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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호 Mar 21. 2020

레인 사파리가 된 라이언 사파리

2020. 1. 31.

레인 사파리가 된 라이언 사파리 


오늘은 아침 일찍 루앙과 공원 게임 드라이브가 있어 4시 반에 일어났다. 텐트생활을 하니 어두워지면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몸에 배었다. 새벽 2시쯤 빗소리에 깨서 텐트 창문을 닫고 다시 잠이 들어 잠시 눈을 붙인 셈이다. 이른 아침을 먹고 게임 드라이브를 나섰는데 공원 입구부터 비가 쏟아진다. 사방이 열린 짚으로 비가 들어오는 걸 막을 수가 없다. 공원 한쪽에서 비가 그치기를 한참 기다렸으나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장대비가 계속된다. 여행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맞는 심한 비다. 빗속에서 공원을 한 바퀴 돌아봐도 동물들은 보이지 않는다. 사파리를 포기하고 캠프로 돌아가자고 할 수밖에 없다. 비를 흠뻑 맞은 채로 캠프에 돌아오니 텐트 안에도 열린 틈으로 비가 들어와 입구에 빗물이 고였다. 옷을 갈아입고 비가 오지만 어쩔 수 없이 젖은 옷을 빨았다. 비를 맞은 몸에 한기가 들어 뜨거운 홍차에 설탕을 듬뿍 넣어 한 잔 마셨더니 조금 편안한 해진다. 심하게 쏟아지던 비가 그제야 약해지며 오락가락한다. 비가 그친 틈을 타 텐트를 걷고 짐을  꾸려 차에 실었다. 점심 먹고 바로 출발이다. 오늘은 1월 마지막 날이다. 12월 31일 밤에 서울을 떠났으니 만 한 달이 지났다. 서울은 금요일 밤으로 주말이다. 여행을 시작하고부터는 요일에 대한 구분이 없어졌다. 매일 놀러 다니는데 주중이든 주말이든 상관이 없지만 그래도 너무 무감각해졌다는 느낌이다. 


잠비아를 포함한 아프리카 중부지역은 풀과 나무가 우거진 것으로 보아 남부지역보다 강수량이 많은 것 같다. 지금이 우기여서 풀이 더 우거지고 가는 곳마다 물이 고여있다. 아프리카 북부와 남부는 강수량이 적어 사막화가 진행되고 농사에도 어려움이 많다고 하는데 이쪽 지역은 아직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여기도 비의 양이 줄어 이상기후의 영향을 받는 것 같다. 길가에 잡초는 우기답게 무성하다. 곳곳에 사람들이 나와서 잡초를 베고 있는데 우리처럼 낫이나 예초기로 베는 게 아니고 날이 달린 긴 자루를 휘둘러 잡초를 쳐낸다. 엔진을 쓰는 예초기는 아예 없다. 긴 자루로 서서 휘두르니 허리는 편하겠지만 팔은 많이 힘들 것 같다. 비가 많이 와서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겼다. 오늘은 치파타까지 130km 짧은 거리를 이동한다. 마을이 있는 곳은 길거리에 아이들이 많다. 아이들은 트럭을 타고 가는 우리에게 먹을 것을 달라는 시늉을 한다. 함께 다니는 바네사와 이바가 비스킷이 든 봉지를 아이들에게 몇 번 던져 주었다. 아프리카는 젊은 대륙이다. 가는 곳마다 젊은 사람들과 어린아이들이 많다. 일부다처제가 허용되어 있고 산아제한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으니 한 집에 아이 서너 명은 기본이다. 영아 사망률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많은 이유이다. 앞으로 2, 3십 년 후에는 인구나 노동력면에서 아프리카가 노령화가 진행되는 선진국보다 유리한 입장이 될 것이다. 


이번 팀의 가이드인 맥켄지는 위생관념이 대단하다. 식사를 위해 손을 씻을 때 세제를 손에 묻혀 솔로 박박 문질러 닦은 후 소독약을 푼 물로 헹궈내야 한다. 트럭을 탈 때는 반드시 분무기 병에 든 소독액을 손에 뿌려야 한다. 좋은 습관이지만 번거롭기도 하다. 치파타에서 저녁거리를 사려고 1시간 동안 머무른다고 한다. 얼마 남지는 않았지만 잠비아 쿨라를 소진하려고 슈퍼마켓에서 과자를 몇 봉지를 사서 주변에 있는 아이들에게 나눠주며 사진을 찍었다. 가는 곳마다 사진을 찍자고 하면 뭐든지 대가를 달라고 한다. 타타가 주차된 곳으로 오니 쇼핑을 갔던 일행들이 모두 돌아왔다. 맥켄지가 내일 말라위로 가면 현지 마을의 초등학교와 병원을 방문하는데 약간의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나는 준비한 것이 없어 다시 슈퍼로 가서 화장지와 아프리카인들의 주식인 미르밀 10kg 한 부대를 샀다. 내가 산 걸 보더니 맥켄지는 말라위는 농산물이 풍부해서 미르밀은 도움이 안 된다며 미르밀을 자기가 가져가겠다고 한다. 우루과이 출신의 바네사는 자기네 고향에서는 화장지를 선물로 주지 않으니 화장지를 가져가면 실례라고 한다. 두 사람의 반응이 기가 막힌다. 우리나라에서는 새로 이사 간 집을 방문할 때는 화장지나 비누를 선물한다고 설명했다.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니 그럴 수 있다고 수긍하지만 대놓고 그런 말을 하니 기분이 좋지 않다. 맥켄지가 화장지는 병원에서 도움이 되는 선물이라고 하고 폴란드 출신인 이바도 자기네도 비슷한 풍습이 있다고 하니 마음이 조금 풀린다. 


오늘은 치파타에서 묵을 예정이다. 이동 거리는 많지 않다. 오후 5시쯤 마마 룰라 캠프에 도착하여 텐트를 쳤다. 비는 올 듯 말 듯 한데 온다고 봐야 마음이 편하겠다. 그래서 레인 커버를 펴서 텐트를 덮었다. 캠프에는 커다란 개가 두 마리 있는데 한 마리는 레브라도 종이고 다른 한 마리는 셰퍼드 종이다. 덩치는 큰데 둘 다 사람을 잘 따른다. 와이파이를 사용하기 위해서 25쿨라짜리 바우처를 사야하는데 50쿨라 이하는 카드결제가 안된다고 한다. 카드로 결제하기 위해 바우처를 사고 칵테일을 추가로 시켰다. 날이 어두워지는 가운데 피터와 캔이 저녁 준비로 바쁘다. 바네사는 불편하다고 돈을 내고 룸으로 업그레이드해서 가고 나와 이바 만 텐트 하나씩 차지했다. 저녁 메뉴는 소시지 바비큐다. 닭고기 소시지와 소고기 소시지를 구워서 소스를 발라 볶은밥과 함께 먹었다. 모닥불 가에서 맥주 한 병을 더 마시고 텐트로 들어가 오늘 하루를 마감했다.  


비스킷을 주고 아이들의 사진을 찍었다.



마마룰라 캠프의 바, 와이파이가 되는 곳이다. 음료와 간단한 음식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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