구마구 타임라인에 배치한다.

2017.04.17 광화문.

촛불을 들 때면 사람이 가득 차던 이 광화문 앞의 광장에서 페미니즘 집회가 열리다니 정말이지 감격스러웠다. 참석하지 않을 수 없었지 뭐야. 행사는 피켓 만들기(굳즈 판매)-공연-이야기-그룹 토론-그룹 토론에서 나온 이야기로 선언하기-행진 순으로 진행되었다. 나는 늦어서 그룹 토론에 거의 참여하지 못했는데, 그냥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진행자의 도움을 받아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세상에 대해서, 페미니즘 이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언뜻 보기에도 그룹이 수십 개는 있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광경은 어쩌면 경이로웠다.

내 피켓

사실 나에게 페미니즘은 누구도 답해주지 않는 아주 사소한 문제들에 대한 거대한 대답이다. 내가 페미니즘이라는 이념을 가지기 시작한 이유는 남성이라는 기득권을 가진 입장에서는 부끄럽게도 생명의 위협과도 직결된 것이 아니요, 경제적인 문제도 아닌 그저 내 주변 사람들의 고통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행동의 발현인 것이다.


소녀상 앞

우리는 보신각을 끼고 왼쪽으로 돌아서 소녀상 앞까지 행진했다. 행진하는 인원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차량 사이를 경찰이 통제하는 방식으로 행진이 이루어졌다. 행진을 하던 중, 이야기를 듣고 끄덕끄덕 하고 있었더니 이야기를 하시던 분들이 같이 이야기하실거냐구 물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동참했다. 페미니즘의 이념에 동의하시는 분들이 참여하신 집회라 그런지 너무나도 유쾌하고 또 존중받는 기분이었다. 


앞으로 광화문과 같이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곳에서 크게크게 집회가 열렸으면 좋겠다. 정말 난 소풍나온 기분이었다. 광화문 앞에 두런두런 둘러앉아 여성 문제, 궁극적으로 남/녀 모두의 억압을 해소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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