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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호 Mar 20. 2020

하루에 720km를 달리다

2020. 1.30.

하루에 720km를 달리다.


오늘은 새벽 4시에 눈을 떴다. 일찍 출발한다고 해서 어제저녁에 일찍 잤더니 새벽 2시에 깨서 뒤척이는데 밖에서 텐트를 건드리는 소리가 난다. 동물이 텐트에 바짝 다가온 것 같다. 머리 쪽 텐트 천이 불쑥 들어와 깜짝 놀라 주먹으로 쳤더니 조용하다. 초원 한가운데 누워있는 기분이다. 잠시 긴장해 있다가 다시 설핏 잠이 들었다. 그리고 4시에 깼다. 짐 정리하고 텐트를 걷고 나니 맥켄지가 다가오며 '굿모닝'한다. 날 깨우러 온 것 같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각자가 점심 도시락을 준비했다. 5시 50분이다. 오늘은 700km 여정으로 이번 여행 중 하루에 가장 멀리 이동하는 날이다. 목적지는 잠비아 북쪽에 있는 사우스 루앙과 국립공원이다. 잠비아에 들어오고 부터는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이 많다. 오늘도 아침부터 가랑비가 온다. 길가에는 등교하는 학생들이 많이 보인다. 아침 7시 전인데 조그만 아이들이 벌써 등교를 하고 있다. 동생 손을 잡고 학교로 가는 아이들을 보니 어릴 적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정겹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기 어렵다. 아이를 적게 낳기 때문이고 과잉보호 때문이다. 형제나 남매가 손을 잡고 학교를 가는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되었고 요즘은 대부분의 부모가 자동차로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준다.


달리는 차 안에서 아프리카는 인류의 발원지인데 왜 문명의 발달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훨씬 뒤처졌을까 생각해 본다. 인류의 역사가 필요에 따른 욕구 충족에 의해 발전해 왔다면 아프리카 내륙에 있던 원주민들은 풍부한 자연환경과 유목생활로 필요한 것을 충분히 얻을 수 있어서 농경사회로 진입이 늦어진 것이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류는 농경사회가 되면서 잉여농산물로 부가 축적되고 축적된 부로 인해 계급이 형성되며 직업이 세분화되었다. 계급과 직업의 구분으로 인해 경쟁을 통한 새로운 기술이 발달되고 새로운 기술은 문명 발달을 촉진하게 하는 선순환 고리를 형성한 것이다. 아프리카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형성되지 못했다. 비옥한 나일강 유역의 농경지로 문명이 발달한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로마 문명의 영향을 받은 북부 지중해 연안의 아프리카 지역을 제외한 거의 모든 아프리카 지역이 14세기까지 농경문화로 진입하지 못했다. 14세기 이후 유럽인들이 들어와 아프리카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다. 수많은 원주민이 노예로 잡혀가거나 유럽인들에게 땅을 빼앗기고 그들이 운영하는 농장의 노예나 광산의 노동자로 전락하였다. 18세기에 들어서 일부 아프리카인들이 자주와 독립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백인 정복자들과 투쟁이 시작되어 19세기 후반에 들어서 대부분의 국가들이 독립을 하게 되지만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정권을 잡은 아프리카인들의 사욕과 기득권을 가진 유럽계 아프리카인들로 인해 일반인들은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개선 위해서 다음 세대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많은 부족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보다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목축을 위해 아이들을 소나 양을 돌보게 하거나 농사일을 시키고 있다. 미래를 위한 교육보다는 당장의 빈곤이 더 절박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요즘은 도시지역에서 일부 빈민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이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타타가 잠비아 내륙 깊숙이 들어가면서 주변은 산악지형으로 바뀌었다. 비가 계속 내리는 가운데 산은 낮은 구름에 휩싸여 있다. 빗방울이 거세지면서 비가 쉽게 그칠 것 같지 않다. 오전 10시 10분 루사카 캠프를 떠난 지 4시간 20분 모잠비크 국경 근처 루앙과 강에 놓인 루앙과 다리를 건넜다. 루앙과 강은 잠비아 북부를 흐르는 잠비아에서 제일 큰 강이고 이 강 위에 일차선 사장교인 루앙과 다리가 있다. 다리는 안전을 이유로 사진 촬영이 절대 금지라고 한다. 루앙과 강을 건너고 나니 비는 그쳤지만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하다. 비가 오고 날씨가 흐리니 선크림을 바를 필요가 없다. 끈적거려 선크림을 바르는 걸 게을리 했더니 팔뚝이 물집이 잡힐 정도로 햇빛에 탔다. 물집을 안 건드리고 가만히 두었더니 가라앉으며 피부가 허옇게 벗겨진다. 그래서 요즘은 아침이면 반드시 선크림을 바른다.


한동안 비가 오다 그치다 를 반복하는 가운데 산악지방을 달리니 다시 평원이 나온다. 지평선을 보니 여기저기 부분적으로 비가 오고 있다. 이곳 지형은 해발 900m 이상에서는 평원이고 해발 400m의 낮은 지역에서는 나지막한 산이 많다. 점심을 차 안에서 먹으면서 북쪽으로 계속 달린다. 가끔 잠시 부시부시 화장실만 다녀오면서 7시간째 달리니 허리도 아프고 엉덩이도 아프다. 오후 2시 카테테를 지나서부터는 높은 산이 있는 산악지형으로 바뀐다. 형의 변화가 많다. 길가에는 농가가 많고 농산물을 파는 노점상도 드문드문 있다. 작은 마을을 지나면서 도로변에 있는 상점과 사람들의 모습을 찍으니 사람들이 찍지 말라고 손짓을 한다. 이곳 사람들이 유난히 사진 찍히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다. 길가의 아이들은 차가 지나가면 손을 흔들어준다. 내가 먼저 흔들어주면 좋다고 소리를 지르며 달리는 차를 따라온다. 피부색만 다를 뿐 천진난만한 아이들이다. 어른들도 기꺼이 손을 흔들며 '하우아유?' 한다.


치파타에서 두 시간을 더 달려 크록 리버밸리 캠프에 도착했다. 11시간 10분이나 걸려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거리상으로는 상당히 북쪽으로 올라왔다. 캠프에는 야생 바분이 떼 지어 돌아다닌다. 바분은 원숭이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원숭이 보다는 덩치가 조금 더 크다.  사방에서 꽥꽥거리면서 뛰어 다니는데 텐트로 달려들 것 같아 겁이 난다. 음식물을 잘 간수하지 않으면 빼앗길 수도 있다. 오랜만에 캠프에서 와이파이에 연결하여 카톡도 열어 보고 소식도 전했다. 모기는 여전히 많은 곳이다. 강가에다 습지가 많은 탓이다. 저녁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아침 일찍 사우스 루앙과 공원 게임 드라이브를 할 예정이다.


아침 일찍 아이들이 손잡고 등교하고 있다.


길거리 풍경을 찍는데 찍지 말라고 손가락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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