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튀니지 그리고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생각해보다.
지난 5월 24일 빠띠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회에서 주최한 서울 글로벌센터에서 열린 촛불항쟁 국제토론회에 다녀왔다. 학교에서 이론으로 깨쳤던 것, 빠띠에서 경험, 지난 가을 2017 미래혁신포럼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이 중간중간 스쳐지나갔다.
작년에 2017 미래혁신포럼에서 만난 비르기타 욘스도티르는 이번 토론회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아이슬란드 해적당을 만들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비르기타의 이야기는 작년에 들었을 때와 또 달랐다.
(딴소리) 작년에 한국에 왔을 때 전해준 우주당의 맨투맨이 너무 좋았다고 한다. 친구들이 어디서 났냐구 엄청 좋아했다고..
“국회를 바꾸고 끝이 아니라 개개인 모두를 바꾸는 일이 변화의 핵심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민주주의는 도구일 뿐이라는 것이다.”
시작할 때부터 강조한 것은 8년의 국회의원 임기 동안 “국회의원이 된다고 해서 본인이 생각한 만큼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라는 것이었다. 그렇다. 대의민주주의는 잘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일까? 물론 외국의 사례와 우리나라의 시스템, 문화와 역사의 맥락의 차이를 감안해야 한다.
아이슬란드는?
아이슬란드는 의회의 역사가 우리나라와 다르게 어마어마하게 길지만 인구는 33만 우리나라로 비교하면 작은 도시 정도 인구다. 우리나라는 아이슬란드의 150배, 5천만의 인구를 가진 나라이다., 서울시만 해도 천만명,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산다. 무언가 결정하는 일만 비교하면 엄청나게 복잡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0%인데, 아이슬란드는 조직률이 84% 정도 된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변화의 문은 좁다” 라는 말도 인상깊었다. 비르기타 자신은 금융위기 전부터 계속 시위를 해왔고 아이슬란드 금융위기로 인해 국가 시스템의 공백이 생겼을 때 열심히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했을 뿐이라고 했다. 사람들을 모두 모아놓고 ‘가장 우선적으로 우리가 했으면 하는게 무엇이냐?’ 3가지 적으라고 하고 다 모아서 나온 것이 ‘정당을 만들자’ 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무려 8년이 넘게 실험한 결과를 우리에게 전달해 주었다. 사람들은 위기가 끝나면 다시 느긋해지고 변화를 시도하기엔 힘이 부족해진다고 했다.
정말 필요한 것은 국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 모두를 바꾸는 일이라고 했다. 빠띠에서 하고 싶은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민주주의는 도구일 뿐이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튀니지의 사례를 들으며 지난 우리의 촛불혁명이 떠올랐다. 정권이 바뀌어서, 큰 변화가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일터, 학교와 같은 일상에서 많은 변화가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자스민 혁명(2010–2011)이란?
2010년 튀니지의 26살 청년 모하메드 부아지지가 부패한 경찰의 노점상 단속으로 생존권을 위협받자 이에 분신 자살로 항의했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튀니지 민중은 반(反)정부 시위로써 독재정권에 저항하였다. 민중들의 반(反)정부 투쟁은 2010~2011년에 걸쳐 국내 전역으로 확대되었고 군부가 중립을 지킴에 따라 제인 엘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하여 24년간 계속된 독재정권이 붕괴된 사건이다. 재스민이 튀니지를 대표하는 꽃이기 때문에 재스민 혁명이란 이름이 언론에서 붙여졌다 — 위키백과
튀니지는 혁명을 이루어 낸지 얼마 안되어서 그랬는지 에너지가 엄청나셨다. 주어진 시간 동안 당시의 열기를 전해받는 것 같이 뜨겁게 튀니지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씀해 주셨다. 그런데, 자스민 혁명 이후를 말씀해주실 때 부터 어랏? 했다. 나는 자스민 혁명이라는 글자만 알아서 마냥 잘 된 일인줄 알았는데, 아직은 민주주의가 들어서기만 한 수준이라고 한다. 그리고 세계화라는 이름 아래 IMF와 World Bank가 자행하는 식민화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social justice’ 사회적 정의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실제로는 혁명이 몇 년이 지난 지금 민중들은 딱히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 여성에 대한 폭력을 방지하는 법안이 생기는 등 변화는 있지만, 행사 이후 튀니지 친구와의 대화에서도 ‘그렇지만 별로 바뀐게 없어…’ 라는 자조적인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
우리나라도 지금 그런 변화의 순간에 와 있다고 느낀다. 촛불이 시작된 지 1년 반이 된 지금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에 정말 만족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봄 국민들의 지지에 힘입어 정부는 개헌안을 내어놓았다. 그렇지만 국회에서는 개헌에 큰 관심이 없는 듯 했다. 당사자인 국민들 사이에서도 개헌이 무엇이고 우리가 뭘 바꾸어야 하는지 충분히 이야기되고있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리고 이어서 최저임금 문제, 양심수 문제 등 막상 촛불집회 때 사람들이 요구한 의제들이 얼마만큼 실제로 국가에 반영되고 있는지는 물음표다. 선거만 잘 한다고 저절로 민주적인 일상이 찾아오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더욱더 선명해졌다.
우리나라 연사들이 촛불 혁명에 대해서 자화자찬하는 분위기였다. 이제 1년 지났고 우리 안에 여전히 촛불 ‘혁명’의 열기가 여전히 남아 있어서 그럴 것이라고 짐작했다. 말씀을 들으면서 정말 바뀐 것이 무엇인지 차가운 분석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커다란 주제-형체가 보이지 않는 ‘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참으로 이해관계가 첨예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떨 땐, 뜬구름을 잡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구조가 너무 커서 내가 해결할 수 없을거라 여겨질 때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지난 정권과 촛불혁명에서 배웠다. 손을 놓으면, 무관심하면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것을.
그렇지만 촛불을 들어서 행정부를 바꾸어낸 힘은 또 보통 사람들에서 나왔다. 내가 참가했던 촛불혁명을 돌아보고 다른 나라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나의 상상력을 세계로 뻗어볼 수 있어서 참 소중한 시간이었다.
강의를 들으면서 공통적으로 연사들이 말하고 있는 내용이 있었다. 바로 우리의 일상이 바뀌지 않으면 실제 정치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나도 그런 부분에 염증을 느껴서 빠띠의 팬이 되었고 멤버가 되었다!!!) 그리고 빠띠에서는 그 방법으로 커뮤니티의 공간을 만들고(빠띠) 개인 혹은 단체가 자신의 이슈를 알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가브크래프트) 행사에서 실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도구(타운홀) 등을 만들고 있다. 빠띠에서는 정치라는 개념을 더 말랑말랑하게 만들고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쉽게 낼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원문 빠띠 미디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