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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호 Mar 22. 2020

킬리만자로를 끼고 달리다

2020. 2. 11.

 

킬리만자로를 끼고 달리다.


팡가니에서 하루 자고 오늘은 아루샤로 가는 날이다. 아프리카에서 캠핑여행을 하면서 모기에게 안 물릴 수 없다. 그래서 모기기피제는 필수품이다. 100ml짜리 한통과 50ml짜리 한통을 가지고 왔는데 모자란다. 아프리카 모기는 한국 모기보다 몸집이 작다. 날아다닐 때 잉잉거리는 소리도 작고 움직임도 느리다. 물려도 감각이 없어 언제 물렸는지 모르게 물린다. 그러나 물리면 바로 가렵다. 물린 부분을 심하게 긁지만 않으면 금세 가라앉는다. 우리나라 모기보다 순한 셈이다. 그러나 말라리아나 뎅기열 같은 질병을 옮기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말라리아 예방약을 매일 먹어야 한다. 


아침 안개가 아직 다 걷히지 않았는데 출발이다. 오늘은 탄자니아의 관광수도라고 하는 아루샤까지 간다. 아루샤는 동물의 왕국에서 자주 보는 세렝게티와 고롱고로의 거점도시이자 킬리만자로 등산의 시작점인 모시에서 가깝다. 동부 아프리카를 오는 관광객들이 대부분 거쳐가는 곳이다. 타타가 구름 낀 산악지방으로 들어섰다. 내륙으로 들어가면 고도가 높아진다. 얼마간 산악지방을 달리다 초원으로 올라서니 좌측은 넓은 초원이고 우측은 험준한 산이 구름을 끼고 있다. 지나온 아프리카 남동부 1000km는 70%가 지평선이 있는 초원이나 사막이고 산이 있는 지방은 30% 정도인데 아주 험준한 산은 없었다. 탄자니아 북부지방으로 들어서자 다소 높은 산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킬리만자로가 가까워져서 그런가 보다. 그러고 보면 탄자니아는 남부와 북부지방이 산악지역인 것 같다. 지도를 보니 우측 험준한 산들이 킬리만자로 산군의 일부분이다. 이곳에서 킬리만자로는 150km 남짓이다. 앞쪽으로 구름에 싸인 높은 산이 다가선다. 킬리만자로 산군의 하나인데 중턱부터 구름으로 싸여 산의 높이를 가늠할 수 없다. 잠시 쉴 겸 타타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산 뒤로 킬리만자로의 눈 덮인 정상이 멀리 보인다. 


길가 조그만 타운에 차를 세워 피터가 점심에 먹을 과일과 채소를 샀다. 작은 마을이지만 어디나 노점상이 있다. 조금 더 가니 킬리만자로가 눈앞에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지만 금새 온통 두꺼운 구름에 휩싸여 버렸다. 조금 전 멀리서는 정상부위가 보였는데 지금은 구름이 정상부위를 완전히 뒤덮어버렸다. 모시로 가는 히모 삼거리에 닿았다. 킬리만자로를 등반하려면 모시가 출발점이다. 킬리만자로 공항에서 가깝다. 킬리만자로 정상부위 전체는 탄자니아 영토이다. 케냐에서 이곳으로 육로나 항공편으로 와야 한다. 삼거리에서 킬리만자로를 우측으로 두고 타타가 달린다.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서 킬리만자로 정상 우후루 봉우리까지 가장 가까운 곳은 직선거리로 40km가 채 안된다. 지척이지만 구름에 완전히 덮여 있어 모습을 가늠할 수 없다. 킬리만자로가 바로 보이는 주유소 겸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었다. 여행이 막바지에 다다르니 입맛도 떨어진다. 야채만 조금 먹고 후식으로 나온 수박을 많이 먹었다. 1시 40분 다시 출발한다. 이제 아루샤까지는 80km 정도 남았다. 킬리만자로 쪽은 구름에 완전히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어깨 통증에 팔까지 욱신거린다. 에바가 준 진통제를 먹을 땐 이렇게 아프지 않았는데. 그래도 약을 안 먹고 버틸 참이다. 아루샤에서 오늘 자고 내일은 고롱고로 공원 안에서 캠핑을 한다. 또 그다음 날은 세렝게티 공원에서 캠핑을 하고 다시 아루샤로 나와서 하루 더 자면 나이로비로 넘어간다. 이번 여행이 동물의 왕국에서 많이 본 세렝게티에서 마무리되는 것이다. 


오후 3시 반 아루샤 외곽도로를 지나는데 멀리 메루산이 보이고 아루샤 시가지 일대가 보인다. 아루샤도 큰 도시중 하나다. 한 시간을 더 달려 아루샤에서 10분 거리의 메세라니스네이크 캠프에 도착했다. 조그만 캠프지만 아담하면서 뱀과 파충류 전시장을 겸하고 있다. 텐트를 치고 와이파이를 연결하려고 바에 갔는데 와이파이가 안 된다. 실망해서 당연히 없을 거지만 심 카드는 있냐고 물으니 밖에 있는 시장에 가면 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밖으로 나갔다. 마사이 족이 많은 곳인데 먼지가 풀풀나는 길에 사람들이 많이 다닌다. 통신사 간판이 있는 조그만 가게에 가서 심카드를 달라고 하니 없다고 하며 저쪽 시장으로 가라고 한다. 시장 쪽으로 가니 파라솔을 펴놓고 통신카드를 팔고 있는 곳이 여러 개 있다. 그중 한 군데에 들어가 심카드를 달라고 하니 여권이 있어야 된다고 한다. 마침 여권을 가지고 있어서 보여 줬더니 지문도 채취한다. 한참 이리저리 연결하더니 외국인 등록이 안 된다고 하며 자기 명의의 카드를 만들어 주면 어떠냐고 한다. 물론 오케이다. 그래서 만든 심카드를 핸드폰에 끼우니 통화는 되는데 인터넷 접속이 안된다. 모든 명령어가 한국말로 되어있는 전화기라 감으로 세팅해 보지만 한참 애를 먹다가 결국은 연결을 못하고 나보고 알아서 하라고 한다. 저녁때가 다 되어 할 수 없이 캠프로 돌아왔다. 저녁 준비를 하는 피터에게 이야기하니 인터넷 연결회사를 지정해주라고 한다. 간단하다. 그런데 모르니 고생이다. 전화기에서 인터넷 연결회사를 지정하니 그제야 연결되었다. 속도는 느리지만 쓸만하다. 가이드인 맥켄지는 자기 편리한 대로만 이야기해서 진작에 쓸 수 있는 심카드를 이제야 쓸 수 있게 되었다. 어디서나 살 수 있는 심카드를 잔지바르에서만 살 수 있다고 하고 잔지바르에서는  외국인은 안된다고 해서 못 샀다. 형편없는 가이드다. 


저녁 식사 후 맥켄지가 세렝게티 갈 준비사항에 대해 이야기하며 가이드 팁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행 막바지이니 자기 몫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여행객 각자가 각 크루에게 일인당 하루 5불씩 쳐서 주는걸 기준이라고 한다. 나의 경우 21일이니 일인당 105불 4명이니 420불을 팁으로 줘야 한다는 계산이다. 너무 많다. 그런데 그게 맥켄지의 주장이다. 난 1인당 20불 정도로 주려고 한다. 우리 일행이 5명이니 그것만 해도 크루 일인당 100불씩 돌아간다. 그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케이프에서 빅폴까지 여행 때에도 80불을 줬었다. 

또 하루가 지나간다. 이제 오늘 밤이 지나면 3일 밤만 남았다. 


킬리만자로 전체가 두꺼운 구름에 싸여있다.



에루샤로 가는 길 멀리 킬리만자로 정상이 구름뒤로 보인다.



에루샤 교외 집들뒤로 메로산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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