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주방 아르바이트 도전
내가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이 내 식탁에 오를 때까지 어떤 과정이 존재할까? 거꾸로 가보면 배달하는 라이더, 배달의민족 앱, 주문받은 식당, 식당의 직원들이 있을 것이다. 음식이라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소중한 것을 만든다는 일. 요리는 정말이지 위대한 일이다. 이런 요리가 탄생하는 공간. 그곳을 우리는 주방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나는 아주 운이 좋게도 주방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가장 내가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조리기구들을 세팅하는 법이었다. 불을 켜고 기름의 온도를 맞추고 물을 담고. 주방의 룰을 배우기 시작했다. 불을 다룰 때 조심해야 하는 점. 음식을 다룰 때 기본적인 원칙. 재고 관리에 있어 선입선출의 원칙. 글자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 내가 몸으로 실천해서 해내야 하는 지식. 주방에서 머뭇거림은 곧 무지와 다름없었다. 나는 무지의 상태로 있는 것이 아니라, 궁금한 것들을 계속해서 질문하는 형식으로 주방의 룰을 익혀나가기 시작했다. 또, 매니저님께서도 네가 할 일을 찾아서 하라는 식으로 나를 교육했다. 또, 설거지거리가 생기면 바로바로 하기. 시간 날 때마다 주변 청소하기. "주방에서 일이 없다는 말은 없어. 일은 네가 만들면 얼마든지 있는 거야" 이 말이 정곡을 푹 찔렀다. 정답이었다. 처음 일을 배우는 데 있어서 내가 강조받은 것은 속도보다는 정확성이었다. 요리는 하나하나의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이 비록 내가 처음이라 느릴지라도, 최종 완성품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부분으로 전체를 판단하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렇지만 요리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나는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을 위하는 자세가 되어 있다고 느꼈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오랫동안 주방일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내가 일을 배우는 입장에도 스트레스나 큰 압박이 없었다. 물론, 내가 일을 더 배우고 나서 실수를 한다면 그에 대한 피드백 또한 당연히 받아야 하겠지만, 당장은 순조로운 편이다. 일하는 시간이 5시간이라 그렇게 길지 않기도 해서, 그렇게 힘들지 않다. 일을 하면서 계속해서 내가 일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되새기고 있는데, 이렇게 번 돈의 대부분은 일단 월세로 쓰여야 한다는 점과 부모님께 받는 용돈의 가치. 내가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계속해서 꺼지질 않는다.
매니저님께서 말하시길 예전에는 정말로 주방은 버텨내기 힘든 근무환경이라고 하셨다. 많이 때리기도 하고 불과 날카로운 칼을 다루기 때문에, 군기가 세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최근에 방송에 요리 콘텐츠들이 많이 나타나고 또 당연히 시대가 변하면서 주방의 팀워크를 강조하는 새로운 문화가 자리 잡다 보니 예전만큼 악폐습은 없다고 한다. 앞으로 계속해서 주방의 룰을 익히는 대로 정리하려고 한다.
※ 니트릴 장갑이란 것이 있었다. 이것이 니트릴 장갑이라는 것을 알고 보니 다른 식당에서도 매우 많이 사용하는 장갑이었다. 역시 알고 보면 보인다.
손을 이용해 나 말고 다른 존재가 생명을 이어나갈 수 있는 요리를 만드는 일. 주방에서 일하는 것은 지금까지 나에게는 하루하루가 특별한 경험이자, 여태까지의 생각들을 되짚어볼 수 있는 시간이다. 설거지를 하든, 재료를 준비하든, 조리를 하든, 내 손으로 직접 결과물을 하나씩 만들어 나가는 일은 너무나도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