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질없는 희망을 꿈꾸고 있습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HP(Heath point:체력, 생명력)와 MP(Magic point:마력)이다.
체력이 0이 되면 죽는다.
게임엔 다시 살아나기가 있지만 현실에서는 어림도 없지.
초등학교 때는 9시까지 등교였고 걸어서 1시간 거리의 학교를 8시에 등교했다.
이유는 놀고 싶으니까.
8시부터 놀다가 하교하고 학원 갔다가 하원하면서 친구들이랑 또 놀고
그렇게 하루 평균 12시간~14시간을 끊임없이 뛰어다니고 지치지 않았다.
대학을 가고 친구들과 여의도에서 서대문까지 쉬엄쉬엄 걸어가면서 놀고 지하철 3 정거장 정도는 맛있는 추잉껌이었다. 노는 것은 역시 밤에 노는 게 최고였지.
이때가 HP의 최고점이 아닐까 한다.
그렇게 영원할 줄 알았던 나의 HP는 20대 후반부터 줄어들더니
30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HP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 능력치 저하, 아이템 내구도 저하로
병원 카운터에 긴장하지 않고 접수하게 되었으며 어떤 영양제가 내 몸에 맞는지 알게 되었고
밤새 놀면 이틀은 컨디션이 바닥이 되어 몸을 사리게 되었다.
깨달음은 사소한 것에서 찾아온다.
밥 먹다 떨어뜨린 젓가락을 줍느라 허리를 숙였는데 '헉'하는 소리를 내었다.
숨도 잘 안 쉬어지고 허리가 어떻게 늘어지는지 느껴졌다.
초등학교부터 육상부 출신에 지역 대회에서 입상도 하고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체육대회 때 달리기 주전을 놓쳐본 적 없는 나였는데
이깟 젓가락을 집어드는데 이렇게 힘들어하고 있었다.
난 하고 싶은 게 아직 많았다.
집도 지어야 하고 빵도 만들어야 하고 두두 밥도 만들어 줘야 했다.
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다쳤다.
탱자탱자 놀기만 했더니 기초체력이 0이 되어 쉽게 다치는 몸이 되었다.
풋살을 하고 다음날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원장님의 단골 멘트는 "자 환자분 그래서 이번엔 무슨 운동하셨어요?"였다.
헬스장에서 무게를 치는 기구에는 보스몹이 있는 것처럼 돌아갔다.
러닝 머신을 걷는 것도 숨이 찼다.
나는 부질없는 꿈을 꾸고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기엔 그 부질없는 꿈이 너무 중요했다.
다치면 조금 쉬었다가 강도를 내렸다.
공격형 미드필더가 풋살의 꽃이라며 뛰어다녔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김흥국 아저씨가 되어 있었다.
이렇게 나의 현 상태를 객관화하고 목표의 속도를 줄여 장기전으로 가다 보니
3년 차가 된 지금은 또래들보다 조금 괜찮은 상태가 되었다.
물론 그전에도 힘만큼은 남 부럽지 않았지만, 문제는 체력이었으니까.
체력이 없이는 장기전이 힘들었다.
직무에도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운동을 시작한 것이 참 잘한 일이라 생각 들었다.
단거리 선수였던 나는 장거리를 뛰기 싫어했었다.
느릿한 속도로 계속 뛰어야 하는 것이 힘드니까.
근데 인생은 장거리를 뛰어야 하더라.
그래서 조금씩 준비를 해야 하더라.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나의 속도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