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탕아가 돌아왔습니다
내 삶에 농업에 대한 첫 기억은 어린 시절 할아버지를 따라 밭에서 고추를 따고 고구마를 캐던 것으로부터였다. 어린 시절엔 새벽에 나가서 일해야 되는 것이 싫었다. 지금도 새벽일은 싫다.
졸리고, 덥고, 모기가 많았다. 무엇보다 아침에 하는 만화영화를 볼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렇게 가끔씩 농사일에 착출 되어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내고 대학교를 서울로 가면서 농사와의 인연은 끊겼다. 농사일을 돕던 주말이 홍대 거리를 걷는 날이 되었고 아침마다 따먹던 방울토마토는 빵으로 대체되었다.
젊음은 참 좋았다. 며칠간 밤을 새도 끄떡없었고 술을 마셔도 다음날 펄펄 뛰어다녔으니까. 안 움직여도 배가 고팠지만 오예스 한봉으로 밥이 되던 나이었다.
그러던 젊음이 일 학년이 사 학년이 되고 아르바이트가 직장으로 변하면서 달라졌다.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고 규칙적인 생활이 중요하다는 것을 잃어보고 알았다.
불규칙한 식습관에 영양가 없는 인스턴트 음식과 과자가 주식이 되다 보니 속이 안 좋았고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급성수축성위염이라는 질병을 얻게 했다.
‘나이는 20대이신데 위는 60대이시네요. 이렇게 사시다간 위암이 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체질은 타고났고 초등학교 때까진 운동선수로도 활동했었다. 아프다는 건 잠시 스쳐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고 보니 동반자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요리를 해서 먹기 시작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궁금해지더라 '이 토마토랑 저 토마토랑 왜 맛이 다르지?', '이런 토마토도 있다는데 파는 곳은 없네? 내가 키워봐?'
인간은 과거를 잊는다고 했던가. 고통스러웠던 기억은 어느새 미화된 추억이 되었고 난 경험이 있으니까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땅 하나 없는 농부 생활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