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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 Apr 01. 2018

빠띠-대학생 N잡러의 실험

하고 싶은 것만 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지

정신 차려 보니 봄


3월 정말 어떻게 갔는지 알 수도 없을 정도로 빨리 갔다. 빠띠 활동가의 정체성을 채 가지기도 전에 남은 대학의 학기를 마치고자 마음먹은 나는 개강을 맞이했다. 이름하여 N-잡러! 동료 N잡러 보고 좋은 것인 줄만 알았지(읽고 싶은 것만 읽었다고 한다)


다행히 4학년이라 수업 시간이 대부분 오후 시간대여서 오전에 빠띠 일을 하고 오후에 학교 수업을 들으러 가는 가기로 마음먹었다. 두근두근, 지난번 1달 지내고 난 후기를 써낼 때까지만 하더라도 N잡러가 어떤 기분일지 정말 상상이 되지 않았다. 1달 동안 실험을 한 지금 드디어 N잡러가 무엇인 지 깨닫고 있다. 


대학교 + 빠띠 = ...?

나의 학교 생활은 어쩌면 배우는 일이다 뿐이지, 빠띠에서 고민하는 내용들과 비슷하다. 학교 수업을 내가 관심 있는 과목을 신청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빠띠에서 고민하던 일들의 마음을 결정하기도 하고, 빠띠에서 일을 하면서 익힌 자잘한 근육들이 학교에서 작은 팀 프로젝트, 과제를 할 때의 아이디어에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서 교양 과목으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듣고 있는데 (다분히 사심 가득한 수강신청) 근대에서부터 하나 씩 자본주의가 어떻게 해서 탄생하게 되었는지, 민주주의가 처음에 어떤 식으로 시작되었는지 배우고 있다. 국민/시민/계급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데올로기란 무엇일까? 지금 정부/국회의원의 발언이 실제로 무엇을 의도하는지? 교수님이 간단하게 해석해 주셔서 아주 수업에 풍덩 빠져서 듣고 있다. 그리고 새로 하는 팀 프로젝트에서 구글 독스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기록과 정보 공유를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리모트와 직접 만나는 일의 소중함


빠띠팀이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일의 무게가 많아서 그럴까, 아니면 단순히 수다의 연결고리가 줄어들어서 그럴까, 페어나 수다 시간도 예전보다 줄었고 팀의 에너지가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어찌 되었든 만나서 일을 해보는 것이다. 대단히 같이 할 일이 없어도 말이다. 마침 학교를 가지 않는 날이 있어 그 날 아예 만나서 일하기로 정했고 실제로 그것은 굉장히 좋았다. 리모트 업무를 하면 정말 팀원의 얼굴을 보고 일하는 시간이 많지 않은데, 일만 하면서 수다를 떨지 못하면 팀 전체의 에너지가 쭉쭉 떨어지는 관찰을 하고 있다. 그래서 드는 생각이 '어쩌면 빠띠의 근원은 수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결정과 결정, 실행과 실행 사이에 수다가 섞이지 않으면 우리는 금세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빠띠는 수다-베이스 팀인 것이다. 

 

리모트 업무를 하면서 문제에 대해서 수다를 떨다가 빠띠에서 다 같이 돌려 읽은 책이 있는데 ‘리모트’라는 책이다. 그 책에서 리모트 업무에 대해서 “사람을 직접 만나는 가치는 그런 희소성이 있는 대접을 함으로써 상대방의 격이 올라간다는 데 있다. 이로써 당신이 원하는 “마법의 번쩍이는 순간”이 올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완전 공감! 요즘 들어서 사람을 만나는 일에 더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리모트 근무에서 만나는 일의 소중함을 배울 줄이야!


너무 많이 먹으면 체하지


마무리를 하려고 보니 너무 좋은 점만 적은 것 같다. 3월의 내 시간들을 보면서 내가 욕심을 많이 부렸구나 싶었다. 내가 움직이는 에너지는 내 주변의 민주적이지 않은 일상도 있었지만 사회 온갖 곳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에 분노한 것이기도 했다는 것을 명확히 깨달았다. 그리고 배움을 요구하는 대학생의 삶과 활동가의 정체성이 합쳐졌을 때, 좋지 않은 조합임은 확실하다. 어떤 공부건 끝이 없고 빠띠에서 일감도 ‘내가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얼마만큼 배울지, 내가 얼마만큼 일할 지 모두 내가 딱 정해야 했다. 그리고 학기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그 선을 명확히 정해놓지 않아서 3월 내내 계속 공부!!!! 우와!!! 했다가 빠띠!!!! 했다. 팀에서 이런 실험 주제를 팀원들과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다. 학기가 끝나고 나서 내가 얼마나 배웠을지, 내가 얼마나 일을 제대로 해냈을지 아직 눈에 잘 그려지지 않지만 줄타기하듯이 잘 나아가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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