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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 Oct 29. 2017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 무엇을 남겼나?

세상을 바꾸는 공론장 기획 4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문제가 뜨거웠다.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 방법으로 생전 처음으로 공론조사라는 방법을 도입했다. 그리고 그 결정을 통해 나온 결과를 실제로 정부가 받아들였고 당장 신고리 건설을 재개하는 결론이 나왔다. 이런. 나는 기사를 통해 '숙의민주주의'의 도입이니, 그간의 결정 과정에 대해서 읽었지만 완전히 어떤 과정을 통해서 결정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마침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이런 글이 올라왔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다. (이런 공론장 가는 거 너므 좋아하는 거 아닌가 몰라)

남학당이라는 곳은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정말 '학당'이었다. 7시 쪼금 넘어서 도착했는데 7시 정각에 칼같이 시작한 듯했다. 패널들의 간단한 자기소개 이후에 발제 강의가 있었다. 이영희 (환경운동연합, (사)시민환경연구소 소장, 가톨릭대 교수) 라는 분이 해주셨는데 와우 엄청났다.

목차는

- 공론화와 그 기법들
- 신고리 공론화의 진행과정
- 신고리 공론화 평가와 과제

이랬다.


- 공론화란

"특정한 공공정책 사안이 초래하는, 혹은 초래할 사회적 갈등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일반 시민과 이해관계자들 및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함으로써 정책결정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일련의 절차" (2008, 사용후핵연료관리 공론화 TF보고서)

공론화란 단어는 참여정부 때에 처음 나왔다고 한다. 참여정부 때에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생겼지고 핵폐기물 처리 '부안 사태' 때에 기능했다고 한다. 그 뒤에 MB시절에 녹색성장위원회로 이름이 바뀌어서 유명무실해졌다. 


- 과학기술과 대중의 관계 변화

이것도 그전에 약간 기사에서 단편적으로 주워듣던 개념이라서 모호하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선명해짐! PUST(Public Understanding of Science and Technology) : 교사<->학생 모델과 같은 것이고 이것은 그야말로 과학자가 더 선생님의 위치에 있다는 관점이다. 여기서 PEST(Public Engagement with Science and Technology) 모델 그리고 "오만의 기술"에서 :겸허의 기술"로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연사께서 말하시길 이제 "전문가주의적 접근"은 틀렸다고 말한다.


- 시민참여

전문가주의에서 벗어나 이제 시민들이 기술적 문제에 대해 참여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시민참여는 '시민지식'의 증가와 맞물려서 더욱 커지고 있고 이제 이 의견들을 어떻게 수렴할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 의견수렴

1. 선호취합 방식 : 공청회/여론조사/국민투표

2. 숙의방식 : 합의회의/시민배심원/공론조사/시민의회

로 나뉘는데, 이 두 가지의 큰 차이는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의 차이이다.


- 시민배심원

1970년대 미국의 NPO인 제퍼슨센터에서 개발된 방법이라고 한다. 이것이 미국의 민주주의인데, 민주주의의 측면에서 혁명적 시스템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시민에게 권력을 부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처음 2008년 AI 때에 '국가재난질환 대응체계에 대한 시민배심원 회의'가 개최되었다고 한다. 

위의 권고안 제작 과정에도 적혀있시피 350명 참여 예정으로 적혀있는데, 실제로 이탈률이 매우 적어서 471명이 참여했다. 이 숫자는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참여 수치라고 한다. 근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국가에서 하는 조사인데 어떻게 내가 빠질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서 이런 수치가 나오지 않을까 추정한다. 그런데 내가 봤을 때는 여기서 500명을 추출하는 방법이 문제다. 아무리 인구통계학적으로 모든 연령층의 인구비율을 반영한다고는 하지만 미성년자는 포함하지 않고, 주말에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역시 참여할 수 없으니 여기서부터 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지점을 실제로 강연자도 인정했다. 


※ 신고리 공론화 평가와 과제

평가1. 시민들의 숙의 자세와 능력 : 공론화 초기도 그렇고 공론화에 반대하는 진영에서 계속 '능력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원전 이슈는 단순히 과학적인 이슈가 아니라 기술,사회정치경제, 윤리가 함께 합쳐진 '복합 이슈'이다. 실제로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주어 전혀 우려하는 문제가 없었다.

평가2. 시민참여단의 대표성 문제 : "층화 무작위 선발" 과정을 거쳤다고 함. 500명 참가에 350명 참가 예상했는데 총 471명 참여했다고 함. 사람들은 참여율, 숫자에 엄청 집착했다.

평가3. 공론화위원회의 역할 수행

- '기계적 중립성' 원칙 천명 하지만 중재자로서 적극적 역할 없이 쌍방 합의에만 매달림

-> 이는 공론화위원회가 공론화의 판이 깨어지는 것을 두려워했고 '합의'만을 종용했다는 비판점이 있다.

평가4. 공론화 과정의 공정성 : 친원전, 탈원전 모두 공론화가 '기울어진 운동장' 이라고 비판.

- 친원전 :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기조 (내 생각엔 투표로 뽑힌 형 정부에 대한 불평만큼 바보같은 일은 없다)

- 탈원전 : 지난 40여년간 조성된 원전 지향적인 지형 + 언론 (10:2의 비율)

평가5. 숙의 환경의 적절성

- 토론회 장소, 서비스 등등은 좋았다고 함.

- 주어진 3개월이 너무 짧음. 추석도 끼고 자료집 제공 시기 등을 고려하면 실제 공론화 기간은 1달 정도라서 사전학습하기에 부족한 시간이었다.

평가6. 공론화의 사회적 확산성 : 일반 시민들은 '여론 흐름'에 민감하게 귀 기울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론화를 시민참여단과 공론조사에 국한하지 말고 사회적으로 확대하여 일반 시민에도 이 주제에 대한 학습과 숙고의 시간이 필요했다. --> 이 부분은 내가 굉장히 공감한 부분.

평가7. 공론화 의제의 적절성 : 의제를 신고리 5,6호기로만 한정한 것이 적절한 의제인지 적절한지 논란이 있다.


종합평가1. 에너지정책과 에너지시티즌십 : 그간 비대칭적 원전 홍보에 노출된 시민들이 바람직한 에너지정책에 대해 비교적 균형 잡힌 논의에 참여할 수 있었다.

종합평가2. 민주주의 : 시민참여단에 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막대한 권한을 부여함. '한국형 공론화 모델' 같은 소리를 했다.

종합평가3. 숙의민주주의의 가능성 :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길 '민주주의의 모범'이라고 말했다는데, 강연자가 보기에는 '첫걸음' 정도로만 보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그 뒤에 토론은 김희경 변호사님부터 시작했다.

자료에 써놓은 거의 대부분을 말씀하셨는데, 그 내용은 생각보다 충격적이었다. 변호사님의 두 가지 지적은 시민참여단은 훌륭했고 전문가 패널은 미숙한 점과 전략의 부재라는 것이다. 변호사님 의견에 따르면, 건설 중단측이 재생에너지를 설명하는 데 시간을 쏟은 나머지, "실제로 건설을 중단했을 때의 매몰비용을 각오할 수 있는 결단을 내리는 데에 주저하게 되었고 결국 보수적인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다음으로 독일에서 오래 지내다 한국으로 돌아온 윤종일 카이스트 교수님의 이야기였는데, 그 분에 의하면 독일은 이런 토론화를 하면 단순히 과학기술 전문가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도 많이 참여한다고 한다. 원전 문제는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고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의 문제인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생각해 보면 이번 공론화위가 구성된 것이 지나치게 시민한테 많은 짐을 지우고 결국 답정너인 결과를 낸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다음으로는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말씀이 있었는데 이 분은 주로 정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는 입장이었다. 그 분은 공론화위는 '공론화 이전보다 이후에 공론화의 갈등이 완화될 수 있는가?'를 고민했다고 한다. 물론 나는 이 입장을 이해하려 했지만, 대체 왜 우리가 더 시간을 두고 원전 정책에 대해서 계속 토론할 수 없는지 좀 의문이 들었다. 그전까지 정부의 일방적인 주도로 에너지 개발이 이루어졌다면 이렇게 공론화된 것은 거의 최초라고 하는데 왜 이것을 3개월 만에 이렇게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이 결정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플로어에서 질문을 받았는데, 그 하나하나가 아주 좋았다.

1. 계속해서 공론화 방법을 사용하면 이해관계자들의 로비가 개입되지 않을까?

-> 이번에는 신원공개 절대 안 했고 기자 접촉도 맞고 SNS도 거의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덧, 충분히 로비가 있을 수 있다. 


2. 기본 정치 진영논리가 재현된 것이 아니냐? 대통령의 책임회피 수단이 아니냐?

-> 실제 결과가 완전히 진영논리처럼 나오진 않았다. 특히 20-30대에서는 공사 재개 의견도 많이 나왔는데, 이것은 재개 쪽 PT가 아주 뛰어났고 전문가 토론의 맹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전문가 토론으로 해버리면 성찰적 숙의와 PPT 스킬에 집중하게 되는데, 이것은 본질적인 문제 해결과 거리가 있다.


3. 공론화를 무조건 반영하게 되면 정부가 공론화를 회피하지 않을까? -> 그럴 수 있다. 그 뒤에 잘 기억이 안나네요ㅜㅜ


4. 청소년, 여성, 장애인, 참여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의견은 어떻게 수용할 수 있나?

-> 현재 공론화위에서는 '여성은 반드시 1명'의 원칙과 지역주민, 활동가 등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한다. 실제 공론화에 참여할 시민을 인구 비례대로 뽑았는데 50-60대가 45%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것은 공론화위에서도 좀 충격적이 이야기라고 했다. 앞으로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음.

-> 내가 한 질문이었는데 썩 만족스럽진 않았다.


5. 의제 선정의 임의성의 문제가 있지 않나?

-> 정책목표/정책수단의 개념이 있고 5년 정부라는 한계가 있다.


처음에 행사가 어느 정도는 원전에 대한 지식도 설명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오로지 '공론화'의 방법과 민주적인 절차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자리였는데 오히려 그래서 더 도움이 되었다. 나조차도 이번 정부에서 '공론화' 조사방법을 사용했을 때, 저런 방법이 가능할까 반신반의했고 실제로 정책으로 추진해서 결과까지 만들어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너무나 현장감이 넘쳤다. 끝나고 소감을 이야기할 때 김희경 변호사님이 숙소 앞의 '담배 존'에서 사람들이 그렇게 열띠게 토론이 일어났다고 했다. 그리고 언론에서 계속해서 시민 조사단의 자질과 대표성을 의심하니까 모더레이터인 자신에게 찾아와서 자신은 정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고 한다. 모든 기울어진 운동장을 인정하지만, 또 변화를 일으키고 싶은 입장에서 정부 혹은 기존의 권력을 가진 이들이 합의한 공론장 자체를 수용하여야 할까? 하는 물음이 생겼다. 이번에 해소된 물음은 그런 공론장에서도 우리나라의 시민이 충분히 토론할 수 있다는 능력이 있다는 점이다. 또 많은 이들의 결론이 공론화의 '과정'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도 배웠다. 부디, 이번 공론화가 정부의 '정치쇼'에 머무르지 않고 공론화위에서 나온 결론대로 탈원전을 향한 정책이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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