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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 Jul 24. 2019

2019년 상반기 취업시장에 도전

지난 2월부터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졸업 전후 사회로 나가는 큰 관문이다. 연일 신문에서 자기 입맛대로 떠들어대는 청년 취업률의 당사자인 셈이다. 여러 동기가 있었지만 안정적인 삶에 대한 욕구가 가장 큰 동기였다. 한 해 두 해 친구들과 선배들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큰 조직에서의 삶도 괜찮다 싶었다. 약간의 제약사항이 생기겠지만 감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시작부터 지금까지 경험한 일들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자기소개서와 이력서 쓰기

평소에 글 쓰는 일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자기소개서를 쓰려니 막막했다. 자기소개서는 철저히 읽는 사람을 위해서 쓰이기 때문이었다. 자기소개서는 신문기사처럼 일종의 구조화된 틀이 있고 회사에서 요구하는 경험과 자질을 증명하는 글이다. 처음엔 내가 생각하는 나와 회사에서 요구하는 나 사이에서 애매하게 수필도 자기소개서도 아닌 글을 써냈다. 당연히 한 번에 쓰일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고 첨삭이나 편집을 할 예정이었다. 약간 원석을 다듬는 기분이랄까? 다음 단계로 '기업 분석 자료'와 '합격자소서' 들을 열심히 구해서 읽었다. 현실은 꽤나 냉혹했고 나의 감상에 젖은 글들을 수정하는 것은 힘이 들었다. 그래도 여러 곳에 맞추어서 쓰다 보니 마지막엔 조각조각 맞춰서 제출하는 여유도 생겼다.


직무 시험과 면접 준비

열심히 여러 회사에 지원한 것에 비해서 수확이 좋지는 않았다. 제일 힘이 되었던 말은 "일자리는 많고 떨어지면 그 회사는 정말 나랑 안 맞는 곳이다"라고. 위로하기 위한 말로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을 담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서로 맞는 회사와 일하는 게 나와 회사 모두에게 좋은 일이니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것이 잠깐 하고 마는 것이 아니고 일주일에 40시간 이상 부딪쳐야 하는 일이니까 서로 신중한 것이 당연할 터다. 나름 사람인이랑 다른 취업카페에 가입해서 정보를 찾아보곤 했는데 정제된 정보를 얻는 것이 쉽지 않았다. 여기서 학연과 인맥이라는 단어의 뜻을 알게 되었다. 동네방네 이야기하고 다니니까 도움을 주는 분들이 계셨다. 덕분에 우리 사회에서 정보의 지도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돌아가도 뾰족한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 스터디를 열심히 찾아서 나가는 데도 한계가 있을 테니까. 취업 컨설팅/과외를 받거나 가진 인맥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수밖에. 이미 계급화된 사회에서 공정한 경쟁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구나 라는 것도 깨달았다. 서로가 가진 자원의 양이 다르니까. 현실이었기 때문에 내가 없는 자원에 슬픔을 느끼거나 비관적으로 접근한 것은 아니었다.


전략

회사에 지원할 때 1순위는 흔히 우리가 아는 대기업, 2순위는 IT기업 네이버, 카카오, 3순위는 스타트업이었다. 지금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 얼마나 욕심인지를 깨달았다. 대기업과 IT기업에서 요구하는 기술과 인재상은 꽤 다르기 때문이다. 당연히 대기업은 학점을 보고 물론 전공지식도 요구한다. 실무 경험보다 인성과 창의성 등을 평가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직무에 대한 문항은 인턴 레벨 이상의 깊이를 요구했다. 면접자들 중에서는 3년 차 이하의 중고 신입들이 많았는데, 지금의 대기업 지원자들과 대기업에서 요구하는 능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 수 있었다. 그다음으로 계속 읽어본 것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공고였다. [신입]이라는 단어를 찾기 힘들었다. 특히 네이버는 공채를 안 한 지 좀 되었다고. 네이버는 신입은 대학생 대상 자체 공모전으로 인턴을 채용한다. 3년 차 정도의 경력직에 지원했지만 서류 탈락하고 전화 면접에서 탈탈 털렸다. 반기 안에 어떻게든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요즘은 일할 수 있는 곳에 모두 지원하는 중이다. 기술면접을 경험하면서 지식적으로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일 하면서 익힐 수 있는 지식들도 많이 보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람

본업 없이 3개월쯤 지나자 불안감이 몰려왔다. 실력이 줄어드는 게 아닐까? 경력에 공백이 생기는 것을 나쁘게 보면 어떡하지? 왜 계획 없이 퇴사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지도 온몸으로 느꼈다. 전혀 모르는 조직과 타인에게 나를 증명하려고 몸부림쳤다. 그럴 때마다 비슷한 먼저 가본 사람들이 조금씩 도와주었다. 고맙다.


마치며

취업, 이직과 경력 걱정은 은퇴할 때까지 이어질 테니까,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고 건강하고 계획적으로 마주하는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 중이다. 6개월 전과 지금의 나는 정말 다르기에  나는 성공적으로 보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내가 무엇을 원하고 타인은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솔직해지는 시간이었다. 욕망과 생존의 경계에서 줄타기. 그 사이에서 나와 내 취향을 잃지 않고 지켜내는 일. 그러면서도 내 주변을 조금이나마 나은 세상으로 만들기. 아 여전히 욕심이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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