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민주주의 활동가 그룹 빠띠
by 갱그리 Mar 09. 2018

굿즈 덕후가 굿즈를 만들다

여성의날 굿즈샵 런칭 이벤트 후기

나는 텀블벅 덕후다. 주기적으로 텀블벅에 들어가 프로젝트를 둘러 보는게 내 취미 생활. 각종 굿즈를 모으고 뱃지를 달고 굿즈로 배송된 책들을 읽는 게 내 즐거움이다. 그뿐인가, 알라딘 굿즈도 깨알같이 모으고, 텐바이텐 1300K 굿즈도 아름아름 모은다. 나름 굿즈덕후로서 부심이 있을 정도였달까. 내가 어? 이래봬도 어? 텀블벅에서 몇십만원 밀어주는 사람이야 어? ᕦ(•̀ᴗ•́ *)


그래서 빠띠가 처음 캠페인 덕후를 위한 굿즈샵을 여는데, 런칭 이벤트를 한다고 했을 때 너무 신나서 내가 하겠다고 막 자원을 했다. 굿즈라면 나지, 나 시켜주세요! 그래서 야심차게 기획한 것이 2018년 38 여성의날을 위한 Women can do anything 이벤트였다. 



일단 통신판매업 신고부터


빠띠는 텀블벅과 같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고 자체적인 플랫폼이 되기로 결심했으므로, 일단 런칭을 하기 위해 쇼핑몰부터 개장해야 했다. 직접 쇼핑몰을 개발할지 말지 고민했는데, 직접 개발했을 때 결제 회사(이니시스 등)와 계약해야 하는 비용이 네이버 스토어팜을 사용하여 계약하는 것에 비해 더 비싸고 복잡했다. 그래서 일단 여러모로 플랫폼을 조사해보다가, 네이버 스토어팜에 쇼핑몰을 열기로 했다.


여기까지 결정하는 건 어렵지 않았는데, 일단 스토어팜 가입부터 혼란의 도가니였다. 단체의 네이버 계정으로 스토어팜에 가입하려고 하는데, 스토어팜에는 '단체 계정'으로 가입할 수 없다고 계속 나를 뱉어냈다. 이 굿즈샵이 내꺼면 내 계정으로 가입했겠지, 하지만 회사껀데 왜 내 계정으로 가입하라는거야 속으로 계속 열불천불내며 네이버 스토어팜과 악을 쓰다가 굴복하고 개인 계정으로 가입했다. 


개인 계정으로 가입하고나서, 스토어팜을 열고나니, 이제 필요한 서류들을 제출하라고 한다. 그 가운데 제일 중요한게 통신판매업 신고증이다. 이 회사가 통신판매업종으로 등록되어 있는 지 확인하는 문서다. 그런데 이 통신판매업을 신고하기 위해서는 쇼핑몰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쇼핑몰을 열기 위해서는 통신판매업 신고증이 필요하다.(???)


여기서 수일을 헤맸다. 도대체 나는 누군가 여긴 어딘가 싶을 무렵, 고객센터의 도움을 받아 아주 작은 버튼 하나를 찾아냈다. '신규 어쩌구저쩌구..'(기억이 안난다. 기억을 안하고 싶었나보다.) 를 누르면 쇼핑몰 정보를 받아 무사히 통신판매업 신고를 할 수 있다. 신고가 끝나면 발급된 통신판매업신고증법인인감증명서사업자등록증....등등을 굳이 jpg 로 변환(왜 때문에 pdf 업로드가 안되는거야 대체)해서 스토어팜에 등록하면 ..... 이제 드디어 스토어팜이 개설된다. (헉헉)



굿즈 컨셉 정하기


지루한 뫼비우스의 띠를 끊고 나온 후에야 이제 드디어 재미난 굿즈 기획 (^0^)/ 에 들어갈 수 있었다. 처음 기획한 건 럭키박스 컨셉이었다. 각종 페미니즘 굿즈를 한 상자에서 만나 볼 수 있는 '페미니즘 럭키박스'! 각종 여성 단체들의 굿즈를 모으고, 우리가 스티커와 피켓 등을 생산해서 하나의 박스 안에 담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럭키박스 컨셉에는 문제가 있었다. 다양한 종류의 예쁜 굿즈를 꽉꽉 눌러담고 싶었는데, 그러자면 이 럭키박스의 가격이 차마 지를 수 없게, 너무 가격이 높아졌다. 그렇다고 단가가 저렴한 굿즈만 모으는 것도 쉽진 않았다. 모을 수 있는 굿즈는 스티커, 엽서 정도였는데 각종 여성 단체들의 스티커를 다 모아서 스티커 팩을 만들면.. 아무래도 배송비가 더 비쌀 것 같았다. 게다가 굿즈가있는 여성단체들의 컨택도 쉽지는 않았다. 수익금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것도 어려웠다.


그래서 '럭키박스' 컨셉을 버리고 다른 내용을 기획하기로 했다. 때마침 손나은의 'Girls can do anything' 폰케이스가 논란이 되고 있었고, 여기에 분노한 우리는 'Women can do anything' 을 이름으로, 페미니즘을 말하는 데에 필요한 것들을 모으는 anything 툴킷 박스를 만들기로 했다. 일단 컨셉을 정하고 굿즈를 정하니 함께 할 단체를 섭외하기도 훨씬 수월했다. 마침 한국여성의전화에서 낸 페미니즘 캘린더가 이 컨셉에 딱 어울렸다. 매달 여성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매 달의 페미니즘 미션을 적어둔 캘린더였다. 여기에 당당한 여성들이 그려진 마스킹 테이프까지, 이 캠페인과 딱이라고 생각해서 급하게 컨택을 했다. (이때가 여성의날을 고작 2주 앞둔 날이었다.) 다행히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이 캠페인 제안을 흔쾌히 받아주셨다.



가격 책정하기


이제 품목이 다 정해지면, 물건 별로 생산 단가와 수량을 기록해야 한다. 이제부터는 엑셀과의 싸움이다. 피켓 한장에 얼마, 스티커 몇개에 얼마, 캘린더는 얼마... 피켓이 생각 외로 비쌌다. 아무래도 거리에 들고 나가야 하는 것이니까 팔랑팔랑한 종이가 아니라 두꺼운 종이여야 했는데, 그렇다보니.. 킨코스에서 장당 3500원에 인쇄할 수 있었다. 38여성의날 기념으로 딱 38개를 생산하기로 했으므로, 수량이 너무 적어서 단가를 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이때 알았다. 소량의 굿즈를 생산하면 생산 단가가 너무 비싸진다는 것을.. 첫 시도니까 판매 부담을 줄이려고 일부러 50개를 넘지 않게 했는데, 그러다보니 그게 또 한편 단가를 올리는 일이 된 것이다. 정말이지, 모든 일엔 장단이 있다.


가격을 판매자가 책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품목들에서 대~강의 판매가 견적이 나오게 된다. 이정도 품목이면 최대 3만원을 넘진 말아야겠다, 뭐 이런 대강의 눈치 있지 않은가. 우리도 그랬다. 책, 마스킹테이프, 피켓, 캘린더, 스티커.. 품목이 많고 개별적으로는 또 결코 저렴하지 않은 것들(스티커를 제외하고)이라 모아놓으니 단가가 너무 비쌌는데, 또 내가 구매자 입장이라면 아무리 비싸도 3만원(배송비를 제외하고)을 넘어가면 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또 수익이 너무 낮으면 수익금을 후원해야 하는데,  노력한 시간 만큼의 금액은 모아서 전달하고 싶었다. 가격을 정하는 일은 정말 줄타기 같았다. 적정선에 대해 오래 논의하고 주변의 수요 조사도 하고 의견도 받으면서 최종적으로 판매가를 29,500원으로 결정했다. (뒤에 나오지만 여기서 이대로 가격을 책정하면 안되었다. 부가세라는 것이 있다. 부가세는 10%다... 부가..부가세.....부들부들)



굿즈 홍보하기


솔직히 나는 굿즈 오픈하자마자 다 팔릴 줄 알았다. (ㅋㅋㅋ) 나는 굿즈 덕후였고! 안 산 굿즈 없었으니까! 딱 내가 좋아하는 굿즈만 모아놨으니까! 사람들이 살거라고 막 건방지게 믿었다. '아 너무 많이 팔려서 더 팔라고 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까지... 하지만 이 걱정은.... 오픈한지 하루만에 산산조각났다.


굿즈 런칭 이벤트 홍보 화면

주문이 너무 안 들어오는 것이다. 불안해서 계속 새로고침하는데 주문이 안 들어왔다. 네이버 고장났나? 싶을 정도였다니까. 오픈한지 네시간이 지나서 첫 주문이 들어오고 그때는 일어나서 만세! 를 외쳤다. 드디어! 이제 봇물터지듯이 주문이 오는 것인가?! 눈을 부릅뜨고 기다렸는데......그렇지 않았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오픈했는데, 공교롭게도 우리 굿즈가 오픈한 날은, 페이스북은 페이지의 게시물이 잘 보이지 않도록 알고리즘을 바꾸었다고 발표한 첫날이었다. 우리 페이지의 도달율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요망한 페이스북.. 우리가 굿즈 팔지 너한테 돈 줄까보냐. 이를 악물고 절대 페이스북에 유료 홍보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결국 했다(T^T)


내 개인 SNS에도 게시했다. 빠띠의 페이지 게시물을 내 타임라인에 공유하는 건 별 반응이 없었는데 페이지를 공유하지 않고 내 타임라인에 직접 굿즈 사진을 첨부해서 올렸더니 반응이 좋았다. 사진이나 영상이(특히 다른 데서 링크를 공유해오는 것이 아니라 직접 업로드한 것이) 첨부되어 있으면 피드 노출율이 높아지나보다. 그때 공유하고나서 주문이 몇 건 더 올라갔다. 


그리고나선, 주말에도 공휴일에도 매일매일 트위터를 했다. (참고로 나는 트위터를 안하는 사람이다..) 트위터에서 사람들이 자주 쓰는 문구가 뭔지, 어떤 느낌으로 올리는지, 글타래는 어떻게 만드는건지 몇몇 계정을 보며 연구를 했다. 하지만.. 내가 연구한 것보다 한여전에서 트윗해준 것이 더 인기가 좋았다. 빠띠 계정 자체가 너무 활동이 없어서 팔로우가 적었던 탓도 있겠지만, 문구도 다르고 뉘앙스도 다르고 뭔가 그랬다. (아래에서 직접 비교해보세요)




아무튼 홍보는 너무 어려웠다. 온라인 마감이 3월 5일이었는데 이때까지 총 26개가 팔렸다. 주문해주신 모든 분들께 무릎 꿇고 절하고 싶었다. 너무 감사합니다 여러분. 눈물..눈물을 흘린다..



굿즈 포장과 배송


여기서 내가 몰랐던 것들이 우르르 등장한다. 나는 굿즈 단가란 굿즈를 제작하는 단가라고만 생각했지 포장재는 생각도 못해봤다. 생각해보니 포장재도 사야 하는 것이었다. 그뿐인가. 부가세도 있었다! 부가세가 10% 있었던 것이다. 제품 생산 단가와 수익만 고려하고 굿즈 가격을 책정하면 안된다. 29500원에 판다고 해서, 29500원이 내 손으로 들어오는게 아니다. 10%는 세금으로 내야 하고, 또 그 가운데 일부는 포장재를 사는데 써야 한다. (물론 포장재가 엄청 비싸진 않다. 우리가 산 건 40장에 9000원이었다. 하지만 이런 계산을 미리 다 했어야 했다.) 그리고 스토어팜에서 주문된 결과를 살펴보니 이상하게 정산 예정 금액이 28562원, 막 이랬다. 이게 뭔가 했더니 결제 수수료였다. 사전조사할 때 결제 수수료 없다고 했던 것 같은데?! 네이버페이 수수료만 떼간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건 네이버가 이중으로 뜯어가지 않는다는 의미였던 것 같다.. 모든 결제는.. 수수료가..붙는다.. (참고로 무통장입금이 수수료가 가장 저렴했구 휴대폰 결제가 가장 비쌌습니다..)


아무튼 3월 5일 아침 열시에 모여서 포장을 했다. 나는 왜 주소를 라벨지에 프린트하는 걸 몰랐을까? (아무튼 그랬으면 라벨지 값과 프린트 값도 들었겠지) 주소를 포장지에 어떻게 써야하지? ㅇ.ㅇ .... 하고 있다가, 그냥 매직으로 썼다. 잘못 써서 포장지 몇개 버렸다..


배송은 여성물류스타트업 왕왕을 통해 했다. 왕왕의 대표님이 친절하게 안내해주시고, 소량인데도 물건을 직접 픽업하러 와주셨다.. 감사합니다... ू(ʚ̴̶̷́ .̠ ʚ̴̶̷̥̀ ू)..



오프라인 현장판매과 정산


하지만 굿즈의 재고가 10개가 남았다. 이 일을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다가 마침 38여성의날 왜안돼 페스티벌에 스피커로 참여하게 되어 있어서 그날 가져갈 수 있는지 물었다. 흔쾌히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굿즈 팔면 왜 안돼? 다 돼~!) 너무나 감사했다... 페스티벌도 너무 즐거웠고 이날 부스에서 열심히 판매해서 10개를 다 팔았다! 오예! 


현장판매는 계좌이체와 현금이 많았다. 내 개인계좌로 다 받고 기록해두었다. 신기한 것은 그렇게 중구난방 돈을 받았는데도 (나중에 보내주셔도 된다고 하고 현장에서 바로 결제를 거의 하지 않았었다) 다 당일날 입금이 되어있던 것.. 역시 페미니즘은 사랑입니다(??) 


정산은 아직도 안됐다. 여러분 네이버 쇼핑을 하면 '구매확정'이라는 것을 아시는가요. 그걸 눌러주시기 전엔 정산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도 잘 안 눌렀어요. 이번에 알았음 ㅠㅠ) 26개를 온라인으로 판매했는데, 배송이 다 되었는데, 들어온 금액은 6만원 뿐.. 그것도 매일매일 조금씩 들어오고 있다......으아아. 


Parti 굿즈숍은 세상의 모든 캠페인 덕후들을 위한 굿즈 큐레이션 서비스입니다.
특정 캠페인 기간동안 한정판으로 판매되며, 언젠가 돌아옵니다.

제안 : contact@parti.xyz
keyword
magazine 민주주의 활동가 그룹 빠띠
소속 직업개발자
독립활동가의 정체성을 가장 좋아합니다.
댓글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