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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 Apr 02. 2017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니콜라스 카 지음/최지향 옮김

모든 일에는 이야기가 있다. 당신을 어쩌다 만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고, 왜 내가 태어났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책도 마찬가지다. 어떤 책을 만나게 된 데에는 이야기가 있다. 시대를 불문하고 이야기 중에서도 제일 재미있는 것은 누군가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소개팅이라는 말이 있다. 서로 한두다리 정도 아는 사람들끼리 보통은 연애를 목적으로 만나는 일을 말한다. 책도 같다. 책을 사랑하는 나에게, 다른 책을 사랑하는 이가 책을 추천해 준다면, 나는 그 책을 소개받은 셈이다.

이 책은,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12월 2일~3일 밤새 진행된 기적의 협동조합과 함께하는 기적의 책읽기에서 미리 읽어올 책이었다. 책으로 하는 활동에 대해서 궁금했던 나는 밤새 책읽는 행사는 세상에 처음 들어봐서 신청했다. 당시는 학기 중이라 100페이지  정도밖에 읽지 못했는데, 학기가 끝나고 미뤄두다가 꺼내들었는데 재미있어서 며칠동안 진득하게 읽어내었다.


바쁜 나는 '나'로서 고민 없이도 살아간다. 그렇지만 우리 각각은 분명히 '나'이고 '나'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하는 일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이것은 우리가 '왜'라고 생각하지 않는 많은 일들에 대해서 적용할 수 있는데, '생각'도 그와 같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는 일은 의식하지 않으면 그저 눈앞에 닥친 일들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생각만 하게 된다. 내가 이 생각을 '왜'하게 되었을까? 설명하는 일은 꾸준한 관찰이 있지 않으면 쉽지 않다. 책의 제목은 The Shallows 직역하면 '얕은 사람들'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지만 저자의 의도와 자극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한글 제목이 붙었다. 그리고 부제는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이다. 제목과 부제에 사실 이 책이 말하고픈 내용이 모두 들어있다. 분명 우리는 인터넷을 쓰면서 우리의 생활 습관이 많이 바뀐다는 것을 서서히 관찰하지만 이것이 왜 이렇게 되는 것인지, 뇌와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까지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저자는 '생각'에 필요한 매체들의 역사부터 현재까지를 이야기하면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과 살아가는 방식, 그리고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관찰할 수 있는 뇌의 변화까지 이야기한다. 예를들어 시계와 지도가 나오기 전에 사람들이 생각하던 방식, 그리고 그 뒤에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로마 시대까지 책은 말하는 내용을(구술한 것)을 기록한 것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띄어쓰기도 없었다. 중세 이후 책을 읽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빨리, 혼자 읽고 싶어하기 시작했다. 14세기 후반 무렵 글로 쓰여진 작품들은 종종 단락과 장으로 나뉘게 되었고, 때로는 날로 정교해지는 구조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목차를 싣기도 했다.


책에서 설명하는 기술은 혁명적 사고방식을 만든다. 기술은 4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1. 자연적 능력을 보완, 극대화 2. 감각을 더욱 민감하게 3. 자연의 모습을 바꾼다. 4. 기억력을 확장시킨다. 기술에 따라 뇌에는 생각하는 패턴이 뉴런의 구조로 물리적으로 기억이 되고, 이 패턴을 반복하면 반복할 수록 뇌는 이미 만들어진 패턴으로 생각하기를 즐겨 한다. 그래서 새로운 공부를 하거나 새로운 단어를 외우는 일은 뇌에 새로운 사고회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책과의 대화를 하다 보면 어느새, 내가 하는 생각 그리고 그것에 의해 실행되는 행동이 어디서 왔을까 고민하게 된다.


빠른 움직임과 변화무쌍한 오락을 향한 우리의 욕망은 월드와이드웹의 탄생과 함께 생겨난 것은 아니다. 이는 우리의 일과 일상생활의 속도가 빨라지고 라디오와 텔레비전 같은 방송 미디어가 수많은 프로그램과 메시지 그리고 광고를 제공하면서 수십년 동안 존재하며 성장해온 것이다. - 멀티태스킹의 진실 (170p)


나는 인터넷을 아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사람 중 한명으로써 인터넷의 유용함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책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이 읽기와 생각의 틀이 오로지 인터넷이 될 경우가 생각의 깊이가 얕아진다는 점은 동의할 수 없다. 지금의 인터넷에는 글과 영상이 기존의 책의 깊이와 같이 잘 편집된 경우가 많고, 책에서 훑어 읽는다고 하지만 나는 필요한 글은 기존의 책읽기와 같이 읽기 때문에 오히려 더 새로운 생각을 빠르게 깊이있게 전달받는다고 느낀다. 또한 지금의 책들 또한 전자책/검색 가능한 책으로 변형되어 가고 있다. 읽기의 방식은 확실히 변해가고 있다. 저자는 변화와 얕음을 지적했지만 잘못되었다고 지적하지는 않았는데 영어 원제보다 한국어 번역이 훨씬 더 직설적이게 된 이유는 출판사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경계하는 꼰대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하려 했기 때문이지 싶다.


링크와 제목 , 문서의 일부, 이미지 등을 반복적으로 평가함으로써 우리는 수많은 정보 신호를 재빨리 구별해내고, 눈에 띄는 특징을 분석하고, 관련 업무나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에 어따ᅠ간 실용적인 이득의 유무를 판단하는 데 한층 능숙해졌을 것이다. - 207p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서 역사적으로 인간이 도구를 만들고 도구를 통해 사고하는 방식을 세밀하게 짚어낸 부분은 굉장히 인상깊었고 또한 지금의 나를 비롯한 사람들의 도구를 사용하는 관성에 대해서 지적한 점 또한 매우 감사하게 읽은 책이다. 내가 생각하는 방식 또한 관성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다행스럽게도 관성 때문에 생각하는 일이 줄어들 것 같다.


기억이 잊혀진 후에도 시냅스의 수가 원래보다는 약간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왜 어떤 업무를 두 번째 배울 때 더 쉽게 느껴지는지에 대한 설명이 된다. - 2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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