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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호 Mar 19. 2020

잠비아 수도 루사카로 들어가다

2020. 1. 29.

잠비아 수도 루사카로 들어가다. 


오전 5시가 조금 넘었는데 텐트 밖에서 맥켄지가 부른다. 난 4시 반에 일어나서 여행기를 정리하고 있었다. 가급적이면 빨리 출발하자고 한다. 레인커버를 벗기고 텐트를 걷었다. 아침을 먹자마자 출발이다. 6시 50분이다. 아침해가 숲으로 덮인 평원을 비춘다. 바다 같은 파란 지평선이 끝없이 펼쳐진다. 오늘은 잠비아의 수도인 루사카 까지 500km를 가는 먼길이다. 가는 길에 짐바, 칼로모, 초마 같은 작은 도시를 거치지만 한 군데에서도 쉬지 않고 3시간을 달렸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 길가에 차를 세운다. 부시부시 토일렛 시간이다. 여자는 왼쪽 남자는 오른쪽, 맥켄지가 정해준 대로 가서 볼일을 보고 온다. 다시 출발한 타타는 바토카를 지났다. 루사카까지는 거의 반 정도 왔다. 길가에는 옥수수밭이 많이 보인다. 잠비아에 들어오니 지금까지 지나온 곳보다는 길가에 원주민 집들이 드문드문 보이고 농가 주변에 경작지도 보인다. 인구밀도가 다른 나라보다는 높아 보인다. 


잠비아는 동 부존량이 많아 한때 동광산의 번성으로 경제사정이 좋아졌다가 국제 동시장이 침체하여  경제가 몰락하는 어려움을 겼었다. 최근에 국제 동시세가 다시 회복됨에 따라 전반적으로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도시지역을 제외한 농촌 지방이 빈곤에서 벗어나려면 아직 상당한 시간이 걸려야 한다. 길가 소도시에도 빈민층이 많아 보인다. 잠비아는 아직 문명의 때를 적게 입은 곳이다. 공기도 맑고 청명하다. 길가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끔 눈에 띄긴 하지만 아직은 거의 없다고 봐도 괜찮을 정도다. 도시에도 쓰레기가 많아 쌓인 곳은 없고 빈민들이 쓰레기 통을 뒤져 플라스틱 통을 모으는 걸 보면 상당 부분 재활용이 되는 것 같다. 인류는 지금 플라스틱 시대를 맞고 있다. 석기, 청동기, 철기시대를 거쳐 플라스틱 시대가 된 것이다. 석유를 정제하기 시작하고부터 플라스틱이 생산되었고 이제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의복을 포함한 거의 모든 물건들이 석유화학 제품이다. 문제는 플라스틱이 자연 상태에서는 거의 분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플라스틱 성분이 토양과 해양을 통해 우리가 먹는 농수산물에 스며들고 포장으로 사용되는 플라스틱이 음식물에 흡수되어 인류가 평균 일 년에 신용카드 한 개 분량의 플라스틱을 섭취한다고 한다.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아프리카는 아직 괜찮다고 하지만 슈퍼마켓에 쌓인 온갖 상품이 플라스틱으로 포장되어 있고 이것들의 소비를 통해 플라스틱의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주민들의 생활수준이 올라 갈수록 이런 현상은 더 증가할 것이다. 현대를 살고 있는 인류의 고민거리이자 풀어야 할 숙제이다. 


타타가 몬제라는 소도시를 지났다. 도로에는 화물차들이 많아졌다. 물동량이 많다는 것은 경제가 활발하다는 증거다. 길가에 소도시도 많고 경작지도 많으니 지나온 다른 나라들보다는 사람이 많이 산다는 느낌이다. 오전 11시 40분 타타를 길가 큰 나무 아래 세우고 점심을 먹었다. 튜나 샌드위치인데 마틴이 만드는 것보다 이번 여행의 주방 담당 피터가 훨씬 더 잘 만든다. 점심으로 먹고 남은 음식은 인근에 있는 현지인에게 주었다. 음식을 넉넉히 준비하기 때문에 식사 때마다 남는 음식물이 생기는데 버리지 않고 언제나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 보기에 좋다. 오후 1시 점심을 마친 후 다시 출발이다. 출발하자마자 마주르카라는 도시를 지난다. 점심을 먹었더니 졸린다. 마주르카를 지나서 1시간 반 정도 가니 카푸에 강을 건너고 카푸에라는 도시가 나온다. 여기에서 루사카는 60km 정도 거리다. 이 지역은 초원지역이 아니고 낮은 산들이 있는 지역이다. 돌산이 아닌 풀과 나무들이 자라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산이다. 주변에서는 옥수수를 많이 재배하고 길거리에서 옥수수를 구워 길가에 앉아 파는 곳도 많다. 


루사카에 가까워지자 대도시 주변답게 집들이 많고 공장들도 보인다. 도로에는 화물차가 많아 가끔 정체되기도 한다. 현대중공업의 중장비를 판매하는 딜러가 중장비를 전시해놓은 곳도 나온다. 루사카에 도착해서 트럭을 대형 쇼핑몰 앞에 세우더니 필요한 것이 있으면 사라고 한다. 물론 음식재료를 사 올 동안 우리에게도 휴식시간을 주는 것이다. 쇼핑몰에 들어가 신고 다니던 여름용 신발이 불편해서 슬리퍼를 한 켤레 사고 물과 얼음, 맥주 그리고 콜라를 샀다. 얼음은 아이스박스에 여행자가 교대로 사 넣기 때문이다. 쇼핑을 마치고 트럭은 다시 루사카 교외로 향한다. 캠프가 시내 외곽에 있기 때문이다. 시 중심부에서 10km 정도 떨어진 유레카 캠프장에 도착했다. 캠프장 내에 얼룩말과 기린이 보인다. 주변 환경을 잘 조성한 곳이다. 도착하자마자 텐트를 치고 저녁식사 준비를 한다. 오늘은 감자 으깬 것과 비프스테이크다. 머시룸 소스를 곁들이니 웬만한 호텔식당보다 더 나은 요리다. 내일은 700km를 가야 하니 일찍 자라고 한다. 5시에 아침 먹고 출발할 예정이다. 일찍 텐트 안으로 들어가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옥수수를 파는 길가 노점



루사카로 가는 길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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