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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호 Mar 21. 2020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말라위로 들어서다

2020. 2. 1.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말라위로 들어서다. 


새해 들어서서 한 달이 지난 2월이 되었다. 오늘은 잠비아 국경을 넘어 말라위로 가는 날이다. 언제나처럼 매켄지는 먼 길 간다고 일찍부터 서두른다. 5시 반에 아침을 먹고 6시 20분에 출발했다. 치파타에서 국경까지는 20분 거리다. 토요일 이른 아침인데 치파타 시내 길거리에 사람들이 많다. 일터로 가는 것이 아니라 길거리에 나와 앉아 있거나 할일없이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다. 국경에 도착하니 말라위 돈으로 바꾸라는 환전상이 많다. 다들 돈을 한 묶음씩 쥐고 있다. 1달러에 700콰차이다. 말라위는 짐바브웨와 함께 아프리카에서 가난한 나라에 속한다. 잠비아 출국신고는 간단하다. 여권을 주니 출국 스탬프를 찍어준다. 잠비아 출입국사무소에서 출국 스탬프를 받은 후 걸어서 말라위로 넘어갔다. 말라위 출입국 사무소에는 몇몇 현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데 여권이 아닌 한 장으로 된 서류에 스탬프를 받는다. 국경 주위 7km 이내에 사는 사람은 출입국 절차 없이 다닐 수 있다고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곳이 사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 없이 국경을 만들어 한 부족이 두 국가로 나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900년 초 유럽의 식민통치 국가들은 베를린에 모여 한 명의 아프리카인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아프리카 나라들에 대한 국경을 정했다. 그 결과 한 동네가 둘로 나누어지기도 부족 간의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아프리카는 대부분 유혈투쟁을 통해 독립을 얻었다. 그러나 부족 간에 협력하여 독립을 이룬 후 정권을 잡은 쪽에서 상대 부족을 학살하는 대규모 인종청소를 자행하기도 하고 상대 부족들을 국경 밖으로 몰아내기도 했다. 일부 주민들은 학살을 피해 대규모로 국경을 넘어 난민이 되었다. 이런 와중에 외부 강대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불법적인 인종청소를 묵인해주거나 정권에 반대하는 반군들을 지원하여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런 정치적 문제에 더하여 정권을 잡은 아프리카인들의 집권욕과 유럽계 아프리카인들의 기득권이 오늘날 아프리카의 극심한 빈곤과 과도한 빈부격차의 주요인이 되었다. 


말라위 국경을 넘은 타타는 서쪽으로 달린다. 야트막한 산으로 이어지는 구릉지가 대부분인 길가 풍경은 달라진 게 없지만 경작지가 더 많아지고 옥수수 외 더 다양한 작물을 경작하고 있다. 뜨거운 땡볕 아래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아프리카도 다른 대륙과 마찬가지로 서양문명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여 많은 곳에서 아프리카 고유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아프리카 고유의 전통이 사라진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가 서양문명으로 평준화되는 것과 같은 현상이 아프리카라로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갓 쓰고 두루마기 입은 남자나 쪽진 머리에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자를 볼 수 없게 된 것과 같다. 시골로 가도 남자는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이고 여자도 티셔츠에 치마를 입는다. 옷이 흔하지 않아 자주 갈아입지 않으니 대부분이 남루한 차림이다. 신발은 대부분 엄지발가락만 끼는 슬리퍼를 신고 다닌다.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도 가끔 보인다. 


타타가 고타코타 국립공원으로 들어섰다. 말라위 정부는 이곳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도로를 지나는 차량은 공원 내에서 정차나 주차를 못하게 했다. 통과 차량에 탄 사람이 주위 풍경이나 동물의 사진을 찍으면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40km가 되는 공원 관통도로를 통과하는 동안 동물다운 동물은 보이지 않는다. 고타코타 공원을 통과해서 30분 정도 더 가니 오른쪽으로 수평선이 나타난다. 말라위 호수다. 아프리카 내륙 한가운데에서 보는 거대 호수가 만든 수평선이다. 타타는 호숫가 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간다. 호숫가로 이어지는 도로지만 수평선은 가끔 나타나고 길은 내륙과 호수가를 번갈아 지난다. 왼쪽으로 구름에 싸인 산들이 멀리 있는데 마치 우리나라 강릉에서 속초 가는 길에서 보는 태백산맥을 연상하게 한다. 이곳은 해발 400m이다. 도로가 호숫가로 바짝 다가서니 호수는 두 가지 색으로 나누어져 있다. 호수 가운데는 파란색이고 해안 쪽은 황토색이다. 비가 많이 와 육지에서 흘러든 물로 인해 호숫가 물이 황토색을 띠고 있다. 호숫가에서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를 반복하면서 타타가 북쪽으로 달리는데 강이 호수로 흘러드는 부분이 멀어지면서 호수 물빛은 파랗게 변했다. 그런데 호수 한가운데에서 검은 연기 같은 것이 솟고 있다. 이상해서 뭔가 물어봤더니 하루살이 떼라고 한다. 민물이어서 하루살이가 서식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 정도로 많을 줄은 몰랐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하루살이가 호수 위에 검은 연기처럼 모여 있다. 


잠비아 치파타에서 8시간 반을 달려 말라위 호숫가 칸데 비치에 도착했다. 국경에서 한 시간 머문 걸 감안하면 오늘도 점심을 차 안에서 먹으며 7시간 반을 달린 셈이다. 도로에서 칸데 해변으로 들어가는 길이 매우 좁다. 타타가 양쪽으로 우거진 나무를 헤치며 1km 정도 힘겹게 들어간다. 캠프에 도착해서 텐트를 치고 바에서 콜라 한 잔 마신 후 매트리스를 들고 해변으로 나왔다. 해변은 한가하다. 놀러 온 백인 몇 명이 해변에서 선탠을 하고 있고 현지인들은 옷을 입은 채 그늘에 앉아 쉬고 있다. 윗옷을 벗고 누워 있으니 시원하다. 오랜 여행의 피로가 풀린다. 저녁식사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옷을 입은 채로 말라위 호수에 몸을 담갔다. 호수가 넓어 바다와 같은 파도가 밀려오는데 수온이 낮지 않아 물속에 있을 만하다. 수영을 해보고 싶지만 물이 코와 입으로 들어가는 게 싫어 물속에서 잠시 있다가 나왔다. 한참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캠프로 돌아왔다. 저녁식사는 닭고기와 감자 그리고 삶은 옥수수다. 접시에 담아 빙 둘러앉아 먹는 음식이지만 맛은 웬만한 식당 이상이다.


우리 팀 옆에 나이로비에서 케이프타운으로 가는 ATC 팀이 있는데 한국사람이 있다고 한다. 저녁식사 후 나이로비에서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려고 그 팀으로 가서 한국사람을 찾았더니 성격이 활발한 여자분이 나왔다. 반가이 인사하고 해변가 바로 자리를 옮겨 함께 맥주를 마시며 지난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 여행 방향이 다르게 와서 이곳에서 만났으니 앞으로 갈 곳에 대한 정보를 나눈 것이다. 지나온 곳에 대한 경험담을 한참 이야기하다가 10시가 넘어 텐트로 들어와 2월 첫째 날을 마감했다.  


말라위 호수 수평선, 호수 가운데 시커먼 것이 하루살이 떼다.


말라위 호수가 해변 휴양지 칸테 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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