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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호 Mar 22. 2020

마사이족, 그들의 삶을 보다

2020. 2. 12.

마사이족, 그들이 삶을 보다


오늘은 오후에 세렝게티로 출발이다. 오전에는 아루샤 시내로 쇼핑을 갈 예정이다. 캠프에 온 마사이 여인에게서 목걸이와 팔찌를 샀다. 마사이 족은 기념품을 만들어 파는 것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초원에서 사냥하던 부족들이 이제는 관광객 상대로 기념품을 팔고 있다. 아루샤는 관광도시답게 호텔이 많고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가게들이 많다. 피터가 슈퍼마켓에서 식료품을 사는 동안 나는 인근 현지 시장에 가봤다. 온통 현지인들만 있는 재래시장에 피부색이 다른 내가 어슬렁거리니 다들 쳐다보는데 어떤 사람들은 ‘니하오’하며 말을 걸어온다. 이럴 땐 말이 길어질까 봐 모른척하며 지나친다. 작은 식당 앞을 지나다가 양배추를 썰고 있는 남자를 보고 있으니 나 보고 옆 빈자리를 가리키며 앉으라고 한다. 말은 안 통하지만 호의를 베푸는 것이다. 그 남자 옆에 앉아 코레아에서 왔다고 하니 김일성 한다. 김일성은 노스 코리아라고 해주고 나는 사우스 코리아에서 왔다고 했다. 알아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오케이 오케이 한다. 그 남자와 손짓 발짓으로 몇 마디 나누다가 일어섰다. 말은 안 통해도 서로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그럭저럭 소통은 된 셈이다.


식품 구입을 마무리한 다음 기념품 가게를 들렀다. 잘 만들어진 아루샤의 문화센터에 기념품 가게가 있는데 이 문화센터는 클린턴 대통령이 탄자니아를 방문했을 때 개장한 곳이다. 아프리카 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요리, 그림, 조각, 춤, 노래 강좌가 있다. 기념품의 질은 좋은데 가격이 비싸다. 비싸기는 하지만 품질이 좋아 몇 가지를 샀다. 캠프로 돌아와 점심식사가 준비되는 사이 입구의 마사이족들이 물건을 파는 기념품 가게에 가보니 같은 물건을 문화센터의 1/10 가격으로 살 수 있다.  마사이족이 직접 파는 기념품의 가격이 훨씬 싸다. 기념품 가게 여주인이 마사이 복장을 하고 사진을 찍으라고 해서 입혀주는 대로 마사이 복장을 하고 사진 몇 장을 찍었다. 복장이라고 해 봐야 원색의 담요 같은 천을 몸에 두르는 것이다. 사진을 찍었으니 기념품을 사줘야 해서 간단한 것을 몇 개 샀다.  


점심 후에는 게임 드라이브용 짚을 타고 고롱고로와 세렝게티로 출발했다. 내일 아침 일찍 드라이브를 하기 위해 공원 근처에 캠프장에서 하룻밤을 자고 일찍 게임 드라이브를 시작할 예정이다. 세렝게티 게임 드라이브는 이번 여행의 빅 이벤트 중 하나다. 지금까지 못 본 표범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해본다. 아루샤 지역은 북쪽으로는 거대한 산이 있고 남쪽으로는 TV에서 보던 것과 같은 초원이 넓게 펼쳐져 있다. 이 드넓은 초원에 국경선이 그어져 있고 각국은 국립공원으로 지정해서 동물을 보호하고 있다. 세렝게티는 탄자니아가 거의 대부분 지역을 차지하고 있지만 북쪽으로는 케냐의 영토이다. 마사이족이 넓게 분포하고 있어 이 지역에는 어디를 가나 마사이족이 많다. 마사이족은 다른 부족과 달리 전통 복장을 하고 있으며 남자들은 긴 막대기를 가지고 다닌다. 막대기뿐만 아니라 작은 칼과 단단한 나무로 만든 몽둥이도 허리에 차고 다닌다. 숲에서 살면서 뱀이나 해충을 만나거나 맹수를 만날 수 있으니 보호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거라고 한다. 또한 소나 양들을 몰고 다닐 때도 긴 막대기는 유용하다. 


세렝게티 근처 캠프로 가는 도중 마사이 마을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참가비는 일인당 20달러다. 참가를 신청했더니 마사이 마을 앞에 차를 세운다. 마을 울타리를 통해 스무 명 남짓의 마사이 남녀들이 나와 환영인사로 춤을 추고 행진을 한 뒤 우리를 마을로 데리고 들어간다. 마을 안에서 다시 한번 전통춤을 한바탕 추고 막대기로 불을 피우는 시범을 보여 준다. 그리고는 마사이 가옥으로 안내한다. 마사이 가옥은 한 사람이 간신히 다닐 정도로 비좁은 집이다. 흙과 소똥을 섞어 벽을 바르고 지붕은 갈대로 덮었다. 입구에 들어서니 조그만 부엌이 있고 한편에 침실이 있다. 유목민이기 때문에 집과 살림살이가 단순하다. 부엌에는 냄비만 하나 있다. 주식은 소고기와 우유 그리고 소피라고 한다. 곡류는 거의 안 먹고 야생의 과일을 채취해서 먹는다. 일부다처제인데 한 남자가 여러 명의 여자와 결혼하며 작은 집은 여자와 아이들이 머무는 곳이다. 남자의 능력에 따라서 10명 이상의 부인을 둘 수도 있다. 한 사람이 여러 명의 부인을 두면 여자가 모자라서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보니 답은 다른 부족에서 데리고 오면 된다고 한다. 다른 부족도 같은 문제가 있을 텐데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내가 마사이족들이 두르고 있는 마사이 옷에 관심을 보이자 집요하게 사라고 해서 그들이 두르고 있는 커다란 옷감을 하나 샀다. 마을 한쪽에는 아이들을 모아 글을 가르치는 학교도 있다. 학교라기보다는 마을 어린이 집과 같은 곳이다. 두어 살 아이부터 10살이 되어 보이는 아이까지 10명 정도 모여 있다가 우리가 가니 노래를 부르며 우리를 맞아 준다. 어디를 가나 아이들은 귀엽고 예쁘다. 


오늘 캠프는 고롱고로에서 멀지 않은 트위가 캠프이다. 오늘부터 모레 아침까지는 세렝게티 전문 별도의 관광회사가 우리를 안내한다. 별도의 짚에 우리 일행을 태우고 캠프로 가서 식사와 드라이브 일체를 이틀 동안 대행해주는 회사이다. 내일은 표범을 볼 수 있을지 기대된다. 저녁식사는 7시부터다. 물이 모자랄 것 같아서 물 한 병을 사서 내일 드라이브에 대비했다. 저녁 메뉴가 무엇인가 이곳 셰프인 윌리엄에게 물으니 비밀이라고 하더니 저녁시간이 되자 호박 수프와 토스트가 나오고 닭고기 구이와 감자가 나왔다. 음식 맛은 피터가 해주는 것보다 못하다. 


클린턴 대통령이 참석해서 개관한 아루샤의 문화센터, 기념품 가게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마사이 여인이 자기 집 앞에 서 있다.




마사이 족이 불을 피우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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