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식이요? 그냥 제 취향이 아닌 것 같은데
나는 편식쟁이다. 편식쟁이였다. 아니다 편식을 줄여가는 중이다.
20살이 되기 전 내가 안 먹던 음식을 적기 시작하면 팔만대장경이 되겠지만 당장 생각나는 것을 읊어보자면 가지, 양파, 익힌 무, 고추, 시금치를 비롯한 모든 나물, 익힌 생선, 모든 고기의 내장, 흰 우유 등 대체 무얼 먹고살았을까 싶지만 라면, 스팸, 김, 치킨, 피자, 햄버가 최애였으며 주식은 동네 빵집에 전부 있었고 간식은 불량식품이었다.
싫어하는 음식들이 있는 자리에서는 "배가 부르네요"라면서 이 지옥이 끝나길 기도했다.
이렇게 이십몇 년 간을 살면 몸이 남아나질 않는다. 피부도 퍼석하고 머릿결도 부스스해지는데 그땐 왜 그런지 몰랐다. 태생이 피부가 안 좋고, 머리카락이 돼지털인 줄 알았지.
결국 20대 후반의 오타쿠씨는 귀농을 하기로 했다. 20살부터 7년 동안인 27살까지 요리를 좋아하게 됐고 예전보다 편식하는 음식이 줄어들었으며 나 자신을 위해 운동을 하고 가꾸게 되었다. 오예스로 한 끼를 때우던 과거의 나에게 넌 지금 인생에 큰 즐거움들을 놓치고 있는 거라고!라고 외쳐주고 싶다.
나는 편식이 아니라 내 취향의 음식들이 없었던 게 아닐까 싶다. 싫어하는 식재료라도 내가 좋아하는 맛과 형태로 요리하면 맛깔나게 먹어줄 수 있다. 가지는 지금도 싫어하지만 어향가지엔 환장하는 나다. 그리고 신선한 야채와 과일이 듬뿍 담겨 있는 샐러드, 담백한 바게트와 치아바타, 덜 맵고 덜 짠 음식들.
그리고 여기서 디테일이 첨가되어야 오타쿠라고 할 수 있는데 딜과 레몬즙이 들어간 요구르트 샐러드가 먹고 싶다던가 르뱅 혹은 천연 발효종으로 만든 바게트나 치아바타를 먹고 싶다던가 하는 것들
애석하게도 시중엔 없었다. 그래서 만들어 먹었다.
허브를 키워서 요리도 하고 차도 만들고, 르뱅을 만들어서 치아바타를 만들고, 한약재를 넣어서 약주도 만들어 먹고 더 나아가 두꺼비집을 내려서 전기 수리도 좀 하고, 막힌 하수 배관을 드러내서 수리하는 것
나는 좋아하는 것을 직접 해보는 게 좋았다. 친구는 나를 미국형 D.I.Y. 인재란다. 어디 가도 굶어 죽진 않겠네.
그래서 내가 먹을 걸 해 먹고살기로 했다. 그게 가장 안전하고 맛있고 건강하다.
엄마는 이런 걸 두고 '성격이 지랄 맞다'라고 하시는데 맞는 말이다.
그러니까 남 못 시키고 내가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