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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호 Mar 21. 2020

잔지바르에 상륙하다

2020. 2. 6.

잔지바르에 상륙하다.


다르에스살람에서 밤은 생각하기도 싫다. 습도가 높아 끈적거리고 모기에 물린 곳이 가렵고 급기야는 물리지 않은 곳도 가려워 뒤척거리기만 하다가 새벽 4시 반이 되었다. 더 누워 있을 수 없어 나와서 샤워를 했다. 이번 여행 중에서 제일 힘든 밤이다. 텐트를 걷고 타타 옆에 의자를 놓고 앉아 있으니 시원한 바람에 다시 잠이 온다. 그래도 새벽이 되니 배가 고프다. 오늘은 페리를 타고 잔지바르 섬에 들어간다. 아침을 먹고 타타를 타고 도심으로 들어가는 페리 타는 곳으로 갔다. 페리는 외곽에서 도심으로 들어가는 바지선으로 대부분 일터로 가는 사람과 자동차를 싣는다. 자동차와 사람이 뒤섞여 페리를 탄 승객은 줄잡아 수백 명이 넘어 보인다. 200m 정도 거리의 건너편 시내 중심부에는 케이프타운을 떠난 이후 처음 보는 고층건물이 여러 개 서 있다. 양안의 거리가 이 정도면 다리를 건설해야 하는데 아마 계획은 세워놓았으나 재원이 문제인 것 같다고 나 혼자 생각해 본다. 


혼잡한 페리에서 내리니 바로 시내버스 타는 곳이다. 시내버스를 타고 두 정거장을 가서 내렸다. 잔지바르 가는 페리를 타는 곳이다. 외국으로 가는 것도 아닌데 잔지바르 도착 서류를 쓰라고 양식을 나누어 준다 입국서류와 동일한 수준이다. 페리는 최신형으로 속도는 빠른데 일반석 자리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난다. 조금 전 시내버스를 타기 전에 지나오던 시장에서 나던 냄새와 같은 냄새다. 페리에는 외국인들이 많다. 잔지바르가 인도양에 있는 작은 섬으로 아프리카 최고의 휴양지이니 이곳으로 휴양 오는 유럽 사람들이 많다. 쾌속선으로 2시간 반 걸리므로 다르에스살람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어젯밤에 잠을 설쳐서 잠시 졸았다. 


페리에서 바라보는 아프리카 대륙을 보니 아름답고 조용해 보인다. 멀리서 바라보면 무엇이나 그렇다. 지난 한 달여 지나온 저 대륙에는 자연과 평화가 있지만 생존을 위한 다양한 삶도 있었다. 길 위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그들 대부분은 힘들고 어려운 삶을 살고 있었다. 그들에겐 행복한 일상일 뿐인데 다른 세상, 다른 기준을 가진 내 눈에 그렇게 보이는 건 나의 오만함과 편견 때문일까. 불결하고 가난하고 덜 발전한 것의 기준은 그것을 판단하는 사람의 주관적인 생각일 뿐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적어도 그들의 기준으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그들의 삶이 정상적이고 행복한 일상일지도 모른다. 외부에서 들어온 물질과 문명이 그들을 오염시키고 있어 때에 따라서 쉽게 교활해지고 범죄에 노출되는 것이다. 


잔지바르항에 도착하니 승객들의 체온을 재고 있다.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 19 바이러스 때문인 듯하다. 나에게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어 코리아라고 하니 잠시 기다리라고 한다. 그래서 코리아에서 오는 게 아니고 탄자니아에서 온다고 하니 그제야 가라고 한다. 출입국 절차와 같은 입도 절차를 마치고 스톤타운으로 들어서니 오래된 골목길이 이어진다. 잔지바르는 생각보다 무척 오래된 도시다. 1500년경부터 아라비아인들이 노예무역의 거점으로 이용한 곳으로 이슬람 도시의 메디나와 같은 분위기로 아랍풍 도시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주민들의 97%가 무슬림이며 무슬림 사원이 60개 힌두교 사원이 10개 기독교회가 2개가 있다고 한다. 재미있는 건 스톤타운 한가운데 기독교 교회와 이슬람 사원이 마주 보게 지어 놓았다. 서로 대립하고 싸우지 말라는 배려로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스톤타운 중심에는 노예 관련 박물관과 유적이 있다. 노예 박물관 지하에는 노예들을 감금하던 감옥이 있다. 아주 작은 공간인데 80명의 노예가 쇠사슬에 묶여 먹고 자고 생활하던 공간이다. 노예들의 비참함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현지 식당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은 후 현지인 알리의 안내로 양념 농장으로 갔다. 잔지바르는 양념 생산지로 유명한데 생강, 후추, 고추, 계피 등과 와 현지 음식에 사용하는 야생 양념 식물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도록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농장에서 각종 양념에 대한 용도와 사용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두 시간 정도 둘러보고 난 후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스톤타운 시가지를 한 바퀴 둘러 프레디 머큐리 생가와 항구 옆 해변에 있는 야시장도 둘러보았다. 그룹 퀸의 프레디 머큐리는 1946년에 이곳 잔지바르에서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냈다. 


현지 돈이 필요해서 시내에 있는 ATM 기계에서 25불 상당 50000실링의 현지화를 인출하는데 수수료가 15000실링이다. 수수료를 감안하면 환전하는 것이 더 낫다. 저녁식사는 각자가 해결하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호텔에서 가까운 프레디 머큐리의 이름을 딴 머큐리 식당으로 갔다. 피자맛이 훌륭하다고 해서 해산물 피자를 시켰더니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 반쪽만 먹고 포장해서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서 만난 어린아이에게 주었다. 텐트생활을 하다가 오랜만에 호텔방에 들어오니 편안하다. 타타와 텐트, 슬리핑백 등 모든 것들은 다르에스살람에 두고 간단한 옷과 세면도구만 챙겨서 잔지바르에 들어왔다. 이 곳에서 있는 4일 동안은 호텔 생활이다. 어젯밤 습기가 많아 눅눅한 데다 모기에 물린 곳이 가려워 잠을 설쳤는데 오늘 밤은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 와이파이도 잘 연결되어 케냐 나이로비의 숙소도 인터넷으로 예약을 했다. 


아프리카에서 와이파이 사용은 무척 제한적이다. 유심카드를 사서 와이파이를 이용할 계획이었는데 유심도 연결이 안 되는 곳이 많다. 도시 내에서는 속도가 꽤 느리긴 하지만 그런대로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지만 차를 타고 시골 깊숙이 들어가면 전화조차 연결이 안 된다. 캠프장에서 와이파이가 되는 곳이 있지만 안 되는 곳도 많고 되더라도 속도는 완전 기대 이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캠프장에서는 별도로 와이파이 사용권을 판매하고 있다. 가격도 캠프장마다 제각각이다. 그나마 유심을 사는 것도 쉽지 않다. 등록하는데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불편하지만 참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프리카가 아닌가. TIS - This is Africa.



잔지바르 스톤타운 골목길 전경, 낡고 오래된 건물들 사이로 골목길이 무질서하게 나 있다.




노예박물관에 있는 노예의 비참함을 그린 조각물




스톤타운의 골목길, 나름 아름다움이 있는 골목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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