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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호 Mar 22. 2020

세렝게티에서 레오파드를 보다

2020. 2. 13.

세렝게티에서 레오파드를 보다. 


새벽 4시에 눈이 떠졌다. 5시에 아침을 먹기로 해서 4시 반에 알람을 맞춰 놓았는데 잠이 깬 후 다시 잠이 오지 않는다. 짐을 정리하고 세수를 한 후 커피를 한 잔 마셨다. 5시 반 아직 어두운데 드라이브용 짚을 타고 캠프를 떠나 고롱고로 화산 분지로 향했다. 어제부터 드라이브용 짚을 타고 이동한다. 짚이 아니면 공원 내에 진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두운 길을 한 시간 달려 공원 입구에 도착하니 날이 밝아온다. 독일 젊은 여자들은 게임 드라이브에 굉장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 미국 여자들도 호들갑스럽다. 문화가 다른 사람들과 공동생활을 하니 불편하다. 서양사람들이 합리적이라고 하지만 이기적이어서 우리 방식으로 생각하면 섭섭한 점이 많다. 무조건 양보하지 말고 내가 주장할 것은 하면서 상대방에게 폐를 끼치지 않게 행동하면 된다. 자기 이익을 위해서는 합리성을 내세우는 그들과 한 번쯤 양보하는 우리네 정서와는 안 맞는다. 우리 정서대로 하면 언제나 손해를 보게 되어 있다. 


고롱고로는 거대한 화산 분화구다. 공원 입구를 통과해 분화구 주변 높은 곳으로 차가 올라간다. 전망대가 있는 곳에 오르니 해발 2200m다. 분화구 안에는 드넓은 초원이 있고 초원 한가운데 물이 고여있다. 초원과 물이 있으니 동물이 이곳으로 모인다. 전망대에서 분화구 전체를 둘러보고 분화구 안으로 차를 타고 들어가니 동물들이 많이 보인다. 들소, 톰슨가젯, 얼룩말 같은 초식동물들이 가장 많고 버펄로도 가끔 눈에 띈다. 아침시간이라 풀이 젖어 있어서 수사자 3마리가 차가 다니는 길에 누워서 자고 있다. 드라이브 나온 짚들이 다 모여들었다. 근처 작은 연못가 에는 암사자 두 마리가 누워있다. 사자들은 배가 부르면 잠만 자다가 배가 고파야 사냥을 한다. 분화구안 분지에는 마사이 족의 부락이 있다. 분지 안에 살고 있는 마사이족은 소와 염소를 키우며 옛날 방식 그대로 살아간다. 복장도 다른 부족과 달리 옛날 복장을 그대로 입고 있다. 입장권을 발행하는 공원 안이지만 마사이족은 자유롭게 드나든다. 오전 내 분화구 안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동물들을 보다가 분화구 주변 언덕에 마련된 쉼터로 올라가 준비해 간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쉼터는 드라이브 나온 팀들이 모여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하는 곳이다. 점심 후에는 고롱고로 분화구를 떠나 동물을 관찰하면서 세렝게티로 이동했다. 고롱고로와 세렝게티는 이어져 있는 지역으로 많은 동물들이 보호를 받으며 서식하는 곳이다. 고롱고로에서 세렝게티로 가는 도중에 인류의 조상 유인원이 출현한 지역을 기념하는 기념비가 있다. 근처에 유인원과 관련한 박물관이 있는데 사전 등록이 필요한 곳이라 등록을 못한 우리는 들러 볼 수 없어 아쉬웠다. 고롱고로에서 세렝게티로 이동하는 초원에는 엄청난 수의 물소와 얼룩말이 있다. 나무가 거의 없는 드넓은 초원 대부분을 얼룩말과 들소가 풀을 뜯고 있다. 기린과 표범이나 치타는 고롱고로 지역에는 없다고 한다. 나무가 없어 목이 긴 기린이 먹을 나뭇잎이 없고 치타나 표범은 사냥을 해서 사냥감을 끌고 올라가 먹을 나무가 없어서라고 한다. 표범이나 치타가 사냥을 해도 나무로 올라가지 않으면 하이에나에게 먹이를 다 빼앗기기 때문이다. 


세렝게티 공원 입구를 들어서니 입구 초원에도 나무가 전혀 없다. 동물도 들소만 보인다. 드넓은 초원은 지평선 밖에 없다. 지평선 두 군데에서 비가 오는 것이 보인다. 좀 더 공원 안으로 들어가니 바위 위에 사자 다섯 마리가 있다. 그중 한 마리는 주변을 둘러보고 있고 나머지 네 마리는 바닥에 엎드려 자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는 사자는 사냥할 동물들의 동태를 살피는 것이다. 멀리서 내리던 비가 우리가 있는 쪽으로 몰려온다. 한쪽은 비가 쏟아지고 한쪽은 무지개가 뜨고 또 다른 쪽은 햇빛이 비친다. 이것이 드넓은 초원의 날씨다. 비가 많이 와서 드라이브를 마무리하고 캠프로 들어오는데 100m 정도 떨어진 바위 위에 레오파드가 있다. 사진을 찍기에는 너무 멀지만 그래도 표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잠시 머무는 사이 주변에  드라이브 차량들이 몰려들었다. 잠깐 바위 위에 머물던 표범이 일어나더니 슬그머니 덤불 사이로 사라져 버린다. 좋은 표범 사진을 한 장 찍고 싶었는데 아쉽다. 그래도 빅 5중에 마지막까지 안보이던 표범을 봤으니 운이 좋은 셈이다. 표범이나 치타처럼 고양잇과 동물들은 나무 위에 주로 머물기 때문에 나무가 우거지는 우기에는 보기 어렵다. 레오파드를 마지막으로 오늘 드라이브는 끝났다. 공원 내 캠프에 오니 텐트를 미리 설치해 놓았다. 초베처럼 숲 속에 우리 텐트만 달랑있고 화장실과 샤워실도 없는 외딴 숲 속이 아니다.  여느 캠프처럼 전기도 들어오고 샤워장도 있는 곳이다. 멀찌감치 있는 샤워장에서 샤워를 하고 일찍 텐트로 들어갔다. 



세렝게티에서 빅 5의 마지막 하나 표범을 만났다.



버펄로은 털에 사는 기생충을 잡아먹는 새와 공생을 한다.


배부른 사자는 젖은 풀을 피해 도로위에서 잠을 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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