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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호 Mar 21. 2020

탄자니아를 달린다

2020. 2. 4.

탄자니아를 달린다. 


밖에서 맥켄지가 부르는 소리가 난다. 시계를 보니 4시 50분이다. 왜 이렇게 일찍 깨우나 하면서 일어나 짐을 정리하는데 벌써 옆 텐트를 걷는 소리가 난다. 허둥지둥 텐트를 걷고 샤워를 하고 나오는데 비가 또 내리기 시작한다. 피터와 켄이 준비한 아침거리들이 비를 맞는다. 비를 맞으며 우유와 콘프로스트로 대충 아침을 먹었다. 좁은 호텔 마당을 벗어나 어둑한 가운데 타타가 도로로 나섰다. 내 시계로 5시 50분이다. 맥켄지에게 시간이 이른데 왜 이렇게 서두르냐고 물었더니 지금이 6시 50분이라고 한다. 말라위는 중앙아프리카 시간이고 탄자니아는 동아프리카 시간이기 때문에 탄자니아가 한 시간 늦다고 한다. 시간이 바뀌면 미리 알려줘야 하지 않느냐고 하자 핸드폰에 자동으로 시간이 바뀌지 않느냐고 대답한다. 맥켄지의 가이드로써 자세가 이모양이다. 케냐인들의 성격이 이런 거 아닌가 싶다. 사실 맥켄지는 가이드로써 외모나 성격이나 서비스 정신 모든 부분에서 부족하다. 국경을 넘을 때 입국서류를 준비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알려줘야 하는데 그냥 가서 해보라는 식이다. 비자비 용도 인터넷 정보를 믿지 말고 가서 달라는대로 주라고 한다. 여행 일정도 전날 상세히 브리핑해줘야 하는데 물어보면 알려준다. 그리고 틈만 나면 자기네끼리 스와힐리어로 떠들어대기만 한다. 화가 날 때가 있지만 여행은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맥켄지의 부족함을 나 자신의 성찰로 덮어주면 서로가 소중한 만남의 인연이 될 거라 생각해 본다. 


탄자니아로 오니 길거리 풍경이 사뭇 다르다. 길가에 드넓은 투쿠유 차밭이 펼쳐지고 바나나 농장과 옥수수 밭이 많이 눈에 띈다. 도시에도 유럽풍으로 지어진 집들이 많다. 말라위와 국경에 인접한 탄자니아 남부지역은 고산지역이다. 이곳은 해발 1800m 정도의 높은 지역에 도시와 마을이 있다. 도로변에는 먹다 버린 플라스틱 생수 병이 많이 나뒹굴고 있다. 이런 오지도 플라스틱으로 오염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타타가 힘겹게 오르막길을 오른다. 도로는 해발 2200m까지 올라서고 길가에는 조그만 마을이 계속 이어진다. 고산 지방의 추운 날씨로 사람들은 두터운 옷을 입고 다닌다. 


오늘은 이링가까지 가야 한다. 출발한 지 3시간 반이 지났는데 아직도 갈길이 멀다. 탄자니아는 사는 형편이 말라위 보다는 나아 보인다. 나미비아, 보츠와나를 지날 때는 길가에 민가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는데 잠비아에서부터 말라위, 탄자니아는 길가에 농가들이 많고 대부분이 주변 땅을 경작하고 있다. 그중 탄자니아의 농가가 형편이 나아 보이며 경작지도 비교적 넓고 농사 규모도 크다. 산악지방을 지나니  초원지역이 나타난다. 도로 우측으로는 산이고 좌측으로는 끝없는 지평선이 이어지는 평원이다. 지금까지 지나온 곳을 보면 아프리카는 대개 해발 1000m 지역에 초원이 펼쳐져 있다. 사람이 가장 살기 좋다는 곳이 해발 800m 전후 지역이라고 보면 아프리카는 내륙은 사람과 동물이 살기 좋은 곳이다. 역설적으로 자연환경이 좋으면 문명의 발달이 늦어져 아프리카가 근대에 들어 발전이 늦고 못 사는 대륙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해 본다. 이곳 사람들의 식생활은 아주 단순하다. 소나 양이 흔하고 유목생활을 해 주식이 육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들의 주식으로 미르밀이나 카사바 또는 옥수수 가루를 물에 반죽해서 익힌 것에 기름에 볶은 나물을 손으로 뭉쳐 먹는다. 육류는 일 년에 몇 번 먹는 것이 고작이라고 한다. 농가 주위에는 어디나 옥수수밭이 있는데 옥수수를 가루로 만들어 주식으로 삼고 있다. 간혹 길거리에서 삶은 옥수수나 구운 옥수수를 팔기는 한다. 한 자루 사 먹고 싶었지만 위생문제로 용기를 내지 못했다.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우리나라의 자선단체가 티브이에 광고하는 것처럼 굶주리는 아이들은 보지 못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언제나 우리 차가 지나가면 먹을 것을 달라고 한다. 농촌 아이들보다는 도시나 관광지의 아이들이 더 적극적으로 요구한다. 


여느 때처럼 길가에서 점심을 먹었다. 낮에 햇빛이 반짝했다가 저녁때가 되면 비가 오는 것이 요즘 이곳 날씨다. 탄자니아 내륙 깊숙이 들어오니 사방이 지평선 뿐인 초원이다. 시커먼 구름이 곳곳에서 비를 뿌리고 있다. 오후 4시 도로를 벗어나 키솔란자 캠프로 가는 길로 들어선다. 점심 먹은 한 시간 반을 제하면 7시간 반을 달려왔다. 고산 지방이라 그런지 저녁이 되니 춥다. 이곳 사람들도 담요를 두르고 있다. 캐나다 젊은 여자가 운영하는 키솔란자 캠프는 시설이 전통적이면서도 깔끔하다. 캠프 바에서 맥주를 한잔 마시는데 아일랜드 여자와 독일 남자가 바 안으로 들어서면서 나에게 인사를 한다. 아프리카에 휴양차 온 사람들인데 친구사이다. 아일랜드 여자는 이곳에서는 특히 모기와 체체파리를 조심하라고 한다. 체체파리는 한 번만 물려도 열병에 걸린다면서 긴팔 긴바지를 입고 모기기피제를 꼭 발라야 한다며 겁을 준다. 이들은 캐나다 인 여주인과 친한 사이로 가끔 저녁식사를 함께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하는데 오늘도 식사를 함께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식사 준비를 하는 그들을 뒤로하고 바를 나와 캠프 안을 산책하다가 현지인들이 있는 오두막을 발견하고 들어가 봤다. 이곳에서 일하는 마사이족이다. 마침 카사바 가루로 반죽한 것을 모닥불에 익혀먹다가 나에게 한 주걱 퍼준다. 쌀가루 찐 것 같은 맛인데 씹을수록 고소해진다. 오두막 밖에서 현지인들이 체스 놀이하는 것을 옆에서 구경하면서 사진도 찍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빗방울이 떨어진다. 텐트 친 곳으로 돌아오니 저녁 메뉴로 티본스테이크가 준비되어 있다. 한 달 이상 현지식만 먹으면서도 질리지 않으니 나는 먹는 것에서는 글로벌 수준이다. 2월 4일 트럭을 탄지 꼭 한 달째다. 이동시간이 지루하지만 하루가 잘 간다.


달리는 타타안에서 바라본 탄자니아의 투쿠유 차밭


길거리에서 바나나와 파인애플을 사라고 차로 몰려든 과일장수들



키솔란자 캠프에서 일하는 현지인들이 체스를 즐기고 있다.


오두막에서 휴식을 취하는 키소란자 캠프의 현지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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