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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호 Mar 22. 2020

다시 대륙으로...

2020. 2. 9.

다시 대륙으로


이틀 동안 게으름을 피우며 해변에서 보냈더니 쌓인 피로가 많이 풀렸다. 자주 깨긴 했지만 어젯밤은 10시간을 잔 셈이다. 아침 먹으러 식당에 내려갔더니 에바가 와 있다. 어깨 통증이 있어서 어젯밤에 일찍 잤다고 하니 가지고 온 상비약에 진통제가 있다고 몇 알 주겠다고 한다. 진작에 아프다고 이야기했으면 더 빨리 진통제를 먹을 수 있었을 텐데. 그래도 통증이 어제보다는 조금 가라앉았다. 에바가 준 통증약을 먹고 9시 반에 스톤타운으로 출발했다. 호텔에 있으면서 레스토랑에서 방 번호로 결재하고 먹은 음식값을 계산하고 작은 합승 버스에 오르니 내 자리가 없다. 미국 여자 두 사람 그리고 독일 여자 두 사람이 앞뒤 좌석에 둘씩 차지하고 앉아 내게 어디든 중간에 끼여 앉으라고 한다. 서양사람들은 남을 엄청 배려하는 것 같아도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일 뿐 막상 함께 여행을 해보면 매우 이기적이다. 자신의 이익이 걸린 것에 대해서 배려란 눈곱만큼도 없다. 함께 여행 온 친구사이이면서도 상대방의 어려움에 대한 배려는 없다. 함께 다니는 정 때문에 내가 배려를 해줘야 할 정도이다. 할 수없이 앞자리에 끼여 앉았다. 바네사는 이곳 해변이 좋다고 며칠 더 있다가 비행기로 아루샤로 가서 합류하겠다고 항공료를 검색하고 하더니 비용이 많이 든다고 포기하고 함께 가기로 했다 호텔, 항공료, 식대 등 추가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이곳 해변은 나도 며칠 더 머무르고 싶은 곳이다. 게으름을 피우며 해변을 거닐고 비치의자에 누워 맥주를 홀짝거리면서 지내면 좋지 않겠는가. 


10시 50분 스톤타운 페리보트 탑승장에 도착했다. 12시 30분에 출발하는 페리다. 출국 수속과 같은 절차를 또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제주도와 같은 섬인데 출입 절차가 까다롭다. 대합실 기둥에 각국의 국기가 그려져 있는데 태극기가 있어서 반갑다. 이곳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만큼 많이 온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맞은편에 앉은 젊은 애기 엄마가 아기에게 자신의 손가락을 빨게 하고 있다. 돌도 안 지난 아기에게 자신의 손가락 빨리다니 이곳 애기들의 위생상태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아기가 이쁘게 생겨 몇 번 얼렀더니 웃는다. 아주 귀엽게 생긴 까만 애기다. 이곳 아이들은 유난히 귀엽다. 눈망울이 너무 맑고 깊어 보인다. 까만 피부에 검고 하얀 눈망울이 주는 맑고 깊은 느낌은 검은 피부의 아이들에게서만 느낄 수 있다. 


페리는 12시 반에 출발했다. 바다는 잔잔하다. 대합실에서 1시간 40분을 기다리면서도 시간이 없다고 해서 점심을 못 먹었다. 선내에서 상인이 파는 비스킷을 하나 사서 허기를 덜어본다. 두 시간 걸려 다르에스살람에 도착했다. 3일 전 잔지바르로 갈 때의 역순으로 페리에서 내려 시내버스를 타고 다시 시내에서 외곽으로 건너가는 바지를 타고 타타와 만나기로 한 곳으로 갔다. 조금 기다리니 피터 손이 타타를 몰고 나타난다. 3일밖에 안됐는 피터손과 타타가 반갑다. 타타를 타고 캠프에 도착하니 오후 3시 반. 어깨 통증이 조금 개선되긴 했지만 계속 아프다. 통증의 원인을 생각해보니 아침에 운동하려고 매일 팔 굽혀 펴기를 한 것과 잠잘 때 왼쪽으로 누워서 잔 것, 트럭을 하루에 10시간 이상 며칠 탄 것 그리고 출발 이후 한 달 동안 매일 육식을 한 것을 꼽을 수 있다. 팔 굽혀 펴기는 근육에 과도한 자극을 줬고 바닥이 딱딱한 텐트에서 왼쪽으로 누워 자고 트럭을 오래 타 혈액순환을 방해했고 평소와 다르게 육식을 많이 한 것은 혈액의 점도를 높여 역시 순환에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판단된다. 역시 여행 중에는 건강을 조심해야 하는데 장기간 캠핑여행을 쉽게 생각하고 건강에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이 어깨 통증으로 나타난 것이다. 


햇빛이 강한 오후 텐트를 펴서 말리기에 좋다. 텐트 문을 활짝 열어두고 슬리핑백은 햇볕에 널어놓고 해변을 걸었다. 이곳 해변에는 쓰레기가 많이 밀려와 있다. 큰 도시가 있어서 바다에 쓰레기가 많겠지만 현지인들은 쓰레기에 대해 무감각 해 보인다. 이 해변은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이 해수욕을 즐기는 곳으로 캠프의 바가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해변에 현지인들 밖에 없다. 피터가 저녁식사로 소고기와 감자 으깬 것이 준비했지만 육식을 줄여 보려고 소고기는 안 먹었다. 해가 지고 나니 바닷바람이 시원하다. 에바가 준 맨소래담 연고를 어깨와 팔에 바르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잔지바르 페리 대합실에 걸려 있는 태극기


페리에서 본 다르에스 살람 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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