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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호 Mar 21. 2020

대륙의 동쪽 끝 인도양을 만나다

2020. 2. 5.

대륙의 동쪽 끝 인도양을 만나다. 


오늘은 아프리카 대륙의 동쪽 해변도시 다르에스살람까지 600km 장거리 여정이다. 새벽 4시에 기상해서 출발 준비를 한다. 점심 도시락을 싸고 이른 아침을 먹고 5시 50분 출발했다. 이틀 전 아프리카 중부시간으로 보면 4시 50분인 셈이다. 주위는 아직 깜깜한데 타타가 헤드라이트에 의존해 캠프의 숲길을 더듬어 나가 도로 위로 올라선다. 나는 케이프타운에서 나이로비까지 11000km의 먼길을 마치 순례자가 된 기분으로 옮겨 다니고 있다. 먹고 자고 이동하고 지나는 길가의 풍경은 변하지 않는 듯하면서도 변한다. 이 길을 지나가는 것처럼 나의 인생도 지나가고 있다. 아프리카, 살면서 가보고 싶은 곳 중 한 곳을 지금 가고 있다. 도로를 따라가면서 대륙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중이라고 생각해 본다. 이제 지나가면 또 볼 수 없는 것들이 아닌가. 마주치는 수많은 모습과 풍경을 내 기억과 카메라 메모리 칩 속에 담아 넣는다. 훗날 추억을 더듬을 때 메모리 칩을 컴퓨터에 꽂으면 지금 지나가며 보던 것들이 줄줄이 풀려나오리라. 


일찍 일어난 탓에 멍하던 머리가 잠시 눈을 감고 있다가 트럭 창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침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니 머리가 맑아진다. 탄자니아 사람들이 끝이 넓적한 괭이를 하나씩 메고 일터로 나서고 조무래기 아이들은 책가방을 메고 삼삼오오 학교로 가는 아침 풍경이다. 해발 1500m로 높은 지역인데 양쪽으로 또 높은 산들이 둘러싸고 있다. 흐린 날씨에다 아침의 선선한 기온 탓에 다들 두꺼운 옷을 입고 있다. 아프리카 중동부 쪽으로 오니 이슬람 사원이 많이 보이고 무슬림 복장을 한 사람들도 많다. 지금까지 지나온 남부지역에는 기독교 교회가 많이 보였고 주민들의 50% 이상이 기독교인이었다. 남부는 식민지 시대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동부는 해안선을 따라 오래전부터 이곳으로 진출한 무슬림의 영향 탓인 듯하다. 한동안 달리던 타타가 경사가 급한 고갯길을 내려간다. 1500m의 고원에서 낮은 지대로 내려가는데 반대편 올라오는 길에는 화물차들이 가파른 고갯길에서 속도를 내지 못해 줄줄이 밀려 올라온다. 넓은 대륙을 종단하다 보니 지형의 변화가 다양해 좁은 땅에 살던 내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 준다. 아프리카 대륙 남부와 동남부는 중앙부위가 1000m 이상의 고원에 초원지대로 이루어져 있다. 내려가는 길도 화물차들이 줄줄이 꼬리를 몰고 내려간다. 타타가 급경사 길을 따라 해발 700m까지 내려섰다. 마치 대관령을 지나 태백산맥 아래로 내려선 느낌이다. 이제 험준한 산들을 뒤로 두고 완만한 경사길을 달려간다. 해발 500m 지점부터는 산으로 둘러싸인 평지다. 오늘의 목적지인 다르에스살람은 탄자니아 동부 인도양에 있는 도시이므로 해안에 있는 도시까지는 계속 완만한 내리막으로 이어질 것이다. 주변에는 바오밥나무가 많다. 밑둥치 둘레가 보통 나무보다 훨씬 큰 바오밥 나무의 엉뚱해 보이는 모습은 마치 우주의 어느 혹성에서 사는 나무를 지구에 옮겨다 놓은 듯하다. 바오밥 나무군락이 있는 지역이다. 잠시 타타에서 내려 바오밥 나무를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출발한 지 5시간 탄자니아의 미쿠미 국립공원을 지난다. 이곳도 차량 통과만 허용하여 정차를 할 수 없다. 물론 사진도 찍으면 안 된다. 국립공원으로 길 양쪽의 넓은 초원에 기린, 얼룩말, 임팔라가 보인다. 공원지역을 통과하고 모로고로란 지역을 지나니 넓은 초원이 나타난다. 여기서 다르에스살람까지는 180km로 세 시간 거리다. 다르에스살람은 탄자니아에서 가장 큰 도시며 수도 도도마를 대신하여 사실상의 수도 역할을 하는 행정 및 상업 중심지이다. 다르에스살람이란 평화의 도시란 뜻이며 아랍식 이름에서 보여주듯이 인구의 90% 이상이 이슬람교를 믿는다. 다르에스살람에서는 탄자니아의 유명한 휴양섬 잔지바르로 가는 페리가 출발한다. 매켄지는 다르에스살람으로 들어가는 길의 교통체증을 걱정하여 아침부터 일찍 길을 나서야 한다고 했다. 심한 교통체증으로 오늘의 목적지까지 12시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내일 아침에 페리를 타고 들어가는 잔지바르섬에서 3일을 지내고 탄자니아의 관광 중심지인 아루샤로 가서 고롱고로와 세렝게티를 보면 이번 여행이 마무리된다. 아프리카 대륙의 남쪽 끝 케이프타운을 떠난 지 32일 만에 9300km를 북동쪽으로 거슬러 올라와 아프리카 동부 해안 인도양에 도착하는 날이다. 이제 케냐의 나이로비까지 남은 여정은 800km 남짓이다. 


다르에스살람을 100km 정도 남겨두고는 대규모 파인애플 농장이 길가에 펼쳐진다. 대규모 농장을 조성해 놓았다. 다르에스살람에 가까워지니 맥켄지 말대로 차가 많아 서행을 한다. 도로 양 방향 모두 차가 많은데 대부분이 화물차다. 항구도시인 다르에스살람에서 내륙으로 가는 물동량이 상당히 많아 보인다. 다르에스살람 외곽 도로는 확장공사 중으로 교통체증이 더 심하다. 기존의 2차선을 4차선으로 확장하면서 곳곳의 도로를 통제하여 차들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다. 기다시피 하여 도심으로 진입하니 간선도로에는 중앙차선에 버스전용차로를 만들어 놓았고 버스정류장 시설 역할을 하는 건물을 중앙차선에 만들어 놓았다. 버스전용차선에는 분리턱을 만들어 버스 외에는 어떤 차도 들어갈 수가 없다. 다르에스살람은 인구가 500만 명으로 중남부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도시이다. 길가에는 천막과 파라솔로 만든 허름한 노점상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사이로 사람들이 모여 복잡한 모습이다. 도심을 통과한 타타가 캠프장이 있는 외곽으로 빠지는데 차가 막혀 도대체 움직이질 않는다. 신호등마다 차가 막히기를 반복한다. 주방 담당인 피터가 아이스케이크를 사서 하나 먹으라고 준다. 시원하고 달콤하긴 하지만 위생상태가 나빠 배탈이 날까 봐 두어 번 깨물다가 슬며시 쓰레기 통에 넣었다. 맥켄지가 오후 7시가 넘어야 캠프에 도착할 것 같다고 했는데 8시가 넘어 도착했다. 14시간이 꼬박 걸려 이곳까지 왔다. 늦었지만 피터와 캔은 저녁 준비를 하고 나는 샤워부터 했다. 인도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독일 여성 두명이 여행팀에 합류했다. 저녁은 닭고기 스튜다. 늦은 저녁이지만 맛있게 먹었다. 바로 텐트로 들어가면 자야 하니까 늦은 저녁이 부담스러워 바닷가 캠프장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고 텐트로 들어가 누웠다.  


바오밥 군락지의 바오밥 나무들, 밑둥이 보통나무보다 훨씬 크다.




다르에스살람으로 들어가는 도로가의 모습.



다르에스살람 거리의 육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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