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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호 Mar 21. 2020

말라위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다

2020. 2. 2.

말라위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다.


밤새 비가 내렸다. 텐트를 두드리는 빗소리에 자다 깨다 했다. 오전 일찍 일정이 없어 6시 반까지 텐트에서 뒹굴 거리다가 해변에서 운동을 하고 아침식사를 했다 비는 오락가락한다. 현지인 빌리지 방문이 8시부터 예정되어 있다. 빌리지 방문을 출발하려고 하는데 비가 또 쏟아져 비가 자기를 기다렸다가 9시에 출발했다. 말라위 사람들이 사는 곳을 직접 가보는 빌리지 방문은 비용이 10달러이다. 이 돈은 마을 발전을 위해 사용한다고 한다. 캠프 정문을 나서니 문 앞에서 기념품을 파는 현지인들이 따라붙으며 말을 건다. 어디서 왔냐, 어디로 가느냐 등 등. 빌리지 방문 가이드가 마을 안으로 들어서서 이것저것 설명해 주는데 아주 오래전 우리가 살던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빈궁한 살림살이다. 집은 대부분 벽돌로 짓고 말린 갈대나 양철 스레이트로 지붕을 올렸다. 닭은 중요한 가축으로 닭장을 1m쯤 높은 곳에 지어 놓았다. 닭들이 낮에는 밖에서 돌아다니다가 저녁에 닭장을 찾아 들어가면 닭장 문만 닫아주면 된다고 한다. 닭장을 높게 지어놓은 이유는 개나 고양이 또는 다른 동물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이다.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본 후 1km 정도 떨어진 병원과 초등학교로 갔다. 먼저 병원에 들러 의사로부터 운영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입원해 있는 환자를 둘러보았다. 초등학교에 가니 일요일인데 교사가 나와 학교 사정에 대해 설명해준다. 말라위는 아프리카에서도 최빈국 중 하나인데 대부분의 병원과 학교가 외국의 원조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학교는 한 학급에 150명씩이나 된다. 학생들이 많은 것에 비하면 교육 시설이 형편없다. 병원, 학교 방문 후에 강제는 아니지만 기부금을 내라고 한다. 내가 사간 두루마리 화장지는 병원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미국인들이 사 온 기저귀나 유아용 옷은 병원과 마을에서 만난 애기 엄마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빌리지 방문이 끝날 때까지 비가 와서 사진을 찍을 수 없었지만 우산을 받쳐 들고 몇 장 찍었다. 


병원과 학교 방문을 끝내고 캠프 정문으로 오니 갈 때부터 따라붙었던 친구들이 자기가 운영하는 가게로 안내해서 간단한 게임을 가르쳐 주며 기념품 구입을 유도한다. 몇 개 사줄까 했지만 그림과 기념품이 조잡해서 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캠프로 와서 점심 먹고 나니 날씨가 좋아졌다. 혼자서 다시 빌리지로 나가서 아침에 나를 따라다니던 도날드와 함께 마을을 한 바퀴 돌며 사진을 찍었다. 사진 찍히는 걸 좋아하는 애들이 있고 무서워 도망가는 애들도 있다. 어른들은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던가 말을 걸고 친해진 다음에 사진을 찍어야 한다. 그냥 카메라를 들이대면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마을은 우기라 풀이 자라서 집과 집을 잇는 길은 풀밭으로 난 오솔길이다. 환경이 깨끗하지 않은 편이어서 오물 냄새가 난다.  전기는 일부 집에만 들어오고 들어오지 않은 집도 많다. 마을 주민들은 한 군데 모여서 티브이를 시청한다고 한다. 마을을 돌면서 어린아이들의 사진을 많이 찍었다. 마을 한 군데에 조그만 가게가 있어서 뭘 파는지 둘러봤더니 소금, 설탕 그리고 술과 간단한 과자류를 팔고 있다. 현지에서 만든 술로 도수가 43도가 되는 브랜디라고 쓰인 술을 한 병 샀다. 


캠프로 돌아와 운전기사인 피터손과 함께 사온 술을 나누어 마셨다. 술이 너무 독해 바에서 스프라이트 한 병을 사 섞어 마셨는데 얼굴이 붉어지며 취기가 오른다. 매트리스를 가지고 해변에 나가 잠시 누워 취기를 가라 앉혔다. 함께 다닌 도날드가 마을 사람들 사진을 보낼 주소를 주겠다고 4시 반까지 해변으로 나오라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를 않는다. 마을 쪽에 있는 해변으로 가서 거기 있는 현지인 친구들에게 도날드를 데려오라고 하니 잠시 후 녀석이 나타났다. 몇 시간 전에 한 약속인데 잊어먹은 건지 주소를 준다는 것이 그냥 해 본 말인지 모르겠다. 도날드로부터 주소를 받았다 사진 찍을 때 보내달라고 하는 사람이 있어서 사진을 보내주기 위해서다. 도날드 친구 피터는 자기가 연주하던 작은북을 사라고 해서 20불 주고 그 북을 샀다. 할아버지가 만든 것인데 이 친구가 나한테 팔았다. 할아버지의 허락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저녁 메뉴는 소고기 버거다. 피터는 매번 식사 준비를 정성껏 한다. 실습생인 켄도 아주 성실하다. 먹는 것에 관한 한 이 팀이 탁월하다. 그러나 가이드인 맥켄지는 스마트하지 못하다. 타타도 구조가 매우 불편하다. 계단이 높고 경사가 없는 사다리 식이라 타고 내리기도 힘든 구조다. 차량 내에 충전기가 없어 매번 차량 밖 캠프에 콘센트를 설치해서 충전해야 한다. 


말라위는 많은 것을 외국 원조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오전에 방문한 병원은 중국이 지원하고 있고 학교는 스웨덴이 지원해서 만들었다. 인근에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준 병원도 있다고 한다. 이곳 사람들은 걸핏하면 TIA 한다. 'This is Africa'의 약자이다. 잘 안되고 부족한 것이 있으면 여긴 아프리카니까 라고 하는 거다. 우리는 못 사니까 그래도 돼 하며 변명하는 것이다. 우리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 말라위는 전쟁이 끝난 1950년대 후반 우리나라와 상황이 비슷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쉽게 체념하며 남에게 기대지는 않았다. 열심히 노력하여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이루었다. 말라위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지금 이나라는 선거에 진 현직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아 국민들의 불만으로 정국이 매우 불안한 상태이다.


피터가 만든 저녁을 먹고 해변에 나가 현지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놀았다. 이들은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다. 어렵지만 순진하고 재미있는 친구들인데 특별한 직업이 없고 해변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기념품을 팔아 생계를 이어 간다. 어두워진 해변 모닥불 주위에서 놀다가 텐트로 돌아왔다. 말라위에서 보낸 2월 둘째 날도 저물었다. 


스웨던의 원조로 만든 마을 공동 우물에서 마을사람이 통을 씻고 있다.



마을 병원 내부 모습으로 환자들이 대기하는 곳이다. 맞은 편 문이 진료실 입구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교사가 학교사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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