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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호 Mar 21. 2020

일정을 앞당겨 탄자니아로

2020. 2. 3.

일정을 당겨 탄자니아로


말라위에서는 매일 밤 비 때문에 소동이다. 새벽녘에 빗소리에 잠을 깨니 텐트 입구에 비가 들이쳐 매트와 슬리핑백이 젖었다. 쏟아지는 소나기는 천둥 번개와 함께 두어 시간을 쏟아붓는데 천지가 개벽될 지경이다. 비 때문에 잠을 설치다가 5시 반에 일어났다. 비는 계속 조금씩 오고 있다. 텐트를 걷는데 호수 수평선의 물과 구름 사이로 해가 솟는다. 비를 맞으며 아름다운 일출을 감상하였다. 오늘은 일찍 출발해야 한디. 작년에 치러진 말라위 대통령 선거에서 집권 중이던 대통령이 선거에 졌는데 결과에 승복하지 않아 법원에서 선거 결과에 대한 판결을 내리는 날이다. 판결 결과에 따라 지지자와 반대파 사이에 충돌이 예고되어 도시에서는 소요와 시위와 예상된다. 시위가 과격해질 경우 차량 이동이 불가능해지고 발이 묶일 가능성이 높아 빨리 말라위 지역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가이드인 맥켄지의 생각이다. 


7시에 캠프를 출발하였다. 구름 사이로 햇빛이 비치니 멀리 지평선에 무지개가 걸렸다. 오늘은 목적지까지 290km인데 일단 가는데 까지 가기로 했다. 두 시간 정도 걸려 음주주에 도착했다. 여기서 앞으로 4일분 먹을거리를 장만해야 한다고 1시간 정도 머물 거라고 한다. 쇼핑몰 주차장 광장 곳곳에 무장군인들이 배치되어 있다. 약간 살벌한 느낌이다. 사진을 찍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아프리카가 처한 정치문제를 직접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쇼핑몰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과자와 볶은 땅콩을 사서 주변 벤치에 앉았다. 바로 옆에 군인들이 있다. 군인 중 한 사람이 나를 중국인으로 알고 ‘니하오’ 하고 말을 건다. 아프리카에도 중국의 진출이 활발하다. 동양인은 모두 중국인으로 보고 ‘니하오’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그때서야 아! 코리아 하면서 대부분 노스냐 사우스냐를 묻는다.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남북에 대해 구별을 못한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작고 위험한 인물이라고 한다. 김정은을 지칭하는 것이다. 트럼프와 함께 북한 문제를 언론에서 많이 다루어서 김정은은 잘 알고 있는데 남한의 대통령은 누군지 모른다. 코리아 하면 풋볼 소니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손흥민은 아프리카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어설픈 정치가 보다 축구 잘하는 운동선수가 훨씬 애국자라는 것이 잘 드러난다. 우리나라의 운동선수와 K POP 가수가 그렇다. 기아 자동차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모두 엄지를 척 꼽는 차이다. 그런데 기아차가 코리아 자동차라는 건 잘 모른다. 남아프리카와 나미비아, 보츠와나에서는 없던 중국 국기와 한자가 잠비아부터는 자주 보인다. 잠비아에는 중국 회사가 여러 개 진출하여 길거리에 간판을 걸어 놓은 곳이 많다. 말라위도 중국으로부터 많은 원조를 받는 나라이다. 아프리카는 선진국으로부터 많은 원조를 받고 있다. 그러나 각종 원조, 차관, 투자 등으로 들어오는 돈 보다 상환액으로 나가는 돈이 더 많다는 걸 알면 놀랄 것이다. 


장보기를 끝내고 오전 10시 10분에 음주주를 출발했다. 잠비아에 들어오면서부터 우기를 맞은 숲들이 울창한데 말라위는 숲이 더 우거져있다. 도로는 호수에서 육지 쪽으로 깊숙이 들어가 해발 1000m 가까운 산악지방을 2시간 정도 달리다가 다시 호수 쪽으로 나가면서 급경사의 내리막길이다. 좌측 산에는 비가 많이 온 탓으로 높은 낭떠러지에 폭포가 여러 개 걸려있다. 건기에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말라위 호수는 남북으로 길이가 530km 동서로 폭이 75km이고 깊이는 700m라고 한다. 말리위 국토의 1/3을 차지하고 있고 모잠비크, 탄자니아와 국경이 있다. 오후 12시 반이 지나 당초 목적지인 치팀바 비치 로지에 도착했다. 상황을 보고 더 갈지 말지를 결정하려고 텐트는 치지 않고 점심을 먹었다. 점심 준비하는 동안 어젯밤 비에 젖은 슬리핑백을 말리고 샤워를 했다. 열흘 정도 면도를 안 해 덥수룩해진 수염도 깨끗이 밀고 나니 개운하다. 텐트생활을 하면서 스킨에 로션 챙겨 바르기 힘들어 면도를 자주 안 하게 된다. 점심 먹고 나니 맥켄지가 출발하자고 한다. 200km 더 가면 탄자니아 국경인데 일단 국경을 넘고 나서 오늘 밤 머물 곳을 찾아보겠다고 한다. 그래서 출발하였다. 도로에 나서 10여분 가는데 말라위 법원에서 선거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일 오후 4시로 미룬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맥켄지가 내일까지는 별문제 없을 것 같다고 당초 숙박 예정지인 치탐바 캠프로 돌아갈지 말지를 묻는다. 다들 이왕 나섰으니 그냥 가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그래서 해변을 따라 탄자니아 국경을 향해 내처 달렸다. 


말라위 호수 북쪽 탄자니아 국경이 가까워지니 논이 많이 보인다. 소를 이용해 논을 갈고 있고 일부 논에는 모내기를 했다. 호숫가 넓은 평야를 논으로 만들어 쌀농사를 많이 하고 있다. 비가 많이 와서 일부 마을은 침수된 곳도 있다. 침수된 곳은 사람들이 지대가 높은 도로에 올라와 모여 있다. 멀리 탄자니아 쪽은 험준한 산들이 구름에 둘러싸여 있고 일부 지역은 짙은 구름 아래로 비가 오고 있다. 탄자니아도 날씨가 좋지 않은 모양이다. 오후 4시 반 말라위 쪽 쏭웨국경에 도착했다. 말라위 출국은 스탬프를 찍는 것으로 끝났다. 이어 탄자니아 국경 사무소까지 500m 정도를 걸어서 갔다. 두 나라 국경 사이 길에는 지나다니는 사람과 행상이 많다. 자발적으로 출입국 사무소에 가지 않으면 아무도 통제하지 않는다. 이곳 사람들은 걸어서 국경을 자유롭게 다닌다. 탄자니아 국경 사무소는 지금까지 거쳐온 곳보다 까다롭다. 입국신고서를 두장 써야 한다. 처음 쓰는 것은 보건당국 용이다. 서류를 받고 체온을 잰다. 다음은 정식 입국서류를 쓰라고 한다. 입국서류는 프린트가 희미해 보이질 않는데 조명마저 어둡다. 간신히 작성해서 제출하니 비자 신청비가 50달러라고 한다. 돈과 서류와 여권을 제출하고 10여분 기다리니 비자를 찍은 여권을 돌려준다. 그래도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 일찍 끝났다. 당초 예정된 숙소에 머물지 않고 탄자니아 국경을 넘어왔으니 이제는 적당한 캠프 사이트를 찾아야 한다. 국경을 넘어서면서부터 또 비가 부슬부슬 온다. 주유소에서 타타에 기름을 넣는 사이에 맥켄지가 숙소를 찾으러 갔다. 30여분 기다리고 있으니 매킨지에게서 연락이 왔다. 근처 더윙스 호텔에 장소를 정했다고 한다. 방이 8개밖에 없는 작은 호텔이다. 비가 와서 타일 깔아놓은 바닥이 미끄러워 평소 신고 다니던 슬리퍼 때문에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머리를 다쳤으면 큰일 날 뻔했는데 그나마 다행이다. 호텔 정원의 좁은 장소에 어렵사리 텐트를 치고 저녁을 먹었다. 저녁 메뉴는 호텔 식당에서 나오는 생선과 밥이다. 10시가 다 되어 가는데 주문한 식사가 안 나온다. 감자칩으로 시켰다가 라이스로 바꿔서 그렇다. 바에 가서 캐슬 라이트를 한 잔 시켜서 마시면서 기다리다가 10시 반이 다되어 저녁을 먹었다. 탄자니아에서 첫 번째 밤 여러 가지 일로 기분이 별로 좋지가 않다.


타타를 타고 가면서 바라본 말라위 호수 해변의 아름다운 모습



말라위 젊은이들은 직업이 없어 모여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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