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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 Mar 15. 2017

악어 프로젝트

남자들만 모르는 성폭력과 새로운 페미니즘 | 글,그림 토마 마티외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이유는 친구가 페미니즘에 입문하겠다고 해서 나쁜 페미니스트와 함께 악어 프로젝트를 읽으면서 나에게 추천했기 때문이다. 그림책이라고 해서 집어들었는데, 이 책의 충격은 망치로 얻어맞은 것 처럼 컸다. 그보다 먼저 생겨나는 감정은 엄청난 창피함과 부끄러움. 나도 분명 어느 순간에 악어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리라. 그리고 그 상황에서 고통받은 이들의 마음에 시간이 지난 지금 어떤 행동으로도 용서받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작년에 읽은 '이갈리아의 딸들'이 남성과 여성을 바꾸어서 쓴 소설이라면 이 책은 현실을 정말로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방식으로 표현한다. 악어로 표현된 남성들은 너무나도 당연한 우리 주변의 이들이며, 또한 과거의 나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놓치 못한 이유는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여성의 문제에 조금씩 더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책의 막바지에 오면 이제 악어들의 행동은 너무나도 예측가능하다. 또 그런 악어들의 행동과 말이 소설이나 영화 속 일이 아닌, 일상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는 그 사실이 너무나도 역겹게 느껴지게 된다. 책의 위대한 점은 만화 속에서 악어를 비난하는 다른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그저, 악어의 생각, 악어의 행동, 그리고 그에 대한 여성의 반응(행동, 말, 생각)을 그려낸다. 이러한 사실적인 묘사는 아무리 여성문제에 공감하지 못한 독자라도 이해할 수밖에 없으리라. 


나에게 살아 오면서 특정 공간이 위협을 준다는 기분을 느낄 일은 거의 없었다. 그 공간이 좁던지 넓던지, 사람이 많던지 적던지, 밤이든 낮이든 말이다. 지금 와서 돌아보건데 이것은 명백히 성별과 신체적인 우월함에서 나오는 권력이다. 그런 점에서 남성이고 키가 큰 나는 권력의 최정점에 서 있다고 해도 과한 말이 아니다. 사람들은 지나가는 말에 나에게 부러움을 표시한다. 어쩌면 이것은 이런 권력에 대한 부러움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것을 그저 키에 대한 물리적인 문제로 생각해 왔다. 그렇지만 다시금 깨닫는다. 내가 모든 일에 자신감 있는 자세를 표시하고, 어떤 곳이든 자유롭게 갈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내가 남자고 키가 커서 그렇다. 그 뜻은 의도하든 하지 않든, 피해자보다는 가해자의 영역에 가까이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다행스러운 사실은 나는 이 책을 읽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여성이 직면한 문제와 이것에 대처하는 악어들의 자세를 알고 말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책에서 그려낸 상황에 그 전과는 다른 마음으로 임할 것이며 행동할 것이다. 그것이 악어인지도 몰랐던 여태까지에 대한 반성이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모든 남성은 악어가 아니다. 여성도 그것을 안다. 그렇기에 문제는 더 심각하다. 책에서 설명하길, 악어, '좋은남성'이라고 주장하는 남성, 좋은 남성 이렇게 범주를 나누어도 모든 남성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 범주에서 저 범주로 순식간에 옮겨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보통 내가 친구들과 여성 문제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면 항상 대화는 여성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공감보다는 '나는 악어가 아닌데 악어로 의심받아 억울하다'는 식으로 전개된다. 처음에 나는 이러한 반응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어쩌면 남성들도 자신들이 폭력적으로 강요받은 남성성에 대한 분노의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이해하니 또 슬퍼졌다. 이렇게 깊게 파인 상처들에 여성 문제를 어떻게 공감시키고 새살이 돋게 할까.


책의 마지막에 악어에게 하는 조언이 있다.


내 이야기를 그대로 다 받아들일 필요는 없어요.
대신 여자 친구들한테 이 책 이야기를 들려줘 봐요.
예를 들어 지하철을 지하철을 자주 타는 여자 친구들한테요.

나는 이렇게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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