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그리고 쓰레기
요즘 에어컨 앞에 서서 고민에 휩싸이는 일이 많아졌다. 벌써 눈치챘겠지만 더위 때문이다. 에어컨을 켜는 것이 맞는 것일까, 아니면 조금 더 버텨 볼까? 가 주된 망설임의 지점이다. 어릴 때부터 에어컨이 없이 자란 나에겐 에어컨이란 익숙해지기 쉽지 않은 존재다. 온도 1도, 2도 차이로 누군가는 아주 오싹한 추위를 느끼고 누군가는 덥다고 느끼기도 한다. 무엇보다 문제인 점은 에어컨이란 것은 단지 내 공간만 시원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굳이 설명하지 않겠지만 에어컨을 사용하면 도시 전체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은 명백하다. 그래서 에어컨을 직접 내 손으로 사는 것도 정말 망설였다. 그런 나에게 약간의 변화를 가져온 것은 2018년. 무지막지한 폭염을 에어컨 없이 지내고 난 뒤였다. 선풍기 바람을 아무리 쐬어도 아이스팩을 꺼내놓아도 집은 뜨겁고 습했다. 그 뒤로 나는 생존 차원에서 에어컨을 받아들였다.
에어컨은 참 신기하다. 15평 남짓 되는 집이 후끈후끈 더운 집에서 쾌적한 집으로 바뀌는데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더워서 이렇게는 도저히 잠을 들지 못하겠다 싶어서 에어컨을 켜고 26도 혹은 27도를 맞추고 자리에 누우면, 스르륵 잠이 든다. 그리고 일어나 다음날 아침에 집 밖에서 출근하는 나를 기다리는 것은 내가 밤새 따끈하게 데워놓은 밖의 공기. 지구의 기온은 다음 몇 년 정도는 이미 예정되어 있고 사람들은 더욱더 나 자신을 지키기에 급급해질 것이다. '각자도생' 이 단어가 머리에 맴돈다. 집집마다 에어컨을 설치해서 우선 살고 봐야겠지만 우리가 지구를 전체 도시를 시원하게 만들 수 있는 방안을 더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이러다가 정말 밖의 온도가 평균 40도까지 올라가면 이제 인간은 지하에 도시를 건설하는 법을 내놓을까?
어릴 때부터 그다지 흥미를 가지지 않았던 물건에는 자동차가 있다. 나에겐 기름을 넣어서 우렁차게 도로 위를 질주하는 기계가 그다지 예뻐 보이지 않았다. 이동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해결책이 있다. 자가용 말고 버스, 택시, 기차 등등. (비행기는 빼도록 하자) 그래서 의식적으로 자동차 위주로 생각하지 않기를 연습했다. 가끔은 자동차가 있는 친구들의 도움을 얻어서 참 좋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개인용 자동차를 구매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져 간다. 여행을 가더라도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 용이한 정도로. 정말 많이 봐줘서 딱 여행 갈 때만 차를 렌트하는 정도까지는 괜찮을 것 같다. 자동차 또한 내가 보기에 에어컨과 같다. 이동의 문제를 모두 개인의 문제로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탄소를 정말 많이 배출한다. 자동차를 혼자 타는 경우에는 많은 자료들이 거의 비행기를 타는 수준의 탄소발자국을 남긴다고 한다.
쓰레기도 비슷하다. 모두가 모르고 싶지만, 수도권 매립지도 종료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 문제 또한 모두의 문제인데, 개인이 분리수거를 조금 강화하는 식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시민, 기업,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책을 내어놓고 실행하는 일이 필요하다. (바뀐 정부의 대책으로 폐플라스틱을 열분해 하는 것이 있는데 이 또한 할 말이 많으니 다음에 이야기하도록 하자) 나도 항상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배달음식을 먹거나 냉동식품을 배송받을 때 발생하는 수많은 쓰레기들을 내어놓는다. 텀블러를 쓰거나 샴푸와 세제를 리필이 가능한 제품을 사용하고 새 옷을 사 입지 않아도 여전히 생활 쓰레기는 발생한다. 그중 대부분은 포장재다. 무언가 포장을 안 해서 다니기는 쉽지 않다. 특히 무언가 살 때에는 '선의'로 포장을 해주시는 경우가 많다.
오늘도 에어컨을 사용하고 쓰레기도 조금 만들었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내서 이런 문제를 자꾸 많은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다. 도시 열섬 문제의 대책으로는 노동시간을 줄이고 휴식 시간을 늘리거나 도로의 면적을 줄여서 나무를 많이 심는 것이 있다고 한다. 모두가 고민해서 결정할 문제다. 오늘도 새로운 건물과 도로를 더 짓는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