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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 Jun 13. 2017

가사노동, 그것의 본질은

집 밖에서 처음 맞닥뜨린 가사노동

가사노동, 이 단어를 들으면 정확히 나는 엄마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내가 20살이 될 때까지 가사노동을 직접 할 기회는 솔직하게 말해서 거의 없었다. 정말 피곤에 지친 부모님을 대신해 간간히 설거지를 맡는 정도. 그것도 설거지를 분담하는 것이 아닌, 그저 도와주는 수준이었다. 나의 빨래는 빨래통에 넣으면 엄마가 했고 아침은 자고 일어나면 엄마가 차려 주셨다. 그랬다. 학교를 다니는 나에게 '노동'의 개념은 멀었다. 공부하는 것이 학생의 일이었고 내가 하는 노동은 내가 쓰는 공간을 청소하는 일 정도였다. 학교에서 쓰레기를 버리고 화장실을 청소하는 정도가 가장 힘든 수준이었다. 학교에서는 우리가 어떤 일을 할지 가르쳐주지 않았고 높은 성적을 받아 좋은 대학에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처럼 가르쳤다. 그리고 성적이 낮은 학생에게는 '쇠를 깎는 일'을 하게 된다며 농담조로 위협했다. 노동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가사노동에 대한 이해가 없음은 당연하다.

사진 한 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수많은 가사노동

대학을 타지에서 다니게 되면 그전에 비해 많은 일을 혼자 하게 된다. 시작은 기숙사 생활이었다. 기숙사에서는 규정상 밥을 지어먹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가사노동에서 '요리'는 빠지는 셈이다. 그렇다면 혼자 생활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당장 입고 나갈 옷이었다. 내가 가장 처음 맞닥뜨린 가사노동은 바로 '빨래'였다.

1. 빨래

"빨래는 의류 따위의 섬유 제품을 씻어서 깨끗이 하는 일을 말하며, 달리는 그러한 행위의 대상이 되는 섬유 제품(빨랫감 또는 세탁물이라고도 한다)을 가리키기도 한다. 빨래는 여러 나라에서 흔히 하는 집안일 가운데 하나이며, 현대에는 세탁기와 세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 위키백과

빨래를 하지 않으면 수업을 들으러 나갈 수가 없다. 대학을 다니려면 수업을 들어야 하고, 움직임이 많을수록 옷이 더러워지는 것은 시간문제!! 어느새 가득 찬 빨래 바구니를 보자면 걱정이 엄습한다. 사실 처음에 빨래를 하는 일은 어느 정도 즐거웠다. 거의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더러워진 옷을 깨끗하게 씻는데!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 그것을 (거의) 영원히 반복적으로 해내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으면 말이다. 한 2년쯤 지나고 나면 빨래는 정말이지 반복적인 일로 변한다. 그닥 재미있지 않다. 때때로 일정이 빡빡한 때는 피곤해서 정말 하기 싫은데도 어쩔 수 없이 할 때도 있다. 이런 빨래를 어느 한 명이 다 책임진다? 정말 힘들다.


2. 청소

"청소(淸掃)는 가정의 가구나 장롱 위나 바닥, 부엌의 환풍기, 욕실, 화장실, 정원 등의 더러운 곳을 깨끗이 하는 것을 말한다. 집안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평소보다 넓은 범위를 크게 청소하는 것을 대청소라 한다." - 위키백과

기숙사에 처음 살기 시작했을 때 청소에 대한 고민은 별로 없었다. 물건이 그렇게 많지도 않거니와 중, 고등학교 때 나름 깔끔하게 지냈던 편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주 정도 지났을까... 머리카락과 각종 먼지들, 과자 부스러기와 조그만 쓰레기들로 가득 찬 바닥을 마주했다. 다행히 기숙사에 기본으로 제공되는 빗자루와 쓰레받기가 있었고 그걸로 생각날 때마다 쓸어주는 것으로 버텼다. 가끔 시간 나면 물티슈로 닦아주는 정도? 한 달에 한번 정도였다. 공간을 같이 쓰는 상대와 청소 스케줄을 공유하는 일은 쉽지 않은데, 사람마다 더러움을 느끼는 정도가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관찰했기 때문이다. 또 더러움을 느끼는 정도가 비슷한 사람끼리 사는 것이 스트레스를 덜 수 있는 길이라는 것도 느꼈다. 더러움에 대한 민감함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관찰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화를 통해서 얼마든지 원활한 청소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다고 믿는다) 청소는 학교 청소시간마다 느낄 수 있듯이 아무리 깨끗이 해도 티가 잘 안 나고, 그렇지만 조금만 어질러도 티가 크게 나는 일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창의성이 개입할 여지가 적으며 아주 반복적이다.

쌓이면 비우고 쌓이면 비우고 쌓이면 비우고...

3. 쓰레기 분리수거

청소 안에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도 포함될 것 같기도 하지만 움직이는 범위가 다르므로 분리해 보았다. 쓰레기를 분리수거하여 분리 장소까지 내다 버리는 과정 또한 누구에게나 고정적으로 시간을 소모하게 하고 특별한 노하우가 쌓이지도 않는다. 이렇게 적고 보니 청소와 분리수거는 정말 위대한 임에 틀림없다. 이런 지루함을 버텨내면서 깨끗한, 정리된 공간을 유지한다는 일은 엄청난 인내를 요하기 때문이다.


2017년 조사에 따르면 [남편의 가사노동 시간은 하루 18분, 아내는 1시간 36분]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러한 사회 환경 속에 살고 가정에서 어떻게 자라 왔는지 자각해야 한다. 앞서 말한 이런 반복적인 일들을, 그저 한쪽이 돈을 많이 벌기 때문에, 한쪽이 능력이 더 탁월하기 때문에, 아니면 나의 아버지 어머니가 그렇게 가르쳤기에, 아니면 귀찮으니까 권력을 이용해서 회피한다면 남은 일을 떠안은 사람의 끔찍한 기분을 무시하는 일이 명백하다. 내게 가사노동은 한 명의 인간으로 존엄을 유지하기 위한 반복적인 운동인 것이다.


자본주의는 우리 삶의 많은 분에 적용되어 가사노동의 거의 모든 부분을 경제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가사노동이라는 노동을 구매하는 일은 손 앞에서 만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과 같이 쉽게 대면할 수 있는 서비스의 형태로 제공된다. 그렇지만 몇몇 부분에 있어서 이것이 과연 어디까지 경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인지 의문이 있다. 비용이 적게 든다 한들, 내가 더 생산적인 인간이기 때문에 내가 획득한 재화로 다른 이들을 나의 가사노동에 고용하는 일이 온당한 것인가? 나에게는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인지 나에겐 어서 기술이 이런 가사노동에 집중해서 많은 이들의 반복을 줄여주었으면 하는 큰 바람이 있다. 그것보다 첫 번째로는 가부장제 하의 고정된 남녀의 성역할이 파괴되고 인간 대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기숙사와 군대에서 지낼 때에는 이 정도 가사노동을 경험했다.

자취를 하고 느끼는 새로운 어려움은 다음 글에 이어진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가사노동도 노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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