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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호 Mar 19. 2020

보츠와나 국경에서
대우건설을 만나다

2020. 1. 28.

보츠와나 국경에서 대우건설을 만나다.


5시에 일어나서 이른 아침을 먹고 게임 드라이브에 나섰다. 이른 아침이라 달리는 사파리용 짚에서 맞는 바람이 서늘하다. 윈드재킷을 꺼내 입었지만 바람으로 인한 서늘한 기운은 여전하다. 차는 초베 강가로 나가는데 동물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임팔라만 곳곳에 몰려 있고 코끼리나 기린마저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강변길을 가다가 다시 돌아오는데 언덕 위에 암사자 한 마리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수사자와 새끼 사자도 있다. 수사자는 아직 완전하게 어른이 되지 않은, 사람으로 치면 청소년에 해당되는 나이로 갈기 털이 덜 자란 모습이다. 사자들은 한동안 사냥을 못했는지 비쩍 마르고 기운도 없어 보인다. 사냥할 생각조차 없고 풀밭에 엎드려만 있다. 동물의 왕인 사자도 힘없고 배고플 때는 처량해 보인다. 사자 주변에 잠시 머물며 사진을 찍었다. 사자들은 사파리용 짚을 많이 봐서 그런지 별다를 경계심을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주위에 머물러 있으니 슬그머니 일어나 저쪽으로 자리를 피해 버린다. 사자를 뒤로 하고 강변에서 다시 초원으로 들어서니 한 떼의 임팔라가 소리를 지르며 이리저리 몰려다니고 있다. 상황으로 보아 주변에 맹수가 있는 것 같다. 주변을 주의 깊게 둘러보니 멀리 사자 한 마리가 보인다. 가까이 접근해 보려고 차를 몰고 사자가 있는 곳으로 갔더니 사자는 잡목과 덤불에 가려 볼 수가 없다. 사파리용 짚은 정해진 길로만 다녀야 하고 오프로드로는 들어갈 수 없으니 잡목 속을 헤집고 찾을 수도 없다. 오늘 짚 운전수는 동물을 찾기보다는 운전에만 열심인 것처럼 보인다. 3시간 동안 공원을 휘저으며 다녔다. 사자마저 못 봤다면 아침 드라이브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초식동물들만 구경하고 마무리할 뻔했다. 3시간 드라이브 후 9시가 되어 우리가 타고 온 트럭이 있는 테베리버 캠프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각자의 배낭을 옮겨 싣고 바로 잠비아로 출발이다. 숲 속 캠프에서 어제저녁과 오늘 아침을 도와준 현지 스태프들과 인사를 나누고 타타에 올랐다. 어제부터 샤워를 못했는데 잠시 샤워할 틈도 없다. 


카사네의 보츠와나 국경 사무소에서 출국 신고를 하고 강 쪽으로 나오니 보츠와나와 잠비아를 연결하는 사장교 공사가 한창이다. 이 교량은 우리나라 대우건설이 시공 중이다. 대우건설에 근무 중일 때 토목사업본부의 해외사업으로 보고하는 내용을 들어서 알고 있었고 보츠와나에 가면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직접 현장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다리가 완공되지 않아 아직 모든 차와 사람이 바지선을 타고 강을 건너야 한다. 강폭은 200m 정도이다. 다리 길이는 양안의 접근로까지 합해 500m쯤 되어 보인다. 현장사무소에 들러 대우건설 직원들과 인사하려고 둘러보고 있는데 타타를 바지선에 실어 출발시키며 나보고 빨리 타라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떠나는 바지선에 간신히 올라탔다. 이곳까지 와서 고생하는 직원들을 격려해주고 싶었는데 아쉽다. 나 혼자만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니 다른 사람들의 시간을 뺏으며 내 볼일을 볼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이곳에 오는 도중 대우가 다리를 건설하면서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많이 심어 놓았다고 현지인을 통해 여려 차례 들은 바 있다. 강을 건너면 잠비아 카중굴라다. 출입국 사무소에서 비자 비용 50불을 내고 도착비자를 받았다. 아무 서류 없이 여권과 돈을 내니 비자를 발급해 준다. 국경 사무소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며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 코리아에서 왔다고 하니 다리를 가리키며 코리아 최고라고 한다. 매우 호의적이다. 입국 수속은 쉽게 끝났지만 트럭 통관 때문에 시간이 걸렸다. 한 시간 반 정도 기다린 뒤에야 통관 수속을 마치고 출발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잠비아다. 잘 포장된 2차선 도로를 달리다가 길가에 세워서 점심을 먹는다. 도로는 초원을 관통하며 직선으로 길게 뻗어 있다. 여기서 이번 목적지인 리빙스턴은 70km이고 보츠와나 카사네에서 잠비아 리빙스톤은 80km 거리이다. 여행자가 3명이니 모두가 당번이다. 바니가 세제로 식기를 닦으면 내가 옆에서 헹군다. 그런 다음에는 이바가 흔들어 말린다. 그래서 디시 워셔, 디시린서, 디시드 라이어가 되었다고 하며 모두 웃는다. 점심을 먹고 계속 달려 리빙스턴에 도착하니 오후 2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주방 담당 피터가 장보기를 하러 가는 사이에 ATM에서 현지화를 찾고 슈퍼마켓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물가는 주변 나라들이 비슷한데 짐바브웨와 잠비아가 다른 나라들보다 조금 더 싼 것 같다. 군것질 거리로 땅콩에 건포도가 섞인 것 몇 봉지 사고 비스킷도 한 통 샀다. 물은 충분히 남아있고 맥주도 아직 한 캔이 남아 있으니 살 필요가 없다. 리빙스턴에서 외곽으로 10분 정도 더 가 오늘 밤 지낼 워터프런트 캠프에 도착했다. 텐트를 치고 샤워를 하니 개운한데 그 사이 모기 놈이 발목을 물었다. 모기기피제를 바르고 바에 앉아 맥주 한잔 마시며 여행에서 쌓인 피로가 풀어본다. 


여행은 살아가면서 일상을 벗어나고 싶을 때 해야 할 것 중 하나이다. 그러나 이번 여행은 일상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고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 가는 것 같다. 장기간 여행으로 늘상 하던 일은 잊어버리고 새로운 일들에 익숙해진 것이다. 저녁식사로 생선 튀김에 삶은 감자가 나왔다. 요리 솜씨가 좋아 다들 주방 담당 피터에게 최고라고 칭찬해준다.  소나기가 오고 나서 비가 개일 것 같더니 계속 부슬부슬 내린다. 간단히 그칠 비가 아닌 것 같아 텐트에 레인 카바를 덮었더니 텐트 속이 칠흑처럼 어두워졌다. 저녁 8시인데 비 오는 바깥에서 할 일이 없다. 바에 가서 술을 마시지 않는다면 일찍 자는 수밖에 없다. 후득후득 텐트에 비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잠비아 리빙스턴 워터프런트 캠프 한구석에 누워있으니 서울이나 이곳이나 별로 다를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서울은 멀리 있지 않고 캠프 밖으로 몇 걸음만 나가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다.


초베에서 만난 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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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비아쪽 까중굴라 국경사무소에서 통관 대기중인 차량들



잠비아 워터프론트 캠프 바에서 바라본 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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